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웨이브

2009. 12. 5. 02:55

난 과학과 수학을 거의 못하기 때문에 전기/물리 같은 학문에서 이야기하는 파형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아는 거라고는 .WAV라는 파일 포맷뿐.
파일 형식 이름 참 잘 지었다. 아무리 내가 과학과 수학을 못해도 파도 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못하지는 않고 웨이브 wave가 파도라는 것은 알고 있다.

더 이야기하면 자학성 포스팅이 될 것 같으니까 여기서 멈추고.
바로 그 파형을 앨범 커버에 담은 몇 작품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Sakanaction 「Shisiro」(Victor, 2009)

쌈싸페 2009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예정대로 출연했는지 모르겠다. 파주까지 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공연을 했는지 안했는지 확인 불가능. 이 앨범은 내한해서 공연한다는 걸 기념 또는 그 틈을 타 발매한 것이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만 아는 것보다 이렇게 국내에 소개되어 나도 들어볼 수 있어서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처음 앨범을 봤을 때는 백커버 아닐까 싶었는데, 프런트 커버가 맞다.
원본은 조금 더 흐릿해서 포토샵에서 샤픈 필터를 하나 적용해줬더니 그래도 좀 보인다.
밴드 이름은 사카나쿠션 Shakanaction. 쇼핑몰에 붙어 있는 보도자료를 인용하면 "밴드명인 사카나쿠션은 물고기 sakana처럼 경쾌하고 재빠른 움직임 action으로 뮤직신의 다양한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싶다는 그들의 의지가 담긴 이름"이라고 한다. 「Shisiro」(Victor, 2009)는 사카나쿠션의 세번째 앨범이다.

보다시피 앨범 커버 이미지는 디지털 파형을 묘사하고 있다.





Kate Bush 「Aerial」(EMI, 2005)

사카나쿠션의 디지털 파형은 케이트 부시 Kate Bush가 2005년에 이미 사용했다.
조그만 이미지로 앨범 커버를 봤을 때는 무슨 섬인줄 알았는데, 실제 음반에서는 디지털 파일의 파형을 묘사하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나를 착각에 빠뜨린 건 마지 석양처럼 스러져가는 해의 이미지를 슬쩍 끼워놓았기 때문이다.

케이트 부시가 12년만에 발표한 앨범이라 많은 화제가 되었고, 음악 역시 수많은 여성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끼친 그녀답게 뛰어났다. 여러 매체에서 그해 베스트 앨범으로 선정했다.





Type O Negative 「Life Is Killing Me」(Roadrunner, 2003)

한때 브루클린 메틀계에서 날렸던 피터 스틸 Peter Steele의 밴드 타입 오 네거티브 Type O Negative.
워낙에 특이한 이력과 음악 스타일로 하드코어 팬을 만들어냈지만, 지금은 거의 힘을 쓰지 못해서 안타깝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다가 이들의 음악에 빠져든 이후 지금도 활동을 하거나 말거나 종종 타입 오 네거티브의 음반을 꺼내 듣는다. 그러니 안타깝다는 건 농담 같은 진담이다.)

이 앨범의 커버는 다른 방식으로 파형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의 심장 박동이다.
마지막의 평평한 선. 그는 죽었다. '라이프'가 그를 죽인 모양이다.




Joy Division 「Unknown Pleasures」(Factory, 1979)

아마도 음반 커버에 파형을 담은 앨범 가운데 가장 유명한 앨범으로 꼽아도 괜찮을 것 같다. 사실 앨범 커버에 사용한 이 그림은 천문학에 관련된 드로잉이다. 별들과 행성의 움직임을 파형으로 묘사한 것이다. 하지만 난 예나 지금이나 이 커버의 그림을 소리의 계곡이라고 생각한다. (고백하면....... 처음 이 커버를 접했을 때에는 산맥을 묘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좌와 우를 나눈 거대한 산맥.)

피터 새빌 Peter Saville이 이 드로잉을 완성했을 때 그는 조이 디비전의 음악을 듣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조이 디비전의 매니저가 새 앨범을 들려주었을 때, 피터 세빌은 조이 디비전의 음악을 듣고 무척 신경질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하면서 커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이 커버는 지금까지 최고의 앨범 커버아트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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