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ABBA / The Winner Takes It All


1
내 의지와 상관없이 『승자독식사회』(웅진지식하우스, 2008)를 읽어야 할 일이 있었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떠오른 아바 ABBA의 노래.
책의 원제는 The Winner-Take-All Society였으니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에서 뭔가 연결고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2
신경 써서 다시 듣게 된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
그동안 곡 제목을 볼 때마다 "맞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가사를 훑어보니 "맞아 맞아" 대신 "음... 심각한 걸" 하는 생각이 든다.

I don't wanna talk about the things we've gone through.
지난 일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단호하게 시작하는 노래였는데... 왜 이제야 들렸을까.

But tell me
does she kiss like I used to kiss you
Does it feel the same when she calls your name

말해봐.
그 여자는 내가 당신에게 키스할 때처럼 키스해?
내가 당신 이름을 부를 때나 그 여자가 당신 이름을 부를 때나 느낌이 같아?

Somewhere deep inside
You must know I miss you
But what can I say
Rules must be obeyed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거, 그거나 알아줘.
이렇게 말한다고 달라질 건 없겠지.
어차피 난 패배자인 걸.


그러니까,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데
아바의 노래 속 주인공은 모든 걸 독식하는 승자가 아니라 모든 걸 잃어버린 패자였다.

지금까지 착각하고 있었다.
당신의 사랑을 얻은 승자니까, 난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어요!!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했다니.
노래를 이렇게 아름답게 부른 아바의 탓이 크다.
좀더 잔인하게 불렀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3
아바는 데미언 라이스 Damien Rice로 옮겨갔다.
두번째 앨범 「9」의 수록곡들은 전보다 훨씬 과격한 단어, 이를테면 fu*k 같은 단어를 툭툭 던지는 가사가 많다. "fu*ck you!!"를 마구 흩뿌리는 <Rootless Tree>는 앨범 발표 전 공연에서는 <Fu*k You>로 소개되곤 했다.
아, 이 이야기가 아니라, 아바에서 데미언 라이스로 옮겨오게 된 이야기...

아바의 가사를 확인하게 된 후 데미언 라이스의 「9」 수록곡 <Accidental Babies>가 떠올랐다.



Do you come together ever with him?
And is he dark enough?
Enough to see your light?
And do you brush your teeth before you kiss?
Do you miss my smell?

계속 그 놈과 함께 한 거야?
너의 장점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놈이야?
키스하기 전에 양치질은 하나?
내 땀냄새가 그립지 않아?


And is he bold enough to take you on?
Do you feel like you belong?
And does he drive you wild?
Or just mildly free?

당신을 마구 흥분시켜?
하나가 된 거 같아?
널 거칠게 다뤄?
마음가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둬?


What about me?

제길. 도대체 너한테 난 어떤 의미인 거야?

앞에서 f-워드를 마구 날리는 데미언 라이스를 이야기한 건
이 가사도 자극적인 원래 의미대로 과격하게 하고 싶었던 것인데...
대충 이 정도로 평온을 유지하는 선에서 (어차피 의역이었을 테지만) 의역으로 정리했다.

아바의 노래에서 데미언 라이스로 넘어오게 된 건 가사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였다.

아바의 노래가 1980년, 데미언 라이스는 2006년.
데미언 라이스는 의도하지 않게 아바의 노래를 참고한 게 되어버렸다.
혹시 모를 일이다.
데미언 라이스도 아바의 노래에 빠져들었던 시기가 분명 있었을 테니, 진짜 그랬을 수도 있겠다.


4
그래서 결론은.
『승자독식사회』는 섬세한 사례 분석은 칭찬할만하지만, 조세정책으로 극복하자는, 이론으로만 타당한 결론 때문에 허망해졌다.
아바와 데미언 라이스 사이의 결론은...











사랑에 결론이 어디 있나.
항상 움직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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