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여행 사진도 아직 정리 못했고, 오늘부터 뭔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정리하려면 멀었다.
이제 겨우 5일 지났을 뿐인데, 벌써 아련해지려고 한다.
인천공항까지는 그래도 "스미마셍" 소리가 귀에서 앵앵거렸다.

0.   이번에 10일 정도 일본에 가면서 내 쇼핑 목록은 중고 음반 다섯장...
어떤 앨범이든 보이는 대로 집어오리라 작정했던 츠지 아야노 つじあやの의 음반과
역시 데뷔앨범을 빼고 어떤 앨범이든 보이는 대로 집어오리라 작정했던 하지메 치토세 元ちとせ의 음반을 구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실현불가능한 생각이었다.
일본 다녀온 후 발견한 한 블로그(그는 일본에 거주하면서 도쿄 출장 중에 음반을 사는 것이 취미였다)에서 츠지 아야노와 같은 아티스트의 중고 음반은 거의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글을 보았는데,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대충 영어로 하고 아티스트 이름만 제대로 말하면 될 것 같지만 중고음반의 경우는 뒤죽박죽인 채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 그네들도 제대로 찾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공부하는 친구 녀석에게 아예 이 두사람의 중고음반을 찾는다는 문장을 써달라고 부탁했다가 그마저도 포기했다.

이 두사람은 각별했다. 딱 한번 가본 것일 뿐이지만, 후지 롹페스티벌에서 츠지 아야노의 공연을 우연히 본 순간부터 너무 맘에 들었다. 거기다 '고양이의 보은' 주제가까지 불러주었으니... 하지메 치토세는 너무 진한 일본 냄새와 너무 진한 일본 밖의 음악이 뒤섞인 탓에 처음 듣는 순간부터 띵~ 했던 기억. 다행히 두번째 앨범보다는 덜 팔린 데뷔앨범 「ハイヌミカゼ」이 국내 라이선스로 나와주었으니, 그럭저럭 열심히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일본 음악 개방 이후 나를 가장 감동시킨 일본 음악인이었다.

1.   롹 전문샵인 신주쿠와 시부야의 디스크 유니온을 둘러보았다.
이 매장을 들른 이후 내게 변화가 온 것은, 이젠 그네말로 '가미자케', 그러니까 LP 미니어처 CD에 대해 더이상 환상을 품지 않게 되었다는 것. 시부야점에서 펜탱글 Pentangle의 미개봉 중고 LP 미니어처 CD를 정가보다 싸게 샀다. 일반 CD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본제 '가미자케'를 구하려고 눈을 밝혔던 것이 우스워졌다.
참, 신주쿠와 시부야의 가격을 보면 시부야가 조금 더 싸다. 가장 비싼 중고 LP 미니어처 CD는 르네상스의 초기 두장. 2천엔대가 정가인데 5천엔 이상의 가격으로 중고를 파는 중.

2.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도착한 직후 시부야의 HMV가 놀라운 세일을 시작했다.
10만장의 앨범을 50% 할인 가격으로 팔기 시작했다.
다른 일정 제쳐두고 혼자 시부야로 나와 5만장 이상의 CD를 본 것 같다.
(말이 5만장이지... 겹치는 타이틀도 많으니 실제로는 2만장 정도 봤을까?)
사고 싶은 음반이 줄줄이 나왔다. 그렇지만 매장을 나설 때에는 HMV의 무료 월간지만 하나 들고 나왔다.
사려고 맘 먹었으면 여행가방 20개 정도는 필요했을 테지만... 혼자 그 많은 시디를 보다가 혼자 질려버린 것 같다.

3.   또다른 대형 음반샵 타워레코드에서는 라디오헤드 Radiohead의 톰 요크 Thom Yorke가 커버모델인 MOJO 최신호를 샀다.
781엔. 우리나라에서는 만팔천원에 파는 잡지인데.... 고작 칠천원 정도밖에 안된다. 어디서 781이라는 숫자가 나왔나... 861엔이다. 8천원 쯤... 우리나라에서는 2만원에 판다.
HMV에서는 900엔인가 했으니, 잡지를 사려면 HMV보다 타워를 가는 게 낫다.

4.   여기까지 돌고 더이상 음반에는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뭐, 공원과 박물관을 다니는 일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갈 일이 없기도 했다.

5.   집에 돌아와보니... 떠나기 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CD와 DVD가 시간 맞춰 와 있었다.
들고오는 수고 대신 그냥 이렇게 주문하는 게 더 낫겠다. 충동구매도 좀 줄이고.
(인터넷 주문 역시 충동구매다...)




일본에서 쓴 마지막 현금 영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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