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지난 2년 동안 때로는 곡 단위로, 때로는 앨범 단위로, 정말 많은 음악을 듣고 뭔가를 정리하는 일을 했는데 그때 만난 수많은 앨범에서 유난히 깊은 인상을 준 음반이 있다.

 

앨범 커버를 보자마자 터져 나온 소리.

 

"아, 이건 좀..."

 

 

스포티파이 앱 캡처

 

문정선 [애창곡 20곡집] (오아시스, 1976)

안전모도 없고 안전화도 신지 않고, 주변 통제하는 관리자도 없다니!!! 라며 따지고 싶더라도 조금 참아주길. 이 앨범 발표 연도가 1976년이다. 무려 50년 전. 비난은 잠시 뒤로.

이 커버를 이야기하는 건, 누가 이런 커버 이미지 아이디어를 냈을까, 누가 이런 커버 이미지를 사용하자고 추천했을까, 누가 이런 커버를 <보리밭> 같은 우리나라 가곡과 <메기의 추억> 같은 세계 민요 번안곡으로 채운 이 앨범에 적당하다고 맞장구쳤을까, 같은 호기심 때문이다. 70년대 앨범 커버를 보면 황당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정식 커버아트가 된 앨범들이 좀 있다. 감옥 컨셉트 앨범도 있고... 그중 최고봉이 이 앨범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개한 것뿐. 다른 의도는 없다.

 

 

 

 

사실, 이 앨범 커버아트는 내 계획에 없었다.

내가 계속 머릿속에 담고 있던 앨범 커버아트는 '체험 삶의현장' 같은 컨셉트로 찍은 황당 팝 앨범 커버였다.

 

바로 ▼ 이 앨범.

 

 

Aerosmith [Night In The Ruts] (Columbia, 1979)

* cover concept : Steven Tyler | art direction and design : John Bert/John Kosh | photography : Jim Shea

다들 논란이 생길 거라고 예감했을까, 이 앨범 커버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스티븐 타일러예요~라고 크레딧에 적어놓았다. 커버 컨셉트 제안한 사람을 크레딧에 표기할 때는 몇 가지 상황이 있다. 첫째는 내가 좀 멋진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지, 같은 자뻑 상황, 둘째는 내가 밴드의 핵심이며 밴드의 중심이며 밴드의 리더지, 같은 소유권 주장 상황, 셋째는 엄청난 거물이 참여한 앨범 커버아트지, 같은 마케팅 포인트의 확장 상황이다. 하지만 에어로스미스의 이 앨범 커버아트는... 자랑할만한 앨범 커버아트는 아니란 말이지.

 

아마도 스티븐 타일러는 밴드 멤버들 사이에 엄청난 갈등이 있었던 상황에서 자기가 밴드의 리더라고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갈등이 얼마나 심했는지 기타리스트 조 페리 Joe Perry는 자기 파트 녹음 다 하고, 앨범 커버 포토 세션 다 하고 결국 앨범 판매 시점에는 밴드 멤버가 아니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 조 페리다.

멤버 갈등도 심하고, 버는 돈 흥청망청 쓰느라 돈 문제도 많았고, 약물 복용도 큰 문제였던 시기였다. 이 앨범 이후 음악이 좋지 않았다면 에어로스미스는 개차반 밴드의 전형으로 남았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밴드가 처한 곤란한 상황을 스티븐 타일러가 이런 앨범 커버로 표현하려 했다는 게 정설이다. 황당하긴 하지만, 뭐,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으니 인정.

 

 

그렇다고 해서, 에어로스미스 앨범 커버아트가 주는 황당함이 없어진 건 아니다!

(문정선도 마찬가지다...)

 

 

 

 

 

 

 

 

 

 

 

 

혹시, 황당한 앨범 커버 추천할만한 게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와, 이렇게 댓글 유도하는구나... 황당하구나! 응, 그래봐야 댓글은 없어. 기대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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