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주찬권 1955 - 2013

2013. 10. 22. 21:46


지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13 때 사진.
들국화의 마지막 직전 공연이자 드러머 주찬권의 마지막 직전 공연이다. 주찬권은 제대로 조명도 주지 않는 뒷자리에 앉아 묵묵히 연주했다. 물론, 이건 밴드에서 활동하는 드러머라면 누구나 갖는 숙명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들국화의 <행진>을 들었을 때 받은 충격은 컸다. 그후 들국화 1집을 몇 장이나 샀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생일을 맞이했다면 당연하다는 듯 들국화 1집을 사서 선물로 줬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들국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들국화의 음악'이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전인권이라는 보컬리스트 때문이었다. 드러머 주찬권이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있었다는 게 제대로 기억나질 않는다.

주찬권이 들국화에서 자신의 곡으로 남긴 건 거의 없다. 자료를 뒤적거려보니 주찬권의 곡은 2집 수록곡 <또다시 크리스마스> 뿐이다. 오히려 들국화 해산 후 여섯 장의 솔로 앨범이 더 강력하다. 주찬권은 드럼뿐만 아니라 기타와 베이스도 연주하고 노래까지 하는 원맨밴드로 활동했다. 하지만 주찬권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각인되지 않았다. 그가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동안 나는 프로그레시브 록을 비롯한 팝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나마 여섯 번째 솔로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은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었다.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엄인호, 최이철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 '슈퍼세션' 때 주찬권을 제대로, 실시간으로 만났다. 그리고 이어진 여섯번째 앨범. 게다가 2013년에는 들국화로 활동 재개 소식. 바로 이때가 주찬권이라는 이름이 가장 강렬하게 들려오던 시기다. 들국화의 이름으로 치르는 새 공연을 봤고, 펜타포트 헤드라이너로 선 무대도 봤다. 남은 건 들국화의 새 앨범 소식이었다. 그런데 녹음중인 새 앨범보다 먼저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왔다. 갑자기.
그날, 소식을 알려준 웹페이지를 멍하니 보다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뜨고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다.





주찬권이 잠들었다. 영원히.
꿈을 꾸며, 지금도, 롹이 필요하다고 노래하고 있을 것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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