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평소라면 한달에 걸쳐 썼을 분량인데 10일만에 무려 10개(!)나 되는 글을 올리는 동안 이상하게 더 차분해져 있었다. 난 생각날 때마다 예전 글을 되돌려 읽으며 불필요한 과장이나 감정의 과잉이나, 오류, 오타를 찾아 수정하곤 한다. 오늘도 프레스 사진을 삭제하고 문장을 고쳤다.

이상했다.
글을 이렇게 열심히 썼다면, 쓰지 않으면 안되는 분노든 흥분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감정의 고저장단이 있어야 하는데..... 왜 그런 게 안보일까?

그러다 생각해낸 결론; 물론 맞거나 틀리거나 상관없다.
모두 말만 했기 때문이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대략 백 가지 쯤 있어
첫 번째 이유는 이곳이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야
두 번째 이유는 저 달이 나를 유혹하기 때문이야
세 번째 이유는 운전면허를 따 볼까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야"

- Quruli <Highway> 가사 일부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쿠루리 Quruli의 노래 가사를 보며, 참 흥미로운 가사를 차분하게 풀어놓고 있구나 싶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백 가지나 된단 말이지, 기회가 되면 나도 한번 정리해봐야지 했다.

생각난 김에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정리해봤더니.....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세 가지 쯤 있어.
첫 번째 이유는 집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해지기 때문이야
두 번째 이유는 뭘 할까 생각하며 카메라를 챙기는 게 즐겁기 때문이야
세 번째 이유는 혼자 가기 싫기 때문이야



최근 부쩍 어딘가 떠나고 돌아온 이야기를 듣다 보니 더 여행 생각이 나기도 했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예 연고지를 속초로 옮길까 고려하는 탓도 있다. 어제도 일 이야기를 하면서 반사적으로 (또는 습관적으로) 속초 이야기를 꺼냈다. 이러다간 정말 거기에 자리잡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겠다.

문득, 가장 최근 여행지가 어디인지 따져보니, 지난 5월, 역시 동해안.
날짜로 보면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데, 정서로 보면 한 3년쯤 지난 일인 것 같다.

쿠루리의 <Highway>는
들을 때마다 어디로 떠나고 싶게 만들어서 좋으면서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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