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카드 명세서를 보는데 지출 내역에 교통카드로 지출한 지하철 비용이 없다. 버스만 5400원. 그러니까 편도 900원의 요금을 여섯번 내면서 왕복으로 딱 세 번 움직였다는 의미다. 택시를 타고 나갔다가 버스틀 타고 돌아온 경우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돌아온 경우도 있어서 정확하게 3일 나간 건 아니다.
이게 참 묘한 게...... 지난해 이맘때도 똑같았다. 7월 무렵부터 집에 처박혀 있기 시작해 10월 중순까지 이어졌고, 추석에 잠깐 집에 다녀왔고, 심하게 감기에 걸려 보름 정도 콜록거렸다. 지금도 감기 때문에 콜록거리고 있고, 조금 있으면 감기 때문에 "아, 이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날 수 있겠다....." 싶어져 기침하며 눈물 쏙 빼고는 마음까지 약해질 것이고, 누군가에게 근황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할 테고, 그러다 보면 감기는 낫고, 다시 적당한 간격으로 외출도 하게 될 테고. 일 때문에 나가는 건 당연하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있다.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장기간 똑같이 반복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고작 감기에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 거 싫어서 그렇게 조심했는데...... 감기는 시작은 알겠는데 끝은 잘 모르겠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 때가 감기와 기침에서 벗어나는 시점이라고 보면 될까.
막 데뷔했을 무렵 후지록 페스티벌에 출연한 이들의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입이 딱 벌어지는 무대는 아니었다. (라이브에 유난히 박한 평을 하는 내 입장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세간의 평과 다르다.) 음반은 잘 팔려나갔다. 미국도, 우리나라도. 이 세 번째 앨범에서는 조금 무뎌졌지만, 그래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도 했다. 문 열고 나갈만하다.
Kanye West [Late Registration] (Island Def Jam, 2005)
VMA 시상식 무대에 툭 튀어나와 "비욘세가 짱"이라고 말하고 사라진 카니예 웨스트 Kanye West.
장난이었다면 멍청한 짓이고, 진심이었다면 진짜 멍청한 짓이다. 거기에 심오한 철학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슬쩍 보기에는 멍청하기 이를 데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의미가 있었다면 누가 좀 가르쳐주세요.) 카니예 웨스트가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시절인 2005년에 발표한 「Late Registraion」은 '대학생 곰돌이 트릴로지'의 두 번째에 해당한다. 그동안 이 앨범을 보고는 커버아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곰을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봤더니 들어온 것 같기도 하다. 어디가 밖이고 어디가 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