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 1

커피를 쏟았다.
키보드를 덮고 있는 '키보드스킨' 덕분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2. 커피

내가 커피를 마시는 과정은 지극히 단순하다는 것을 얼마전에 깨달았다.

잠에서 깬다.
오후 2시 이전에 한 잔은 꼭 마셔야 하니 일단 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이뇨작용을 촉진시킨다고 하니 시간이 지나 화장실을 가게 된다.
가는 동안 시간 절약을 위해 커피물을 올린다.
마신다, 뇨기를 느낀다, 커피물을 끓인다, 마신다, 뇨기를 느낀다...

이런 단순한 과정.
화장실을 가는 것과 하루에 마시는 커피는 거의 동일한 셈이다.


# 3. 키스킨

키보드스킨, 줄여서 키스킨이라고 하는 건
나처럼 컴퓨터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내 기억에, 키스킨이 처음 등장할 때는 AIDS 때문에 필요하다는 이유를 달았던 것 같다.
코피 쯤은 일상인 권투선수도 AIDS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이야기도 함께.

그때 키보드의 대세는 세진이었을 게다.
재빠른 회사에서는 키보드 제조사별로 키스킨을 팔았다. 1천원이었던가?
지금은 키보드에 키스킨은 기본으로 들어간다. (기계식은 아니겠지만.)

생각해 보면... 그 무렵 키보드 스킨은 새로운 질병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절박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AIDS 예방 차원에서 키보드스킨을 쓰는 사람은 없을 게다.

나처럼 커피를 자주 마신다든지,
컴퓨터 앞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할 정도로 시간이 없든지,
아니면 키보드에 들어가는 티끌조차 견디지 못하는 편집증 때문이든지.
그런, 이상한, 이유때문에 쓰는 것일 게다.


# 4

어쨌든 키보드 스킨 덕에
커피를 쏟았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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