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월페이퍼

2009. 2. 4. 14:34
이 집으로 이사온 지 4년이 되다 보니 그 무렵 새로 붙인 벽지가 이제는 누렇게 변했다.
그렇다고 새로 할 생각은 없다.
습기가 많지 않은 탓에 곰팡이가 피는 곳은 보일러실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이대로도 그냥 몇 년은 더 살 수 있을 것 같다.


음반 커버를 보면 이 벽지를 사용한 것들이 몇 개 보인다.
호텔의 특별실 같은 곳에 붙여놓은 벽지 같은데, 일상에도 이런 벽지를 사용하는지는 모르겠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도 참여한 미국 밴드 오케이 고 OK Go의 「Oh No」(EMI, 2005).
앨범 발표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조용하다 직접 찍은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려 단번에 세계적인 밴드가 되었지만, 사실 음악은 마냥 흥겨운 건 아니다.

처음 이 커버 이미지를 받았을 때 제대로 받은 건가 의심했을 정도로 커버에서도 톡톡 튀는 밴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그냥 화려한 문양만 담은 원래 커버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은데, 골 때리는(웁스......) 밴드의 뮤직 비디오와 커버 이미지가 참 잘 어울린다.

여기서 잠깐!

OK Go / Oh No
그런데, 위의 커버는 오리지널 커버가 아닌 모양이다.
아마존에서는 위의 앨범에 Vol. 2라고 표기해놓았다. 2005년에 발표한 앨범 커버는 왼쪽의 커버. 그렇다면 뮤직 비디오가 뜨면서 급하게 제작한 확장판인가 보다. 어쨌든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위의 앨범 커버였고, 해외에서도 2007년 커버로 소개되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오리지널 커버가 2007년 앨범 커버보다 훨씬 더 좋아보인다. 하지만 황당한 뮤직 비디오로 뜬 밴드이니 음악만 그런 게 아니라 커버를 비롯한 그 모든 것에서 선입견을 뛰어넘는 밴드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였다면 이해해줄 수 있다.

뭐, 첫 커버 이미지나 두번째 이미지나 훌륭하다.





뜬금없다고 해야 할까? 어느날 갑자기 불쏙 국내에 상륙한 미국 밴드 멜레 Melee의 「Devils & Angels」(Warner, 2008)의 커버도 어느 멋진 연회장인지 모르겠지만 깔끔한 월페이퍼를 배경으로 앨범 커버를 찍었다.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밴드였지만 음반 쇼핑몰에 올라온 평을 보면 빌보드 차트에도 올라갔을 것 같다.
"일상에서 느끼는 20대 젊은이들의 고민, 자아성찰, 그리고 사랑, 우정에 관한 이야기들을 성숙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승화시킨 앨범 Devils & Angels. 올 아메리칸 프로젝트 All-American Reject, 마이 케미컬 로맨스 My Chemical Romance 등을 프로듀싱한 2006년 올해의 프로듀서 그래미 후보에 올랐던 하워드 밴슨이 프로듀싱 한 앨범"이라는 상품 소개를 보니 아하, 싶다.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프로듀서라니!

그렇지만...... 나를 감동시키지 못했다. 단지 이렇게 커버 이야기 소재로나......

다시 한번, 여기서 잠깐!

Melee / Devils & Angels 오리지널 커버 Melee / Devils & Angels 얼터너티브 커버

멜레의 앨범 커버는 위에 이야기한 커버 외에도 두 가지가 더 있다.
왼쪽이 오리지널 커버고, 두번째가 얼터너티브 커버라고 한다. 아마도 인디에서 활동하던 밴드가 메이저로 진출해 발표하는 첫 앨범이니 커버에서 뭔가 튀는 것이 필요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룸에서 촬영한 맨 위 커버로 공개되었다.





미국에서 살다 한국에 왔던가? (음...... 오늘은 왜 이렇게 질문부터 시작하나 모르겠다.......)

본토의 R&B를 멋지게 소화해냈다는 앤의 데뷔 앨범 「Infinite Wave Of Love」(신촌뮤직, 2002) 역시 멋진 월페이퍼를 배경으로 앨범 커버 이미지를 촬영했다.
한두번은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두번째 앨범이 나온 건 알지 못했다. 2004년에 음반사를 바꿔 「Pheonix Rising」(BMG, 2004)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기억에 없다.

이상하게 오늘은 월페이퍼를 소재로 이야기하는데 음악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보니 음악 이야기도, 커버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내야겠다.


패닉 앳 더
사실 이 소재로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한 건 오케이 고의 앨범 커버를 보다 패닉 앳 더 디스코 Panic! At The Disco도 이런 배경에서 찍은 사진으로 앨범 커버를 만들었을 거라는 착각에서 시작했다.

앨범이 나왔을 때, 참 즐거운 음악이군......이라고 생각한 건 밴드명의 디스코 때문이었을 게다. 디스코 하고 상관없는(있던가?) 록 밴드였는데.

어쨌거나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앨범 커버를 살펴보는데 없다. 고작 앨범 두 장 밖에 없는 밴드인데 왜 착각했을까 생각하다, 자료 폴더를 뒤졌더니 이 사진이 나온다. 다시 일을 시작할 무렵이라 사진들을 확인하고 검토하고 정리하면서 이 사진에 푹 빠졌던 모양이다. 빨간 융단과 빨간 월페이퍼, 그리고 밴드의 중구난방같지만 잘 배치한 구도 때문에 이 사진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걸 앨범 커버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게다.

모처럼 새 글을 쓰려니, 이런 착각이 도움이 되는 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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