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 하나 이렇게 밝혀놓으셨나요?"(송창식 <사랑이야>)라고 묻고 싶거나, 또는 "잡힐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유재하 <가리워진 길>) 것 같다고 고백하고 싶은 존재.

그녀는 과연 누구였을까......라고 묻는 앨범 커버/스토리.




영국 록 밴드 선더 Thunder의 「Laughing On Judgement Day」(EMI, 1992).
스톰 소거슨 Storm Thorgerson의 작품이다.
당시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터였지만 음악에 빠지지 않았는데도 커버만 보고 덜컥 사버린 앨범. 그리고 그것이 스톰 소거슨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느낀 즐거움. 썩은 고목 같은 구조물이 눈길을 잡아끌지만 이 커버를 좋아한 이유는 유령처럼 스쳐지나가는 여인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녀는 누구였을까.




피터 가브리엘 Peter Gabriel이 발표한 「Us」(Geffen, 2006)에서도 누구일까 궁금해지는 여인이 등장한다. 1980년에 피터 가브리엘이 설립한 WOMAD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을 대거 등장시켜 녹음했고 그들의 예술작품으로 앨범 부클릿을 장식했다.

앨범 커버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 말콤 가렛 어소티드 이미지 Malcolm Garrett Assorted Image로 크레딧에 기록해놓았으니, 말콤 가렛 Malcolm Garrett의 작품이다. 말콤 가렛은 1980년대 듀란듀란 Duran Duran의 「Rio」를 비롯해 컬처클럽 Culture Club과 심플 마인즈 Simple Minds 같은 아티스트의 앨범 커버 디자인을 한 바 있다. 말콤 가렛은 당시 디지털 컬처에 열광했던 피터 가브리엘의 마음을 고스란히 커버에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물어볼 것도 없다. 이 여인은 디지털 고스트. 고스트에게 아무리 물어봐야 소용없다. 말 그대로 "대답없는 너"이니.




70년대를 주름잡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가 80년대에는 어떻게 망가졌는지 보여준 앨범 가운데 하나로 꼽아도 되는 제스로 툴 Jethro Tull의 졸작 「Under Wraps」(Chrysalis, 1984) 커버의 여인은 누구일까.

다른 작품과 달리 제스로 툴의 이 앨범 커버는 사진이다. 80년대 필 콜린스 Phil Collins의 앨범 커버 사진을 거의 담당했던 트레버 키 Trevor Key가 촬영했다. 앨범의 스토리와 곡을 만든 제스로 툴의 브레인 이언 앤더슨 Ian Anderson의 아이디어에 따라 구성된 커버 아트다.

어느 정도 형체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상상이 가긴 하지만, 그녀 역시 얇은 천에 가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녀는 누굴까?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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