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네롱이, 네가 더 미남이다 진심이야~






Ian Brown <Return Of The Fisherman>

코드 잡고 스트로크는 가능하지만 하모닉스는 못하니까 세션한테 맡기는 거야. 어느 정도 친다면 하모닉스 정도는 기본일 테니까. 그렇지만 나는 하모닉스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지. 그거 잘하면 폼 좀 나는데...... 나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후로꾸 fluke 기타리스트. 그래도 코드 잡을 줄은 아니까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가 필요하다면 내가 담당.

마리아치의 브라스가 중요한데 주변에 관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걸 구현하려면 조금 쉽게 가는 거야. 마리아치의 브라스를 피아노로 연주하려면 좀 과격해야 할 것 같아. 서 모씨가 광고에서 했던 것처럼 부서지지도 않을 피아노 쾅쾅 내려칠 줄 아는 그런 피아니스트여야 해. 그래야 마리아치의 우울이 광기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브라스가 정상적인 음보다 아주 조금 느리게 나오는 그 매력을 살려야 해.

잘 들리다가 안들리다가 하는 배경에 깔린 키보드도 중요한데...... 이건 코드도 아니고 거의 손가락 두 개 쯤이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가르쳐달라고 해서 내가 암기해버리는 거야. 연습하려면 악보도 있어야겠지? 그냥 기억력을 믿어야겠어. 음색은 무그 타입 말고 조금 더 힘겨운 소리를 내는 멜로트론으로 세팅하면 될 것같아. 키보드1도 내가 담당. 조금 복잡한 키보드2는 세션 담당. 웬만하면 키보드 전체도 세션 담당으로....

저 그윽한 보컬을 흉내내려면 힘들거야. 그래도 뭐 쉽고 단순한 멜로디가 반복되니까 시도해보면 될 것 같은 생각은 들어. 그런데 "for the return of the fisherman king" 이 부분이 자꾸 혀가 꼬여서 제대로 하기나 할까 모르겠네. 그걸 감추려면 코러스로 보컬 하모니를 넣는 거야.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을 것 같아. 다다익선이지만 가까운 곳에서 찾으려니까 노래하는 사람이 없네. 이리저리 한명만 찾아야지. 대신, 코러스 라인은 직접 짜라고 해야겠어.

똑같이 흉내를 내든 현실에서 가능한 방법을 써서 엉뚱하게 편곡을 하든 이 노래의 섬세함을 살리기는 어려우니까 드럼과 베이스를 꿈틀꿈틀 소리를 더 강조해줘야겠어. 초반에는 기타도 필요없고, 하모닉스는 들리지도 않을 거고. 중간부터는 정말 필요한데. 기타 잘 치는 분을 섭외하도록 해야지. 보컬 다음으로 많은 파트일 테니까 잘 부탁하면 들어줄 거야. 아. 지금은 기타가 문제가 아니지. 리듬 파트를 담당한 베이스 한명, 드럼 한명이 필요해. 베이스는 절대로 피크를 잡지 말 것. 설마......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손가락으로 연주하겠지? 드럼은 리듬을 잘 타야할텐데 초보가 온다면 내가 탬버린이라도 흔들어야지 뭐.

일렉트릭 기타 담당하실 분 지원받으면 될 것 같고.
정말 문제는 후반부 시타인데, 이거 기타 이펙트로도 되는 건가? 기타리스트에게 이것도 맡겨야겠네.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들.
수십번 반복한 이언 브라운의 <The Refurn Of The Fisherman>을 들으며 또 머리 속에서만 편곡하기를 하고 있었다. 노래 하나를 반복해서 듣는 건 거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꼭 10월만 되면 이렇게 딱 한 곡을 수십번 듣게 된다. 이 글 제목이 일년 뒤인 건 정확히 1년전에 "10월 한달 나를 위로해준 노래"라는 글을 썼기 때문이다.

그때도 단 한 곡을 수없이 반복하며 들었고,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위안을 얻었다.
단 한 곡 때문에 수입 음반을 사야 했고, 이번에도 베스트 앨범에만 이 곡이 들어 있어서 한 곡을 위해 수입음반 한 장을 샀다.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마치 송곳으로 풍선을 터트리듯 빵~ 소리를 내며 A와 나의 관계를 끊었고
마치 쓰다 보면 어느새 거품이 일지 않는 폐품이 된 세숫비누처럼 알게 모르게 B와 나의 관계가 희미해졌고
감기에 걸려 무척 심하게 앓았으며
대학시절에만 써먹었던 양력 생일도 지난해 10월과 마찬가지로 올해 10월에 있었고
드디어 일을 힘겹게 끝냈지만 남아 있는 일 때문에 정신만 피곤해진 것까지

똑같다.
아니다. 노래가 달라졌다. 그럼그럼. 똑같을 수는 없는 게다. 난 이런 노래가 좋다.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