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징후 2

2016. 8. 15. 11:32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이야기했을 텐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지는 영국에서 발행하는 모조 MOJO다.

이 잡지의 편집진 일부가 퇴사해 새로 음악지를 만들었는데, 제목은 WORD다.

그래서 비용이 두 배가 들더라도 가능하다면 두 잡지 모두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잡지라는 매체가 죽어버린 상황, 거기다 이 잡지가 다루는 음반 매체도 죽어버린 상황. (설마 이 문장에서... '음반 매체'를 '음악 일반'으로 잘못 읽지는 않겠지?) 내일 폐간한다고 선언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발행하는 음악 잡지.

국내에 수입이 되고 있어서 낱권으로 사거나 정기구독을 신청할 수 있지만,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영국에 정기구독을 신청해 받아보고 있다.



바로 이 모조 매거진이,  내가 느끼는 나에 대한 이상한 징후, 그러니까 두 번째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지 'MOJO' 매거진을 비닐도 벗기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거의 일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증상이다. 나에 대한 이상한 징후를 감지한 후 글로 남겨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찍은 지난달 사진. 굴러다니던 2016년 8월호와 역시 굴러다니던 2015년 10월호. (고백할 필요도 없지만, 현재 상태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샷'이다.)



사진을 찍어놓고 글을 쓰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동안 또 한 권의 잡지가 날아왔다.

2016년 9월호.



잡지도 읽기 귀찮고, 사진을 찍기도 귀찮다.

(다행히 스마트폰 카메라가 있어서 찍는 건 더 편해졌다.)



내 심상치 않은 징후를 글로 남기기 위해 이 사진을 찍어놓았지만 여전히 글은 시작하지 못하던 그 때. 모조 매거진 정기구독을 관리하는 업체에서 보낸 한 통의 이메일.

"너의 MOJO 매거진 정기구독 종료일이 몇 달 남지 않았는데, 연장할 거지? 연장하려면 여길 클릭하셔."

비록 내가 읽지 않고 처박아두고 있더라도, 이 잡지가 폐간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정기구독을 할 테니까, 아직도 네 권이나 더 받아야 종료될 테지만 미리 정기구독을 연장했다. 이제 2018년 1월호까지는 오케이.



브렉시트 때문인지 추락한 환율도 정기구독 연장 선택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해 9월에는 파운드가 치솟아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비싼 1900원에 근접했지만 올해에는 1420원 정도. 그래서 정기구독료도 3만원 정도 저렴해졌다. (국내 업체를 통해 정기구독을 신청한다면 일반우편으로 오는 국제우편물 분실걱정 없이 편하게 받아볼 수 있긴 하지만 구독료는 두 배가 조금 넘는다. 영국에서 직배 정기구독을 하게 되면 구독료는 1년에 65파운드다.)







내가 이 음악지를 좋아하는 이유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아티스트의 여러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래 전 촬영한 필름 한 롤을 발견해 인화했다고, 해산한 지 몇 십년이 지난 상황에서 편집 앨범 한 장이 나왔다고, 아니면 이런 저런 특집의 일부라면서, 알고 있거나 몰랐던 이야깃거리를 끊어지지 않게 내놓는다. 정말 부럽다.


핑크 플로이드도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 내 입장에서는 언제나 고마운 일.




본 기사 외에 커버스토리 일부에서 시드 바렛 Syd Barrett의 이야기를 박스 기사로 집어넣어 그의 기묘한 행동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이를테면,


"1970년 2월 24일.

시드는 존 필이 진행하던 BBC 라디오 쇼 'Top Gear' 방송을 위해 몇 곡을 녹음했다. 이날 세션 프로듀서들이 시드와 대화하려면 데이빗 길모어가 중간자 역할을 해야만 했다."


1970년 10월 1일.

캠브리지의 집에서 시드 바렛이 여자친구 게일라 피니언 Gayla Pinion과 약혼식을 가졌다. 시드 바렛은 약혼식 후 식사 중 수프 그릇을 약혼녀에게 던지고는 욕실로 가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긴 머리를 싹뚝 잘라버렸다."


무릎을 탁 치며,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할 수 있을, 이야기들.



그런데 이런 잡지를 읽지도 않고 처박아두고 있다.

결국, (음악을) 읽는 즐거움이 없어졌다는,

징후.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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