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David Bowie 「Let's Dance」(EMI, 1983)

<China Girl>과 <Let's Dance>가 실린 데이빗 보위 David Bowie의 1983년 앨범 커버는 복싱 선수처럼 폼을 잡은 그의 모습을 담았다.
그동안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커버를 보는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Let's Dance>를 담고 있는데 왠 권투선수처럼 폼을 잡았을까? 이 앨범 속에 분노의 메시지라도 담고 있었던 걸까? 전체 가사를 확인하고 듣질 않아서 놓친 게 있을지도 몰라 곡명을 살펴보니 <Criminal World>가 눈에 띈다. 하지만 가사는 분노가 아니다. 엉뚱하다.

혹시 데이빗 보위는 권투선수를 꿈꿨을까? 이것저것 확인해보니 그런 거 같진 않다. 투어 중에 건강을 해칠 것을 걱정해 복싱 트레이너를 고용하긴 했지만 실제 권투가 아니라 권투 하는 폼을 배우는 거라고 한다. 데이빗 보위는 왜 춤추자고 노래하는 이 앨범에 권투선수 폼으로 등장했을까.




사놓고 정말 단 한번도 끝까지 들어보지 못한 비운의 앨범, 건 Gun이 1993년에 발표한 「Gallus」(A&M, 1992)다. 이 앨범은 왜 샀는지도 모르겠다. 음반 광고에서 흰색 바탕이 맘에 들어서였던 것 같다. 그것 말고는 이유가 없다. 혹시 광고 문구에 끌려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데이빗 보위의 앨범 커버가 생각나서 떠오른 기억 때문에 이렇게 커버/스토리에나마 언급된 건 건에게 다행이겠다. 1946년에 사망한 스코틀랜드의 프로 복서 베니 린치 Benny Lynch의 이름이 새겨진 옷을 입은 인물이 베니 린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촌스러운 복장. 그렇지만 비장한 표정에 끌렸다.
그러고보면, 표정에 끌려서 이 앨범을 산 모양이다.




미국에서만 무려 1천만장이 넘게 판매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빌리 조엘 Billy Joel의  앨범으로 얼마전에 30주년 기념 확장판도 공개된 「The Stranger」(Columbia, 1977)이다.

아무 생각없이 이 커버를 봤을 때는 한 이방인이 낯선 도시에 가서 느끼는 외로움, 이 정도로 생각하게 될 테지만, 그의 과거를 살펴보면 소품들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편하지 않은 자세로 앉아 있는 빌리 조엘과 마스크는 아마도 그가 잠시 치료를 받고 왔던 정신병동의 어느날을 떠올리게 하고, 벽에 걸린 권투 글러브는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 권투선수였던 그의 이력을 상징한다. 권투를 그만두게 된 계기는 경기중 코가 부러져서라고 하는데, 덕분에 그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었다.

30주년판에는 이 커버 사진을 위해 촬영한 나머지 사진들이 추가되어 있는데, 장소는 진짜 호텔이나 여관이 아니라 스튜디오에 마련해놓은 소품들로 꾸몄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척 많았던 모양이다.




캣 파워 Cat Power의 엘범 「The Greatest」(Matador, 2006)의 글러브는 보다시피 목걸이다. 그래도 권투 글러브가 보이길래 이 글에 함께 넣었다. 종종 "이 앨범은 그레이티스트 히츠 앨범이 아닙니다"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하기도 하는 앨범.

미국 드라마 CSI 때문에 많은 보통 사람들이 현장감식 전문가가 되었는데, 그 흉내를 내보려고 권투 글러브에 비치는 상을 반전시켜보려고 했지만 포토샵 기술의 부족으로 실패했다.
그래도 열심히 보면 왼쪽 글러브에 캣 파워가 분명하다고 믿어도 좋을만한 한 여인이 비스듬히 누워있는 게 보인다. 그럭저럭 머리를 잘 쓴 커버다.




권투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권투 글러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글은 예전에 썼던 권투 관련글(ROUND 1. Fight!!)의 속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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