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Janelle Monae 「The Archandroid Suites II And III」(Ban Boy, 2010)

처음 자넬 모네의 이 앨범 소식을 들었을 때, 앨범 커버의 표정을 보고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뭔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으니까. 하지만 자넬 모네와 원더랜드 아트 소사이어티 Wondaland Arts Society의 작업 과정을 보면 내용도 음악도 꽤 만족스럽다.
그들은 지금 2028년 제 5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의 미래를 컨셉트 앨범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줄거리는 뻔하겠다.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사랑이 불법인 메트로폴리스. 그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싸우는 비밀조직. 결론은 잘 모르겠고, 이 앨범에 실린 각각의 노래들도 아직 확인 못해서 대충 스토리라인이 그렇다더라 정도만 알고 있다.

이 앨범이 "여왕의 귀환"이라는 글의 첫 시작을 장식한 이유는 바로 왕관 때문이다. 도난당해 행방이 묘연해진 진짜 왕관이 아니라 복제 왕관을 쓰고 있지만, 이 왕관을 쓰고 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든 여왕을 상징하는 것일 테니까.





Kelis 「Fleshtone」(Interscope, 2010)

팝 보컬 컬리스가 레이블을 옮긴 뒤 발표한 앨범인데......
그동안 컬리스의 음악을 들어왔다면 이 앨범은 무척 난감하다. 팝도 아니고 R&B도 아니다. 앨범 커버에서 연상되는지 장담할 수 없지만, 완전한 디스코 앨범이다. 왜 이렇게 음악을 바꿨을까. 이전 레이블 시절에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면서도 큰 히트를 기록하지 못하자 클럽이라도 공략하겠다는 의미일까?
컬리스의 이전 작품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무척 재미있는 디스코 앨범이지만, 자주 들을 것 같지 않아서 처박아뒀다. 이렇게 갑자기 변하면 당황하게 된다는 걸 잊은 모양이다.

컬리스는 시바의 여왕 흉내라도 내려는 모양이다. 아니면 미러볼을 변형시킨 왕관을 쓰고 디스코계를 평정하면서 여왕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했거나.





Hole 「Nobody's Daughter」(Island Def Jam, 2010)

위의 두 앨범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여왕의 모습이라면, 홀이라는 이름을 단 앨범으로 치면 12년만에 발표하는 커트니 러브 Courtney Love의 새 앨범은 정말 여왕의 모습이다. 커트니 말고는 이전 멤버가 한 명도 없는데 굳이 홀이라는 이름을 단 이유는 뭘까? 커트니 러브의 이름을 달고 발표한 지난 솔로 앨범처럼 폭삭 망해버릴 걸 걱정했기 때문이었을까? 어떤 의미에서 홀이라는 이름을 달었건 이 앨범을 커트니 러브의 솔로 앨범으로 치는 경우가 더 많았고, 걱정한 대로 앨범은 현재 폭삭 망하는 중이다.

앨범 발표 전에 공개한 커버아트를 보고 올해 전반기 멋진 앨범 커버로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음악을 들어보니 죽도 밥도 아니라서 앨범 커버에서 받았던 좋은 인상마저 지워져버렸다.

그나저나,
이게 어째서 여왕을 다룬 커버냐 싶겠다.

앨범 커버 속 여인은 프랑스의 여왕 마리 앙투아네트 Marie Antoinette다. 프랑스 화가 Élisabeth-Louise Vigée-Le Brun (어떻게 읽나...... 엘리자베스 루이스 비제르브렝?)이 1783년에 그렸다. 커트니 러브는 원본 그림에서 가운데만 남기고 위와 아래는 잘라버렸다. 단두대?

음악에 대한 감상 때문에 앨범 커버 아트도 추락해버릴 위험에 처했지만, 순수하게 앨범 커버만 보면 최근 만난 앨범 커버 가운데 가장 우아한 작품이다.




여러 방법으로 여왕이 귀환했다고 알리는 커버를 앞세웠는데, 사실 그 어느 것도 여왕의 귀환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여왕이 귀환하기에는 시절이 너무 칙칙하다.
왕의 귀환이었어도 같은 느낌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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