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2009. 10. 13. 20:02
지난달 카드 명세서를 보는데 지출 내역에 교통카드로 지출한 지하철 비용이 없다. 버스만 5400원. 그러니까 편도 900원의 요금을 여섯번 내면서 왕복으로 딱 세 번 움직였다는 의미다. 택시를 타고 나갔다가  버스틀 타고 돌아온 경우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돌아온 경우도 있어서 정확하게 3일 나간 건 아니다.

이게 참 묘한 게...... 지난해 이맘때도 똑같았다.
7월 무렵부터 집에 처박혀 있기 시작해 10월 중순까지 이어졌고, 추석에 잠깐 집에 다녀왔고, 심하게 감기에 걸려 보름 정도 콜록거렸다. 지금도 감기 때문에 콜록거리고 있고, 조금 있으면 감기 때문에 "아, 이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날 수 있겠다....." 싶어져 기침하며 눈물 쏙 빼고는 마음까지 약해질 것이고, 누군가에게 근황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할 테고, 그러다 보면 감기는 낫고, 다시 적당한 간격으로 외출도 하게 될 테고. 일 때문에 나가는 건 당연하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있다.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장기간 똑같이 반복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고작 감기에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 거 싫어서 그렇게 조심했는데...... 감기는 시작은 알겠는데 끝은 잘 모르겠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 때가 감기와 기침에서 벗어나는 시점이라고 보면 될까.

그렇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정말 파란하늘이 있을까?




드림 시어터 Dream Theater의 새 앨범 「Black Clouds & Silver Linings」(Roadrunner, 2009) 커버.
어두운 우주에서 놀던 소년은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뛰어나갈까, 아니면 그대로 어두운 우주에서 놀게 될까.




에베네센스 Evanescence의 「The Open Door」(Wind-up Records, 2006).
막 데뷔했을 무렵 후지록페에 출연한 이들의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입이 딱 벌어지는 무대가 아니라 입맛만 다셨던 기억이 난다. 이상하게 음반은 잘 팔려나갔다. 미국도 그랬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다. 어쨌든 이 세번째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도 했다. 문 열고 나갈만하다.




VMA 시상식 무대에 툭 튀어나와 "비욘세가 짱이야"라고 말하고 사라진 카니예 웨스트 Kanye West. 장난이었다면 멍청한 짓이고, 진심이었다면 진짜 멍청한 짓이다. 거기에 얼마나 심오한 철학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겉모습으로는 멍청하기 이를 데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의미가 있었다면 누가 좀 가르쳐주세요.)
카니예 웨스트가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시절인 2005년에 발표한 「Late Registraion」(Island Def Jam, 2005)의 커버는 유명한 '대학생 곰돌이 트릴로지'의 두번째에 해당하는 앨범이다. 그동안 이 앨범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거라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자세히 살펴보는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디가 밖이고 어디가 안인가.




70년대 이탈리안 록 열풍이 불 때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오래 기억할만한 킬러 트랙이 없다는 이유에서 그다지 많은 이들이 사랑하지 않는 앨범. 그래도 들을 때마다 새록새록 정이 붙는 밴드 점보 Jumbo (밴드명이 영어의 점보인지 이탈리아의 줌보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일반적으로 부르는 대로 점보라고 적는다)의 「Vietato Ai Minori Di 18 Anni?」(Philips, 1973). "18세 이하에게는 금지?"라는 앨범 타이틀은 문이 열린 방에서 벌어지는 일을 말하고 싶어서 붙였나보다. 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도 좋지만 가끔 닫아두는 것도 좋겠다.



아까 글을 쓸 때는 파란하늘이었는데 지금은 비가 온다. 문을 닫았다.
콜록콜록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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