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 첫 번째 상황

 

 

레인보우99 「Seoul」(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미러볼, 2014)

 

리뷰를 표방한 한 국내 사이트에서 발견한 레인보우99의 커버. 

황보령과 유사한 분위기를 가진 여성 보컬과 슬픔을 머굼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자꾸 돌려듣게 만드는 훌륭한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과 수록곡 제목처럼 서울의 구석구석을 다루고 있지만 그건...... 내 상상력 부족으로 그저 제목일 뿐이다.

 

이 앨범을 일렉트로닉으로 분류해놓아 선입견도 작용했는데, 어쨌든, 커버를 보는 순간 망설이지도 않고 터져나온 말;

"제임스 블레이크 James Blake네?"

 

 

 

 

James Blake 「James Blake」(Polydor, 2011. 국내발매는 Universal)

 

제임스 블레이크의 첫 앨범. 커버아트를 처음 보았을 때, 이 친구 꽤 멋진 친구인데 싶었다. 얼굴 따위로 평가하지 말고 음악으로 평가해줘, 라고 이야기하는 듯 흐릿하게, 그것도 이미지를 중첩시킨 앨범 커버. 그렇다면 음악으로 평가해주지, 라고 생각했는데..... 오, 오, 2011년 올해의 앨범에 넣을 만하네 싶었다. 그 무렵 알려지기 시작한 덥스텝 dub step 아티스트라는 사실도 중요하게 작용하긴 했다.

 

오늘따라 딴 말이 많은데, 두 장의 앨범 커버를 비교해보자.

 

내가 레인보우99의 앨범 커버를 본 순간 곧바로 제임스 블레이크를 떠올렸다고 했듯, 누군가도 이 두 장의 커버를 본 순간 곧바로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뭐가 닮았다는 거지? 이런 커버 흔하고 흔하지 않은가?"

 

흠...... 맞다. 그래서 추가로 흔하고 흔한 이미지 하나 가져오기로 했다.

 

 

 

 

Markus Schulz 「Scream 2」(Armada Music, 2014)

 

위키를 빌려야할 때다. 마쿠스 슐츠 Markus Schulz는 독일 DJ이자 프로듀서다. 현재 아내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산다. 매주 디지털리 임포티드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라디오 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정도면 되겠다. 제목에 2가 붙은 걸로 봐서 이미 「Scream」을 발표했다는 뜻이겠네? 했다면, 정답이다. 2012년 앨범 제목이 「Scream」이다.

커버 아트로 보면, 주제를 이어가는 방식이 1이나 2나 훌륭하다. 그 앨범 역시 입 크게 벌리고 소리 지르는 자신의 사진을 담았다.

사실 이 앨범 커버는 제임스 블레이크의 커버에서 영감을 얻어 중첩시킨 블러 이미지를 앨범 커버로 삼은 음반들을 다룰 때 넣으려고 했는데, 이 자리가 더 적절한 순간이며 더 적절한 자리 같다.

 

그러고 보면, 제임스 블레이크의 앨범 커버가 지나치게 슬픈 푸른 빛이다 보니 오히려 마쿠스 슐츠의 앨범 커버가 더 비슷하게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나란히 배치 시간. 판단은 직접 해보길. (참고로, 앨범 발매일은 마쿠스 슐츠가 2014년 2월 21일이고, 레인보우99는 2014년 8월 28일이다.)

 

 

여기서 잠깐!! 을 겸한 업데이트  2016.2.22

 

Dave Gahan & Soulsavers 「Angels & Ghosts」(Columbia, 2015)

 

데이브 게헌이라면, 알다시피 디페시 모드 Depeche Mode의 핵심 멤버다. 이 앨범은 두 명으로 구성한 프로덕션 팀이자 그룹으로 활약중인 소울세이버스와 함께 작업한 두번째 앨범이다.

음악 이야기가 아닌 커버/스토리이니 커버를 보자. 이 내용을 추가한 이유는 발매 날짜 때문이다. 공식 발표일은 2015년 10월 23일. 앞선 두 장의 앨범과 1년 이상 차이가 난다. 이거 원,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앞서 이야기한 두 장의 앨범 커버 중에 아무 거나 불쑥 들이밀고 "이거 표절이네요?"라고 이야기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리겠다.

이 앨범 커버가 레인보우99의 앨범을 보고 난 후 영감을 얻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다양한 얼굴을 하나로 합치는 건 이 앨범과 위의 앨범을 포함해 수많은 예가 있다. 그렇지만...... 이제 늘 하는 이야기대로, 이 앨범 커버 역시 "상상력 부족"이 얼마나 재미없는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상상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산다.

 

 

 

 

>>> 두 번째 상황

 

티아라 「And&End」(KT뮤직, 2014. EP)

 

이 앨범 커버 역시 앞서 이야기한 리뷰를 표방한 사이트에 레인보우99와 나란히 놓여 있어서 보게 되었다. 앨범 커버에 써 있는 텍스트로 봐서 앨범 제목이 'Sugar Free: TARA EDM Edit'일 줄 알았는데, 별도 이름이 있었다.

이 앨범 커버에 대해서는 이미 한바탕 이야기가 되었나 보다.

 

바로 이 앨범이다.

 

Justice 「Cross」(Ed Banger, 2007. 국내 발매는 Warner)

 

 

이미 한 바퀴 이야기가 돈 상황이니, 곧바로 비교 사진.

 

 

혹시나 싶어서 검색을 해봤는데.....

T-ara ripped of Justice with their album cover [클릭] 젠장... 도메인이 죽었다. 데드 링크.

라는 제목으로 앨범 커버 아트가 공개되자마자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포럼에서도 이미 비교 글이 올라온 상태였다. 결말은...... "얘들아, CD 버전은 저스티스를 베낀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커버를 썼어. 저스티스 커버를 베낀 건 디지털에서나 그런 거니까 그리 알고 있어"로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모르게) 끝난 것 같다.

 

그러게. 처음부터 그런 커버로 하지...... 왜 누가 봐도 딱!!!인 이런 디자인을 썼을까. 흥미롭게도, 티아라의 위 이미지는 여전히 멜론 같은 디지털 음원 사이트에서는 오피셜 커버 아트로 사용하고 있다. [멜론 페이지 링크. 클릭] 커버를 수정해 공개하는 건 표절이라 바꿨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서 그냥 둔 건가?

 

 

>>> 그래서 다시 이 상황들을 정리해 보면

 

지난 글을 발행한 날 [* 젠장. 관리자가 글을 삭제해 링크가 죽었다. 누가 신고했는지 대충 짐작 간다. 나중에 수정 보완해서 새 글을 쓸 텐데, 그때까지는 링크를 삭제하기로 했다-] 저녁, 그러니까 9월 17일 저녁에 우연히 TV에서 라디오 스타를 보게 되었다. 코요테의 <기쁨 모드>를 미국 여성 가수가 표절했다고 의심하는 내용을 방송했는데, 거기서 윤종신은 표절 문제에 관해 "멜로디가 비슷하다고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 뒤 이야기를 추가했다.

"표절은요, 당사자가 인정한...지[sic] 하는 순간 전까지는 사실 답이 없어요."

 

자막은 "표절은 당사자가 인정하기 전까지는 답은 없어요"였다.

답이야 있지. 지난번에도 얘기했는데, 진실은 저 너머에라도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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