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Ozzy Osbourne [Bark At The Moon] (Epic, 1983)


앨범 커버에 달이 등장하는 걸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영화 '나자리노'에서 가져온 이미지인 것 같은 오지 오스본 Ozzy Osborne의 앨범 「Bark At The Moon」(Epic, 1983)처럼 앨범 커버 속 달은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만월 滿月이다.

보름달은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마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지만, 그와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불행이 시작되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남성형과 여성형 단어를 따로 쓰는 언어권에서 달은 여성이다. 낮=태양=남성의 반대의미로 밤=달=여성이라는 개념이 작용해서일 것이다. 둘은 공존할 수 없다. 항상 반대편에 머문다.

달에 대해 깊이 따지고 들어갈 능력이 되질 않으니 이 정도에서 그치고, 오늘 커버/스토리는 불길한 보름달 대신 시작을 의미하는 초승달에 관한 이야기다. (재미있게도 초승달 역시 한자로 쓰면 만월 彎月이다. 물론 한자가 다르지만, 한국식으로 한자를 읽게 되면 헷갈린다.)



이소라 「눈썹달」(2004)

이소라 「눈썹달」(T Entertainment, 2004. Mnet Media에서 재발매)

초승달이라는 이미지를 가장 잘 구현한 앨범 커버는 이소라의 다섯번째 앨범 「눈썹달」일 것이다. 눈썹달이라는 단어가 정식으로 쓰는 단어인가 찾아봤더니, 초승달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흐음... 생각해보면 난 눈썹달이 아니라 손톱달이라고 불렀던 기억은 난다. 그게 사투리였나보다. 언뜻 터키 국기가 떠올랐지만, 이건 순수한 창작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 확인하려 하지는 않았다. 취향과 먼 음악인 탓에 제대로 앨범 전체를 들은 적 없다. 그래도 이번 커버/스토리에 가장 잘 들어맞는 커버라 가장 먼저 선택했다.



As I Lay Dying  「Shadows Are Security」(Metal Blade, 2005)
가만히 뜯어보면 참 잘 만든 커버 같기도 하고, 포토샵 전문가가 5분만에 뚝딱 만들어낸 것 같기도 해서 뭐라고 딱 꼬집어 이야기할 수 없는 묘한 커버.
하드코어와 메틀을 섞은 사운드로 잘 나가고 있는 미국 밴드 애즈 아이 레이 다잉 As I Lay Dying이 메틀 블레이드와 계약한 후 발표한 두번째 앨범 「Shadows Are Security」다. 곡을 전담하는 밴드의 송라이터 팀 램베시스 Tim Lambesis는 이 앨범의 수록곡 대부분이 어둡고 무거운 감정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라면 어둡고 무거운 마음을 참 잘 표현한 듯한데, 지나치게 썰렁하다. 이 커버 보고 뭘 상상하라는 걸까? (아무리 칙칙한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했다고 해도 내 입장에서 이 커버는 아트로 보면 꽝이라고 생각한다. 피카소가 그린 그림을 써먹었다고 해도...)



Cico 「Notte」(CBS, 1974)
흠. 이제야 이번 커버/스토리의 두근두근 초승달을 그나마 구현한 커버를 만나게 된다. 70년대 이탈리안 록의 대표 밴드 포르물라 트레 Formula 3의 멤버로 활동하던 토니 치코 Tony Cicco가 밴드 해산 후 발표한 첫 솔로 앨범 「Notte」의 커버. 이 앨범에서 달은 그리 크게 자리잡지 않았지만 별로 형상화한 치코 Cico의 이름과 어울리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앨범 타이틀 'Notte'(밤)의 이미지와 나머지 이야기가 동화처럼 어울리고 있는 것도 즐겁다. 이 앨범 커버는 치코와 함께 전곡을 작사한 카를라 비스타리니 Carla Vistarini가 직접 그렸다. 시인의 감성이 그림으로 표현되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앨범의 감성을 잘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자세히 뜯어보면 즐거운 형상이 여기저기 등장한다. 노래들은 적당히 감성적인 팝이다.



Tabula Rasa 「Ekkedien Tanssi」(Love Records, 1976)
달이 여성이라고 했을 때,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앨범 커버로 꼽을만하다. 핀란드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타불라 라사 Tabula Rasa가 1976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Ekkedien Tanssi」 커버 속에는 달의 여신이 등장한다.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것처럼 우주 유영중인 우주인이 여신의 손놀림에 따라 움직이는 그림을 담고 있어 뜬금없어 보이겠지만, 앨범의 뒷면에는 우주복을 입은 멤버들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앞뒤를 잘 맞춘 셈이다. 타불라 라사의 음악은 달의 여신이 개입한 음악이라는 뜻일까. 좀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초승달의 형상만큼은 뚜렷하다.

L.A. Guns 「Man In The Moon」(2001)

여기서 잠깐!!


아마도 서두를 읽고는 초승달은 이 앨범 커버지~ 하며 떠올렸을 법한 엘에이건스 L.A. Guns의 2001년 앨범 「Man In The Moon」(Spitfire, 2001).
바로 위의 타불라 라사의 앨범 커버와 비교해 보면 완전 정반대 이미지다. 무엇보다 달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고, 우주복을 입은 여성은 교태를 부리며 달을 유혹하는 중이다. 앨범 커버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상상력으로 보면 가장 잘 만든 커버로 꼽을 수 있다. 기존 관념을 뒤집어놓았으니까. 정식으로 국내 개봉한 영화 '투문정션'의 느낌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제목부터 해석이 워낙 분분해서 어떤 느낌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그건 읽는 사람의 몫"이라는 훌륭한 빠져나가기 전용 문장이 있어서 다행이다.





Band Of Horses 「Cease To Begin」(Sub Pop, 2007)
이것도 참 썰렁하긴 하지만 달의 형상이 뚜렷해서 포함시켰다. 미국 시애틀 출신 록 밴드 밴드 오브 호시스 Band Of Horses의 두번째 앨범 「Cease To Begin」 커버로, 크리스토퍼 윌슨 Christopher Wilson이 찍은 사진을 사용했다. 국내 발매반에 친절하게 해석해놓은 가사를 살펴보니 <Window Blues>의 한 문장과 닮았다.  "No revelations in the water / No tears into the booze (물 속엔 어떤 구원도 없다 / 술 속에 어떤 눈물도 없듯)" - 최훈교의 번역에서 발췌) 억지로 찾아낸 것이긴 하지만, 달빛이 비친 물 속에서도 구원을 발견할 수 없다는 어두운 심정을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달은 구원이나 가슴 떨림보다는 어둡고 무거운 밤의 의미가 강한 것일까?

(추가: 댓글이 아니었으면, 여전히 밴드 오브 호시스의 앨범 커버를 보면서 왜 달이 둥그란데 초승달처럼 빛나는 걸까... 이상해... 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개기월식중인 달이 아니냐고 물었는데,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일식만 기억하고 있었지, 월식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저의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이 커버는 보름달을 찍은 것이지만 초승달의 모습을 동시에 담고 있어 굉장히 이중적인 의미를 담은 커버라고 우겨야겠습니다. 사실 썰렁해보이긴 해도 잡아끄는 힘이 굉장히 강한 사진이거든요. 지적 고마워요^^)



이번 커버/스토리를 위해 커버를 좀 찾아봤는데, 불길한 보름달을 담은 커버는 꽤 많았지만 초승달 커버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이 정도로도 꽤 많은 편이라고 하겠지만 초승달은 단지 커버 아트의 일부분일 뿐 해당 아티스트의 음악과 조화를 이룬 것은 거의 없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대부분 어린아이가 꿈꾸는 상상의 달 같거나, 단순히 어두운 밤을 표현하기 위해 양념처럼 집어넣은 달이었다. 두근두근 초승달은 앨범 커버아트에서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Chris Rea 「Wired To The Moon」(1984)Fools Garden 「Once In A Blue Moon」(1993)Concerto Moon 「From Father To Son」(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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