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없지만, 이맘때면 캐럴을 들어주는 것도 즐거운 일이긴 하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수많은 캐럴 앨범을 발표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고
우리가 알고 있던 곡들이 마구마구 해체되는 걸 보는 것도 즐겁다.
나만의 캐럴이라고 한다면
조니 미첼 Joni Mitchell의 <The River>를 꼽겠다.
Joni Mitchell <The River>
from the album 「Blue」(Reprise, 1971)
우울한 겨울 노래이자 우울한 크리스마스 시즌 송,
눈도 내리지 않는 동네, 여전히 초록색 초원이 펼쳐진... 발로 주루룩 미끄럼 타는 것도 할 수 없는 동네. 사랑하는 이는 떠났고...
마들렌 페이루 Madeleine Peyroux의 조니 미첼 커버곡에 마음이 갔던 적도 있지만 확실히 조니 미첼의 오리지널이 훨씬 낫다.
지금 몇 번째 돌아가는 <The River>가 나만의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만... 특별히 종교를 가지고 있진 않다.
성탄절도, 석가탄신일도 달력에 표시된 그대로 받아들일 뿐.
11월 중순쯤 되면 음반매장에는 크리스마스 캐럴 관련 음반이 깔리기 시작한다.
아티스트는 캐럴 음반을 한번 만들어놓으면 매년 이맘때 쯤 적어도 한장은 팔 수 있을 테고
매장에서는 단 한장이 팔리더라도 캐럴 음반을 찾는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세상에는 엄청난 양의 캐럴 음반이 있다.
즐거운 캐럴, 우울한 캐럴, 암울한 캐랄, 황당한 캐럴 등등등.
내가 가진 캐럴 음반도 뒤져보면 적어도 20장은 나올 게다.
가장 좋아하는 건 최양락의 네로크리스마스인가? 네로 캐럴인가...
아무튼 LP라 오늘은 패스.
그중에서 두 장의 캐럴 CD를 꺼냈다.
Tori Amos <Little Drummer Boy>
from the album 「You Sleigh Me!」(Atlantic, 1995. compilation)
1995년에 워너 산하 레이블인 애틀랜틱에서 관리하는 아티스트의 캐럴을 컴파일한 앨범이다.
컬렉티브 소울, 도나 루이스, 줄리아나 햇필드, 에브리싱 벗 더 걸 등등등 알려진 몇몇과 잘 모르는 뮤지션들의 캐럴 12곡을 모아놓았다.
당연히 이 앨범은 토리 에이모스 Tori Amos 때문에 구했다 >_<
토리 에이모스의 <Winter>가 종종 캐럴 모음집에 수록되기도 하지만, 여기에서는 트래디셔널 캐럴을 라이브 버전으로 수록했다.
Beck <The Little Drum Machine Boy>
from the album 「Just Say Noel」(Geffen, 1996. compilation)
SELECT誌에서 1997년 벡 스페셜을 하면서 끼워준 부록 CD다.
오리지널은 게펜 레이블에서 만든 컴필레이션 「Just Say Noel」에 실렸다.
미리 알았으면 CD가 탐나서 잡지를 사는 일은 없었을 텐데^^
최근에는 좀 달라졌지만, 벡이야 워낙 잡동사니 사운드를 기막히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아티스트인지라 범상치 않은 제목처럼 황당한 믹싱을 거쳤다. 가사도 그렇다.
캐럴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많이 난해하고 시끄럽다.
캐럴을 듣다보면 정말 뜻밖의 트랙을 만난다.
그런 곡을 들을 때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천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진담이다.
물론 캐럴 그 자체가 아니라 음악의 관점에서^^
What fun it is to ride and sing
A sleighing song tonight ~
※ 박스 속의 옛날글은 2005년 12월 23일에 저의 다른 블로그에 썼던 글입니다.
음악 카테고리를 비공개로 바꿔 여기로 옮겨왔습니다. 몇 글자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