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      주의 !     

이번 글은 을사년을 맞아 뱀이 등장하는 앨범 커버아트를 이야기합니다.

단지 앨범 커버아트 속 사진일 뿐이지만 그래도 뱀은 뱀입니다.

뱀 공포증 ophidiophobia 이 있다면 좋은 기분을 망칠 수 있습니다. 

 

뱀을 무서워한다면 지금(!) 브라우저 창을 닫거나 뒤로가기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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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도 못했고, 

지지난해도 못했고,

지지지난해는 했나? 기억나지 않고.

 

그야말로 날로 먹는 12간지 앨범 커버 시리즈인데, 올해도 이걸 하지 않고 지나갈 것 같아 2025년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이라도 쓰려고 서둘렀다.

이 시리즈 포스팅은 내가 이 블로그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을 시점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불멸의 주제다. 주제가 확실해 앨범 커버 모아놓기도 좋다. 하지만 너무 오래전에 수집해 정작 포스팅에서는 잊고 사용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그 해의 동물이 너무 작게 들어간 탓에 섬네일로 이미지를 보면서 고를 때 미처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어쩔 수 없이 12년 뒤에나 써야 한다. 다른 글들처럼, 포스팅 이후 슬쩍 끼워 넣으면 되지 않느냐 할 수도 있다.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대충 끝내는 게 낫다. 무척 중요한 글이거나 긴급 수정해야 할 정도로 정보가 어긋난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 글은 날로 먹으려고 대충 진행하는 거라 굳이 수집해 놓은 커버를 모두 쓸 필요 없다. 올해 쓰지 못하면 12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12년의 기다림이라니, 그것도 나름대로 멋지지 않나? 하하.

 

 

2025년은 을사년 乙巳年 뱀의 해다.

올해는 푸른뱀이라고 하던데, 색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방식에 관심을 둔 적 없어 모르겠다.

 

 

 

Alice Cooper [Killer] (Warner, 1971)

* photography : Pete Turner | boa constrictor : Kachina | album design : Alice Cooper

"앨리스 쿠퍼의 음악을 '쇼크록 shock rock'이라고 부른대." 음악 잘 모르던 시절, 누군가 귀띔해준 말이다. 어떤 음악이길래 쇼크가 붙을까? 얼마나 엄청난 충격을 주길래? 음반 심의가 있을 시절에는 앨리스 쿠퍼의 음악 전체가 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90년대에 들어서야 앨리스 쿠퍼 음반을 볼 수 있었다고 하던데 맞나? 생각해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내가 본 앨리스 쿠퍼 앨범이 1989년에 발표했던 [Trash] (Epic, 1989)였다. 그러니 사람들 말이 맞다고 치자. (틀리면 또 어떤가.)

[Killer]는 앨범 커버만 보고도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지금은 이 뱀이 보아뱀이라서 물려 죽지는 않는다는 걸 아니까 덜 무섭지, 처음 봤을 때는 전설의 고향 분위기에 눌려 있었다. 노래 제목도 <Dead Babies>, <Killer>... 이래서 쇼크록이라고 하나 보다 싶었다.

아무튼! 이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보아뱀은 Kachina다. 누구나 알 수 있게 앨범 크레딧에 적어놓았다. 앨리스 쿠퍼는 공연 때마다 뱀을 대동하곤 했다고 한다. 검색해봐도 대개 보아뱀과 함께 공연하는 모습들이다. 암컷 보아뱀 '카치나'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굉장한 자료로 가득찬 앨리스 쿠퍼 팬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뱀들 이야기도 있다. 아주 흥미진진하다. [링크 클릭클릭]

 

 

 

Pantera [The Great Southern trendkill] (EastWest, 1996)

* art direction & design : "Wild" Jim deBarros | design assistance : David Manteau | photo illustrations : Exum | cover photo courtesy : Zig Leszczynski | band photo : Joe Giron

아, 이거 본의 아니게 자료 검색 중에 읽었던 네*버 블로그와 사진 순서가 같다. 누군가 묻는다고 치자. 뱀을 커버아트에 담은 가득 찬 주관식 질문을 했다고 치자. 대답하는 나는 음악 좀 들었다는 사람이라고 치자. 그러면 답은 정해졌다. 옛날 음악 팬이라면 앨리스 쿠퍼고, 얼터너티브가 빌보드를 강타할 무렵에 음악에 빠져든 팬이라면 판테라다. 그러니 사진 순서가 같고, 같은 앨범 커버를 말한다고 해도, 뭐, 어쩔 수 없다. 유명한 뱀 커버 앨범이라면 당연히 이 두 장은 언급해야 하니까.

앨범 커버의 뱀은 웨스턴 다이아몬드백 방울뱀(학명 Crotalus atrox)이다. 원본은 animalsanimals.com에서 확인 가능한 흑백사진이다. [확인하려면 클릭클릭] 판테라는 앨범 커버를 위해 컬러로 변환하면서 섬뜩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더했다. 눈도 극도의 분노로 새빨갛게 충혈된 것 같은 뱀으로 바꿔놓았다. (과정을 잘 모르겠는데, 진짜 오리지널 사진은 흑백이 아니라 컬러일 수도 있다. 음반처럼 상업성을 띈 매체에 사용하려면 사이트 측과 협의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컬러 원본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밴드의 음악과 맹독 방울뱀의 공격성을 잘 결합한 커버아트다.

 

 

 

Blackfoot [Strikes] (Atco, 1979)

* front cover photo : Chris Callis | back cover photo : Jim Houghton | album design : Lynn Dreese Breslin

서던록 밴드 블랙풋의 음악에 비춰보면 앨범 커버아트 속 코브라는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 남부 쪽 뱀 분포로 봐도 코브라는 어울리지 않는다. 방울뱀이면 모를까. 그래도 이 앨범을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로 강력한 맹독을 가진 코브라를 내세우는 전략은 나쁘지 않다. 이 앨범 수록곡 <Highway Song>은 레너드 스키너드의 <Free Bird>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곤 하지만 블랙풋의 대표곡으로 남아 있다. (밴드 멤버 두 명이 레너드 스키너드에서 '아주 잠깐' 활동했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번 을사년 기념 뱀 커버는 일관성 있어 보여 좋다.

 

음반 커버아트에 등장하는 동물을 출연빈도로 분류해보면 뱀은 꽤 높은 위치에 있다. 성경과 연결되어 등장하는 뱀도 많고, 독사처럼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헤비메틀 밴드들도 많이 쓴다. 용보다는 세지 않지만 용에 가까운 힘을 가진 존재로 등장하기도 하며, 때때로 이빨만 보여주기도 하고, 비늘만 보여주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강렬하다.

 

데이빗 커버데일 David Coverdale이 이끄는 밴드 화이트스네이크 Whitesnake는 밴드 이름 때문에 디스코그래피의 대부분에 뱀을 집어넣는다. 밴드 로고에서 W 디자인도 뱀이다. 화이트스네이크의 앨범 [Lovehunter](1979)나 [Slide In It](1984)은 뱀 등장 메인 이미지로 쓰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12년 뒤에 뱀 앨범커버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때 쓰자.

오늘은 데이빗 커버데일의 솔로 앨범 [Whitesnake](1977)를 오늘 글의 마지막으로 삼으려고 꺼낸다. (사실, 블로그 메인화면 섬네일에 섬뜩한 뱀 대신 순한맛을 주려고 이 앨범을 선택했다.)

 

David Coverdale [Whitesnake] (Purple Records, 1977)

* front cover photography : Tomas  Schmid | inside photography : Fin Costello | design and artwork : Cream

딥 퍼플이 해산하자 데이빗 커버데일은 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새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데, 그 앨범이 바로 [Whitesnake]다. 수록곡 <Blindman>은 무척 자주 듣는 곡이다. 나중에 자신의 밴드 화이트스네이크에서 밴드 버전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난 솔로 앨범 시절 곡이 더 좋다. 조금 더 자주 들어 그만큼 정도 더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뱀. 데이빗 커버데일도 뱀을 등장시켜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지만 마치 왕관처럼 뱀을 배치한 디자인은 좀 우습다. 솔로 앨범 제목에서 뱀을 연상시키는 W와 S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밴드 화이트스네이크의 로고 디자인으로 이어진다. 당시 이 앨범 커버를 특수인쇄할 수 있었다면 배경의 뱀 피부를 오돌토돌한 뱀 피부처럼 만들었을 텐데, 그런 시도는 하지 않았을 게다.

 

 

 

 

 

 

 

 

 

이렇게 을사년 뱀의해를 맞이한 커버를 을사년 다 끝나가는 시점에 내놓았는데...

 

이미지 순서 배치하고, 할 말 대충 정하고, 글 쓰기 시작해서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제 글 쓰는 걸 포기해야 할 때인가, 글쓰기를 떠나야 하나 생각하면서 힘차게 발행 버튼을 누르려는데...

 

 

데이빗 커버데일 소식을 들었다.

오.늘.은.퇴.선.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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