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신해철 1968-2014

2014. 10. 28. 04:35

신해철   

1968 - 2014














유투브 영상을 몇 편 재생하다 멈췄다. 먹먹해졌다.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듣게 될 노래이며, 가사는 자신의 묘비명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던 <민물장어의 꿈>을 들으며 자꾸만 가라앉았다.

 

난 그를 마왕이라 부른 적도, 교주라 부른 적도, 천재라고, 한국 최고의 뮤지션이라고, 록커라고 정확히 지목해 말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꾸준히 분노하거나, 미워하거나, 무시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갖지도 않았다. 난 그의 적이 아니다. 진중권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에서 2부짜리 신해철의 1부를 우연히 듣게 되었고, 2부도 곧 듣겠다며 저장해놓았다. 고작 일주일 전 일이다.

 

부디 편안히 쉬길......

지금 내가 그에게 건넬 수 있는 유일한 인사다.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드는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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