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이대근

2007. 5. 2. 14:49

OST / 이대근, 이댁은
일요일 오전 7:40부터 월요일 오후 9:10까지
무려 38시간을 깨어 있어야 했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30분 동안만 잠을 잔 탓에

잠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오래 전에 약속했으니 '이대근, 이댁은' 시사회를 가야만 했다.

초반 5분 쯤 지난 뒤부터 내내 잠을 잤나보다. 함께 간 K에게 코 골면 깨우라고 부탁했는데 중간에 잠깐 깬 것은 내가 나에게 놀라서 그랬던 것 같다.
(사실 이런 상황이 될까봐 J에게 넘기려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내가 가야만 했다. 비록 난 잠들었지만 함께 간 K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니 시사회의 목적은 그럭저럭 달성했으리라 믿는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을 볼 때도 이 상황과 똑같았다.
마지막에 거대한 손 조각을 옮기는 장면에서 잠을 깼는데...
같이 간 L은 그 이후 내게 영화 보자는 소리를 결코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영화 제목 때문에 "'희생'을 보다 희생당했다"고 지금도 농담하지만, 타르코프스키는 여전히 날 지치게 만든다. 아트를 이해못하는 내가 속물인가보다...)

영화가 끝나 돌아오는 길.
버스 한 대를 그냥 보내고 다음 차를 탔는데
내릴 때가지 단 한자리도 비지 않는 바람에 속으로 짜증을 냈고,
내리자마자 곧바로 빈 버스가 뒤따라오는 것을 보고 애통해했으며,

집에 돌아와서는 두통약을 먹으려고 떠놓은 찬 물에 커피를 탔고,
주전자를 올려놓고 불도 안붙인 채 왜 물이 안 끓나 고민했고,
커피를 다 탄 후에 또다시 커피를 넣었고,

무엇을 할까 고민만 하다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새벽을 맞았다.
그동안 줄곧 비는 내렸고...

더 큰 사고를 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제 조금 정신이 든다.
그날 받은 사운드트랙을 들었더니
그래도 눈을 뜨고 있던 앞부분에 수록된 곡이 두 곡이나 있다. 다행이다.

하늘이 맑다.
부산 안 갈거면 가평이나 가자는 문자가 왔다.

...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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