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덥다.

지난 겨울에 유난히 기승을 부린 탓인지 올해에는 모기가 나를 괴롭히지 않고 있다. 그래도 여름. 날아다니는 녀석들이 많아진 모양이다. 계단 곳곳에 거미가 줄을 쳐 식사준비를 해놓았다. 여섯집인 이 건물의 절반이 비어 있는 상태라 굳이 거미줄을 없앨 필요 없다. 그냥 둔다. 녀석들에게 긴장감을 주려고 호~ 불어 거미줄을 흔들어보기도 하지만 괴롭힘이 아닌 장난 정도에서 멈춘다.






그리고, 며칠 뒤. 여전히 덥다.

더위 사이에 비가 심하게 내렸다. 녀석들, 살아야 한다고 굳게 결심한 모양이다. 단 한 녀석도 거미줄을 떠나지 않았다. 먹고 남은 찌거기와 먹다 남은 찌거기도 그대로 붙어 있다.



잘 버티고 있구나,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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