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겠지만
오늘은 시우르 로스
Sigur Ros에서 시작.
오랫동안 기억하는 앨범...
그런 걸 우리는 '명반' 또는 '걸작'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명반을 만드는 방법은 없다.
오랜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꾸준히 듣게 되는 앨범이 명반이며, 이 명반의 기준은 모두 다르다.
그렇지만 손쉽게 오랫동안 기억할 앨범을 만드는 방법은 있다.
벗기면 된다.
곧 정식으로 소개될 시우르 로스의 새 앨범 「Med Sud I Eyrum Vid Spilum Endalaust」(EMI, 2008).
"With A Buzz In Our Ears We Play Endlessly"라고 영어로 번역된다는 이 앨범의 익숙하지 않은 내용물은 아직도 나의 관심을 확 잡아끌지는 못한다.
올해 초 시우르 로스의 라이브 영상을 담은 DVD 'Heima'를 감상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앨범을 구해놓고도 두번 이상 들을 가능성이 없던 밴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앨범 커버 때문에 시우르 로스의 새 앨범은 두고두고 이야기할 것이다.
어드밴스 CD는 앨범의 기초 정보만 적어놓았을 뿐, 커버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 등장인물이 멤버들인지, 이런 자질구레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는 적어놓지 않았다.
그래도 흐릿한 사진 속의 남자들과 소녀의 발가벗은 모습을 담고 있어 시선을 끄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시선은 또다른 커버로 넘어간다.
이를테면,
"
다시 얀 사우덱"에서 이야기한
소울 어사일럼
Soul Asylum의 「Grave Dancers Union」이나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의 「Houses Of The Holy」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는 말이다.
또는,
테이킹 백 선데이
Taking Back Sunday의 앨범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벌써 비록 뒷모습이긴 하지만, 벌거벗은 어린아이가 등장하는 네 장의 앨범 커버를 이야기했다.
결코 야하거나 천박해보이지 않는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손쉽게 오랫동안 이야기하게 되는 앨범을 만들 수 있다.
앨범 커버가 아트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의도적으로 추하고 지저분하게 만든 커버가 아니라면, 이런 앨범 커버는 음악과 별도로 예술의 영역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커버도 아트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안 프로그레시브 록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아날로지
Analogy의 셀프 타이틀 앨범도 그렇다. 음악에 관해서는 그리 많은 이야기가 없지만 다섯 명의 멤버가 교묘하게 가릴 부분만 가리고 출연한 이 앨범 커버는 두고두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아직 이 앨범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앨범 커버와 이너 슬리브에 확실하게(?) 담아놓은 사진 때문에 이 앨범을 갖고 싶어한다.
그러고 보니, 아날로지의 앨범은 앞의 것들과 달리 정면을 향하고 있다. 이런 방법보다는 뒷모습을 보여주는 커버가 훨씬 더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린아이나 남성을 등장시키는 것보다는 여성을 담는 것이 확실히 유리하다.
이런 앨범 커버들은 그 어떤 이미지보다 강렬하다.
역시 추하거나 야하지 않다.
CD 시대로 넘어오면서 커버 아트에 대한 요구가 줄어들었지만, 이 앨범들을 가로 세로 30cm의 LP로 감상한다고 생각하면, "예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남성의 모습만을 담았을 때는 그리 편하지 않다.
이건 음악과 전혀 상관없다.
단지 커버의 아름다움 또는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앨범 커버와 거리가 조금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이 앨범들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이미 목적은 달성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프린스의 경우는, 확실히 저 앨범 커버 때문에 당시에는 꽤 시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