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TV 채널을 돌리다 만난 낯 익은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다. 어떤 분장으로 출연해도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영화배우. 지구로 날아오는 거대 운석에 구멍을 파고 핵폭탄을 장착해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다는 내용의 영화. '딥 임팩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면 귀퉁이에 '아마겟돈'이라고 써 있다. '아마겟돈'은 어떤 영화지? 바로 검색해봤더니 내가 알고 있는 줄거리의 영화는 '딥 임팩트'가 아니라 '아마겟돈'이 맞다. 음, 그럼 '딥 임팩트'는 어떤 영화였지?

난 영화배우도 그렇지만 영화도 설렁설렁 보는 편이다. 극장에서 본 영화 속 대사를 곧바로 꺼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신기해한다. 기억력도 형편없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자마자 그 영화 속 대사를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음악이라면 조금 다르다. '아마겟돈'으로 말하면, 주제가 <I Don't Want To Miss A Thjing>으로 에어로스미스 Aerosmith는 밴드 역사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그런데 '딥 임팩트'는 어떤 영화란 말인가.......)


그러고 보면, 끊임없이 우주에 관련된 영화가 나온다. 최근만 해도 '그래비티'가 있고, '인터스텔라'도 있다. 음악계에서도 앨범 커버에 꾸준히 우주를 묘사해오고 있다.



...... 라고 시작 문장을 거의 다 완성해놓고 아직도 시작하지 못했던 이 포스팅...... 도대체 EBS에서 '아마겟돈'을 방영한 게 언제였나...... 이 시작 문장 역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지 한참이나 지난 후에 완성해놓은 건데...... 아마...... 영화 '인터스텔라'가 난리가 났을 때 그때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게다. 하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지금은 '마션'이 한창 난리다. 시작 문장이 조금 오래되었긴 하지만 나름대로 거부감이 들지 않을 그야말로 (여전히) 시기에 맞는 적절한 포스팅이다. (만세!)




Sherppard 「Bombs Away」(Decca, 2014. 한국 발매는 Universal)

지난 2015 여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출연했던 오스트레일리아 밴드 셰퍼드 Sheppard의 첫 앨범. 처음에는 시큰둥했는데 앨범 커버를 보는 순간 곧바로 '봐야지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공연 시작 시간이 너무나 이른 탓에 못봤다. 만약 2014년에 이 앨범 커버를 봤다면 그 해의 앨범 커버 10선 리스트에 올려놓았을 게다. 특별하지 않아 보이지만 묘하게 끌린다. 이 앨범 수록곡 <Geronimo>가 2014년 호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싱글이라고 적어놓은 스티커로 이들의 인기는 짐작할 수 있겠다.


* 셰퍼드가 공연하던 날 한 인터뷰에서 앨범 커버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발췌해본다.

Q. 앨범의 커버에 ‘우주인’이 등장한다. 왜 이런 커버를 정하게 되었는가?
- George: 앨런 셰퍼드(Alan Sheppard)라는 인물을 기억하는가. 그는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를 떠올리면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갔던 그들의 모습처럼 우리도 이제 막 음악계에서 활동하게 된 밴드로서 도전 의식과 흥분을 담아보고 싶었다.
- Amy: 앞면 말고 뒷면에 5명의 우주인이 더 있는 걸 봤을 것이다. 결국 앨범 커버 속 우주인들은 우리들인 셈이다.(웃음)
                                                           - 비굿매거진 Vol. 15, p.50



John Lodge 「10,000 Lights Years Ago」(Cherry Red, 2015)

무디 블루스 The Moody Blues의 베이시스트였던 존 라지가 정말 오랜만에 발표한 솔로 앨범. 이전 솔로 앨범이 1977년에 발표한 「Natural Avenue」(Threshold, 1977)이었으니 거의 40년만이다. 다른 앨범 커버와 달리 이 앨범은 우주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마션'의 인기에 영합해 슬쩍 끼워넣었는데. (나중에 우주선으로만 따로 글을 하나 써야겠다.)




Public Service Broadcasting 「The Race For Space」(Cherry Red, 2015)

무척 흥미로운 앨범이다. 러시아가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리면서 촉발된 우주 개발의 역사를 음악으로 만들어냈다. 앨범의 주제에 맞게 펑크, 스페이스 록,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사운드로 우주의 느낌을 표현해냈다.




Young Guns 「Ones And Zeros」(Virgin EMI, 2015)

이매진 드래곤스 Imagine Dragons에 대한 영국의 화답? 뭐, 이런 식으로 소개할 수도 있겠는데 밝은 웅장함을 표방하는 최근 록 밴드의 경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1과 0이라는 앨범 타이틀은 디지털 세계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싶어 붙인 걸까? 무릎 꿇은 우주인의 모습을 담았는데 어떤 의미일까?




The Smoking Trees 「TST」(Ample Play, 2015)

오래 전 소설의 삽화 같은 느낌을 담아낸 앨범 커버처럼 음악은 조금 오래 전, 그러니까 1960년대 선샤인 팝이나 초기 스페이스 록, 사이키델릭 록으로 구성해놓았다.




Abakus 「The Archives, Vol. 3: Futurisms Deux」(Modus Recordings, 2015)

영국 일렉트로닉 뮤지션, 프로듀서, 작곡가 러스 데이비스 Russ Davies가 진행하는 솔로 프로젝트 아바쿠스 Abakus의 아카이브 시리즈 가운데 세 번째. 황량한 우주만 보다 이렇게 맑은 하늘의 우주를 보니 낯설다. 파란하늘이어서인지 음악은 한밤의 바 음악 같은 일렉트로닉 사운드.





Killah Priest 「Planet Of The Gods」(Proverbs, 2015)

이스트코스트 힙합 뮤지션 킬라 프리스트의 최근 앨범. 음..... 난 힙합은 잘 모르니까, 앨범 커버만.




Mbongwana Star 「From Kishasa」(World Circuit, 2015)

음봉와나 스타 Mbongwana Star라는 이름에서 이들이 영국이나 미국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길. 맞다. 앨범 커버 이야기를 하기 위해 무려 아프리카 콩고의 밴드까지 가져오게 되었다. 하지만 부에나 비스트 소셜 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을 비롯해 아프리칸 블루스 밴드들을 소개해온 월드 서킷 레이블에서 발매한 음반이라는 점에서 음악성으로는 충분히 긍정해도 좋겠다. 음반으로는 아직 듣지 못했고, 유튜브 영상으로 접해본 이들의 음악은 신선하다. 새로운 음악이다. 아프로 리듬에 기반을 둔 일렉트로 펑크록 밴드라고 하는데, 세상의 모든 음악을 섭렵하고픈 음악 팬들에게는 즐거운 경험이 되겠다. ,더 탐구해보고 싶다면 오피셜 홈페이지를 [클릭클릭]

그런데...... 이게 우주복 맞나? 혹시 잠수복이거나 작업복? 에잇. 아몰랑.....





Vini Vici 「Future Classics」(Iboga, 2015)

아비람 사하라이 Aviram Saharai와 마탄 카도시 Matan Kadosh로 구성된 일렉트로 듀오 비니 비치의 첫 정규 앨범. 앨범 전체로 보면 우주의 느낌은 그다지 없는데, 그룹명의 기원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Veni Vidi Vici (Original Mix)> 정도는 스페이스 일렉트로니카 분위기를 비록 시작에서만 그렇지만 아주아주 조금 내준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Veni Vidi Vici"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Julius Caesar가 했다는 말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다.)




Joe Barbieri 「Cosmonauta Da Appartamento」(Microcosmo Dischi, 2015. 국내발매는 C&L Music)

얼마나 우주 또는 우주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지 이탈리아 재즈 뮤지션 조 바르비에리 Joe Barbieri까지 우주를 앨범커버에 등장시켰다. 심지어 앨범 제목은 "아파트의 우주비행사"다. 음악은 우주 여행과 아무 관계 없는데.....



셰퍼드의 앨범을 빼면 모두 2015년에 공개한 앨범들.

얼마나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가를 보여준다. 이게 바로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 효과인가? ('마션'은 얼마 전 개봉했으니 이 영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하지만 앨범 커버에 우주인이 등장한 게 최근 우주 관련 영화의 성공 때문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아티스트가 우주 또는 우주인 또는 우주선을 앨범 커버에 담아왔다. 야구도 이겼는데... Babe Ruth라는 글에서 이야기한 베이브 루스의 1972년 앨범 커버도 그렇고, 2006: Space Odyssey 에서 다룬 여러 커버아트를 보면 오래 전부터 우주인을 앨범 커버에 담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노래 가사에서 '사랑'이 영원한 소재가 되듯, 앨범 커버아트에서 '우주'는 영원불멸의 주제다.





그런데, 잠깐!!


Roman à Clef 「Abandonware」(Infinite Best, 2015)

이 앨범 커버는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일까?

이거 참 애매하다. 하지만 단서는 있다. 헬맷보다 상의를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부자연스러운 우주복보다는 몸에 착 붙는 옷. 그래서 카레이서일 거라고 본다. 밴드에게 물어볼까?
혹시라도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이 밴드 로망 아 클레 Roman à Clef의 음악을 듣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클릭. 앨범 수록곡 전곡을 들을 수 있으며 마음이 동한다면 음원으로 구입할 수 있다. CD를 원한다면 CD 구입도 가능하다.



업데이트 2015. 11. 14


이루펀트 <Crater> from the album 「Man On The Moon」(Brandnew Music/Loen, 2015)


이루펀트 「Man On The Moon」(Brandnew Music/Loen, 2015)


2012년 EP 「Apollo」에서 우주선을 그려넣은 이루펀트는 3년 뒤 앨범 발표 전에 공개한 싱글 <Crater>에서 우주인을 등장시킨 후 앨범 커버까지 우주인을 담아냈다. 덕분에 이번 앨범이 오래전 발표한 앨범과 (음악은 모르겠지만 아트로는 확실하게)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EP 「Apollo」와 싱글 <Crater>는 음반을 갖고 있지 않아 모르겠는데 「Man On The Moon」 커버 일러스트는 최정민이 그렸다. (EP와 싱글 커버도 그가 담당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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