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록 앨범 커버아트에서 가장 익숙한 작품을 꼽는다면 어떤 커버가 될까?
시시때때로 좋아하는 음악이 달라지고 선호하는 아티스트도 달라지니 이 질문에 확정된 답을 하려는 시도는 그리 현명하지 않다. 어떤 확답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Velvet Underground의 데뷔앨범 「Velvet Underground & Nico」(Verve, 1967)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작품이다. 바나나를 이용해 성적 이미지를 은연중에 강조하고 유도하는 것은 뜬금없어 보이긴 하지만 밴드의 성향이 매저키즘과 약물에 관련된 것이었으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다.

재미있는 것은 밴드 이름이 아니라 앨범 프로듀서이자 커버아트를 작업한 앤디 워홀 Andy Warhol의 서명이 대신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그가 앨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록 앨범 커버에 위대한 미술가의 작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겠다. 참고로 밴드 이름 뒤에 붙은 이름 니코 Nico 역시 앤디 워홀의 영화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엉뚱하게 밴드에 깍두기로 합류했다. 하지만 니코는 무색무취의 중성적인 보컬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극단적인 음악을 중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앨범 커버에 얽힌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바나나 꼭지 부분에 ◀ PEEL SLOWLY AND SEE라는 표기가 있는데 말 그대로 스티커를 벗기면 껍질 벗긴 바나나가 드러나는 형태라는 점이다. 사실 이건 앤디 워홀의 명백한 실수다. 어느 누가 바나나를 까는데 저 꼭지 부분을 깔까. 바나나가 먹고 싶어 죽을 것 같은 동물원의 오랑우탄도 저길 까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 이 앨범이 소개될 때에는 스티커가 아니라 직접 인쇄된 바나나였고 CD 역시 마찬가지다. 스티커를 벗겨 껍질 벗긴 바나나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정규작을 모아놓은 5CD 박스셋 「Peel Slowly And See」(Polydor, 1995)를 구하면 된다. [앨범 커버 이야기를 더 알고 싶으면 직접 위키를 방문해 확인해보길.]


앤디 워홀의 '바나나 앨범' 커버는 이후 수많은 패러디와 모작, 응용작을 만들어냈는데, 지금 보여주는 몇몇 커버는 지극히 적은 예일 듯하다.

Steve Wynn & The Miracle 3 / ...tick ...tick ...tick
잡지만 가지고는 판매가 되지 않자 자구책으로 마련한 것이 샘플러의 일상화. 국내 음악지에서도 간간이 끼워주던 샘플러에서 더 나아가 서브 시절부터 샘플러가 일반적인 대세로 굳어졌다.

이 앨범 커버는 바로 그런 샘플러 CD에서 발견한 것. 솔로와 밴드를 병행하던 송라이터 스티브 윈 Steve Wynn이 결성한 밴드 스티브 윈 앤 더 미러클 쓰리 Steve Wynn & The Miracle 3의 두번째 앨범 「...tick ...tick ...tick」(Blue Rose, 2005)의 커버다.




The Dandy Warhols / Welcome To The Monkey House
미국의 록 밴드 댄디 워홀스 The Dandy Warhols의 앨범 「Welcome To The Monkey House」(Capitol, 2003)는 바나나 앨범에 영향받은 앨범 커버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작품으로 꼽을만하다.

앨범 커버는 피카소와 앤디 워홀의 영향을 받은 팝 아티스트 론 잉글리시 Ron English의 그림을 사용했다. 론 잉글리시의 작품을 보면 초현실주의와 팝아트가 공존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작품 성향을 단번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기서 잠깐!!
The Rolling Stones / Sticky Fingers

댄디 워홀스의 앨범 커버로 사용한 론 잉글리시의 그림이 재미있는 것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바나나 앨범에서만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나나에 달려 있는 지퍼를 보며 롤링 스톤스 The Rolling Stones의 「Sticky Fingers」(EMI, 1971) 커버를 떠올렸을 법한데, 맞다. 게다가 롤링 스톤스의 커버 역시 앤디 워홀의 작품이다. (그러니까 론 잉글리시는 한 작품 속에 앤디 워홀의 두 명작을 응용한 셈이다.)

롤링 스톤스의 앨범 초판은 실제 지퍼를 달았는데, 곧 인쇄된 지퍼로 대체되었다. 제작비의 증가가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LP 배송의 불편함과 파손도 문제였다고 한다. 지퍼가 닳는 부분이 엘피의 소릿골을 손상시켰다고 하니 작품으로 보면 최고라고 할 수 있어도 제작사의 입장에서 보면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듣는 입장에서도 다행이고. 참고로, 앨범 커버의 모델은 믹 재거 Mick Jagger다.


Monkey Majik / Time
2008년 ETP 페스티벌에도 참여한 일본 밴드 몽키 매직 Monkey Majik의 새 앨범 「Time」(Binyl Records, 2008) 역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앨범 커버를 응용한 작품이다.

바나나를 벗기니 또 새로운 바나나... 저 바나나를 까면 또 새로운 바나나가 등장할 것만 같다. 이건 '양파-바나나'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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