⊙ 진짜 커버/스토리

예정대로라면 난 12시부터 TV 앞에 앉아있을 터였다.
빈둥대다가 막판에 허겁지겁 일을 처리하는 습관, 그리고 정한 시간에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살짝 넘기는 습관 때문에, 그건 예정으로 남았다. 일을 다 끝낸 시간은 네시가 넘었다.
할 수 없이 포털의 메인으로 들어가 확인해보니,
이런! 이겼잖아!
하루에 한번쯤은 들르는 DVD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을 훑다가 요즘 항상 올라오는 반응 시리즈 중에 일본의 반응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길래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경기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쓴 글이었는데...

점수좀 그만내라..이러다간 WBC가 없어지겠다.

따로 떼어놓고 보니 재미가 없는데, 실제로 이걸 보는 순간 너무 웃겨서 큰소리로 웃어버렸다.
요즘은 거의 안 보지만, 스포츠 중에 야구를 제일 좋아한다. 처음부터 싸우지도 않는다. 조용하면 조용한 대로 시끄러우면 시끄러운 대로 지나가다가 반드시 한번 또는 두번은 와~ 소리를 내게 만든다. 공 하나에 달려 있는 경기라 투수의 비중이 너무 커서 싫어한다는 소리도 듣긴 하지만, 그게 또 야구의 매력이지 않은가.

새벽에 쓰다 날려먹은 부분 수정하는 대신, 야구 이긴 김에 야구 커버 하나 올려야겠다.

이번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1970년대 초 영국에서 결성한 밴드 베이브 루스 Babe Ruth다.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는데,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거기다가 데뷔앨범 제목은 「First Base」(Harvest, 1972)다.
(그렇다면 두번째 앨범은 「Second Base」고, 세번째 앨범은 「Third Base」고, 네번째 앨범은 「Home Base」인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도 이래저래 따지고 보니 베이브 루스의 세번째 앨범은 「Babe Ruth」(Harvest, 1975)고 네번째 앨범은 「Stealin' Home」(Harvest, 1975)이며, 1995년에 EMI에서 편집한 베스트 앨범 타이틀은 「Grand Slam」인 걸 보면, 밴드가 처음부터 그렇게 지을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Babe Ruth 「First Base」(Harvest, 1972)

베이브 루스의 음악 스타일은 프로그레시브 롹과 하드롹이 적당하게 뒤섞인 음악이다. 지금 올려놓은 곡은 하드롹이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이 밴드의 음악이 멋지다고 느끼는 부분은 강렬한 허스키 보컬을 선보이는 여성 보컬리스트 제니타 한 Janita Haan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이다. <Wells Fargo>는 그녀의 카리스마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곡.
혹시, 이 커버를 보고 어떤 디자이너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정말 대단한 감각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스타일이 너무나 뚜렷한 것이기도 하다. 바로 예스 Yes의 음반 커버로 유명한 로저 딘 Roger Dean의 작품이다. 로저 딘이라면 음반 커버 아트에서 첫 손에 꼽을만한 걸작을 남긴 인물이다. 음악이 별로라도 그가 그린 그림이라면 무조건 감동이다. (하지만 후반기 작품 몇몇은 실망스럽다. 너무 뻔하고, 예전 것 우려먹기도 심하다.) 이 앨범의 커버도 그다지 멋진 편은 아니다. 로저 딘의 작품이라기에는 공간이 너무 비어보이고, 인물의 위치도 대충 배치해놓은 것 같다.

밴드는 이 커버 일러스트를 두고두고 써먹었다. 두장밖에 가지고 있는 게 없어서 실제 스캔한 것은 아니지만 네번째 앨범과 베스트 앨범 커버는 오늘 주제에도 맞는다.
(그런데, 네번째 앨범은 홈 스틸이 아니라 장외홈런이잖아...)

오늘은 미국에게 대승을 거둔 날, 그 기분에 올리는 포스트인데,
커버 아트에서 조금 떨어지면 어떤가. 분위기만 맞으면 되는 것이다.
야구는 이따 저녁에 하이라이트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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