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내가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가진 게 2003년. 알고 지내던 이가 쓰던 카메라를 넘겨받았다. 20년도 넘은 시절 이야기다. 꽤 긴 시간이지만 자랑할만한 사진은 없다. 랜섬웨어로 10년 넘게 찍은 사진 모두 날려먹고, 외장을 포함한 하드디스크 여기저기에 백업해 놓은 사진은 약속한 듯 같은 시간에 하드디스크를 읽지 못하는 불상사가 겹쳐 복구 의지가 꺾여버렸다. 그나마 구글포토에 올려놓은 사진들은 살아 있는데 무료 플랜이라 사진 크기가 형편없이 줄어 섬네일에나 쓸 수 있을 정도다. 무료 사진은 최적화 옵션으로 올려야 한다고 미리 고지해 알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작은 사이즈로 줄었을 줄이야...

 

하, 사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이런 저런 이유를 대는 중이다. "20년? 지금까지 찍었으면 프로는 아니더라도 사진 좀 찍겠다는 소리 들을 법한 시간입니다. 내세울 만한 사진 한 장 꺼내보시오."라는 요청이 들어올 수 있어 미리 방어용 핑계를 대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내 재능 리스트에 사진은 없다. 그래도 잘 찍어보겠다고 잘 찍는 법 책도 많이 봤다. (그래서 잘 찍게 되었냐는 질문은, 가볍게 통과.)

그 가운데 하나가 자연광 이용하기였다. 

 

 

 

Whitney [Small Talk] (AWAL, 2025)

* cover photo by Alexa Viscius

바로 이런 사진 말이다. 자연광이 밀려들어오는 창 밖은 중요하지 않다. 초점은 실내 인물이다. 이 사진을 찍을 때 기술 하나를 더 썼다. 한 사람은 자세히 보여주고 한 사람은 역광 느낌을 주는 게 기본인데 거울을 배치해 두 사람을 모두 살려냈다. 만약 휘트니가 듀오가 아닌 솔로였다면 바닥에 앉은 B는 없애고 의자에 앉아있는 A와 거울에 비친 A로 역광과 순광 효과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진을 찍었을 게다. (휘트니에게 미안하다. 그동안 열심히 들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Julien Ehrlich와 Max Kakacek이라는 알려진 이름이 있는데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A / B로 표기하다니. 그래서 더 미안해지기 전에 밴드캠프로 달려가 겨울 분위기 나는 휘트니의 인디 사운드를 감상했다. 70년대 소프트록 느낌.)

 

 

 

Kara-Lis Coverdale [Changes In Air] (Smalltown Supersound, 2025)

* cover photo by Norman Wong | art and sleeve design by Kaja Krakowian

캐나다 연주자 카라리스 커버데일의 2025년 앨범 커버 사진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창문 자연광을 이용했다. 바깥 풍경도 약간 집어넣었다.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자신의 얼굴을 커버에 드러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추구하는 음악이 앰비언트 일렉트로닉/어쿠스틱 연주 음악이기 때문에 음악에 집중해 달라는 뜻이었을까. (하지만 2025년에 앨범을 세 장이나 발표했는데, 5월에 공개한 [From Where You Came] (Smalltown Supersound. 2025) 커버는 오히려 앨범 커버아트 때문에 음악에 앞서 눈에 힘을 주게 한다. 그러니까, 얼굴 대신 음악에 관심을 주세요, 가 아닐까 추측한 건 아주 불확실하며 진실에 다가가지도 못하는 추측이다.) 

 

 

 

The Tallest Man On Earth [Sometimes The Blues Is Just A Passing Bird]

(Dead Oceans, 2010)

* image by Sofia Stolpe | sleeve by Niclas Stenholm/Daniel Murphy

우연히 발견한 앨범 커버아트. 밖과 안을 모두 살렸는데... 앞선 두 앨범 커버보다 화사하지만 여러 사물 때문에 어지럽다. 초점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웃는 얼굴이 있어 그나마 함께 미소 지을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다.

 

 

 

The War On Drugs [Lost In The Dream] (Secretly Canadian, 2014)

* cover, gatefold and sleeve photography by Dusdin Condren | art direction, back polaroid and additional vibey holga photos by Adam Granduciel | album design and layout by Daniel Murphy

워 온 드럭스가 2014년에 발표한 앨범 커버아트는 후반 작업에 꽤 공들인 것 같다.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꿈을 꾸는 듯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커튼을 주름을 효과적으로 사용했고, 바깥 풍경은 보여주되 결코 실내의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로채지 않게 촬영했다. 원본 사진에 무척 섬세한 색 조정을 더한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앨범 디자인을 담당한 다니엘 머피는 톨리스트 맨 온 어스 앨범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는데, 그 앨범에서 약간 부족했던 자연광 이용법을 이번 앨범 커버를 통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을 이용해 멋진 사진을 찍어본 앨범 커버아트를 슬쩍 살펴봤는데...

아래 앨범 커버아트가 주는 분위기는 뛰어넘지 못한다.

그야말로 커버아트 명작... 캐롤 킹의 [Tapestry]다.

 

Carole King [Tapestry] (Ode, 1971)

* art direction : Roland Young | design : Chuck Beeson | photography : Jim McCrary

절반을 딱 잘라, 반은 어둡고 반은 밝다. 밝은 쪽에 고양이 한 마리를 배치해 밝은 쪽 무게를 감소시키며 무게중심을 여전히 가운데에 맞췄고, 인물과 고양이를 안정감 있는 삼각 형태로 배치되게 촬영했다. (라고 누군가 분석한 사람 있나? 이건 그냥 내 손가락이 타이핑한 그대로 적은 글이다. 내가 사진 분석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쨌든, 처음 보는 순간, 아! 소리가 저절로 났던 앨범 커버다.

당시 이 앨범을 사랑했던,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게다가 이 앨범 커버를 감상하는 사이 마음 깊이 파고드는 명곡 <You've Got A Friend>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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