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노래방

2009. 3. 5. 23:55


노래방을 싫어했다.

노래방 마이크의 그 촌스러운 에코 효과와
노래가 시작되면서 돌아가기 시작하는 3류 미러볼도 싫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부를 노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전부 분위기 깨는 가라앉은 노래들.
신나게 탬버린 흔들며 부를만한 노래가 없으니 한창 달아오른 분위기 깨기 딱 좋다.
그냥 노래 찾는 척 책만 뒤적거리거나 예약버튼 대신 눌러주는 역할을 하다 오는 때가 더 많다.
신곡에 도전해보겠다고 마음은 먹지만, 노래방 기기 화면을 흐르는 가사를 보다가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서 새 노래를 부르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어떻게 저런 가사를 쓸 생각을 했을까 싶은 곡이 너무나 많다.

뭐, 대중가요 가사가 시처럼 고상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너무 한다 싶은 가사가 많다.
내가 종종 부르는 권진경의 <강변연가>는 오래된 가사답게 차분하다.
이런 노래가 좋은데, 요즘은..... 총 맞은 것처럼, 미쳤어......라고 노래해야 해서 싫다.


노래방 가본 지 참 오래되었다.
사람들 만난 적이 오래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러볼 커버/스토리에 쓰려고 찍었는데......
하필이면 이때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중이었다.
화면이...... 슬프다.
만약 이런 분위기에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면 조덕배의 <슬픈 노래는 부르지 않을거야>를 '슬프게' 불렀을 것 같다. 아니면, 여전히 책만 뒤적이고 있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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