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Adele 「19」(XL, 2008)
21
Adele 「21」(XL, 2011)
1988년생 아델 Adele이 만든 두 장의 앨범은 모두 자신의 나이를 앨범 제목으로 삼았다. 나이를 따지는 방법이 우리나라와 해외가 달라서 1988년생이 열아홉이 되는 해는 2008년이 맞는 건지 21세가 되는 해가 2011년이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시 나이에 따라 제목을 붙인 건 맞다. (왜 헷갈려하는지 알려면 앨범 발표 연도를 봐야 한다. 두 앨범 사이의 시간은 3년인데 나이는 2년 차이다. 산수와 상식에 약한 나는 어느 쪽 나이가 제대로 붙은 건지 모르겠다. 두 장 사이의 갭과 나이의 갭이 같은가 다른가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2014년에 아델이 새 앨범을 발표할 거란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나이에 맞게 앨범 타이틀을 붙여 「24」가 된다는 뉴스도 있었다. 위키에 링크된 소식을 정리하면, 2014년에 아델이 새 앨범 발표할 일은 없다고 한다. 그 덕분에 XL 레코드의 총 매출도 감소했다고 한다.
정말 다음 앨범에 그때 나이를 따서 「25」라고 제목을 붙일까?
25
송지은 「25」(로엔, 2014)
어쩌면 그렇게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송지은이 최근 발표한 EP 제목이 「25」인데, 아델이 그랬듯 이 앨범 타이틀도 자기 나이에 맞게 붙인 거라 한다. 아델이 만약 내년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데 앨범 타이틀을 「25」로 하지 않는다면 송지은 때문이 되는 건가? 아델이 워낙 인기가 높다 보니 앨범 타이틀도 홍보용이 되어버린다. 아마 앨범 발표하기 전에 "이번 앨범 타이틀을 25가 될지 결정하지 않았다"는 뉴스가 나올 게 분명하다. 뭐 앨범 제목을 계속 나이로 붙인다면 40 넘고 50 넘으면 무척 심심해지겠다. 그래서 그럴 듯한 앨범 타이틀을 붙여줄텐데, 그게 세 번째 앨범인지 아닌지 두고봐야겠다.
그래도 궁금해진다. 아델은 정말 「25」로 붙일 건가? 그렇지 않다면 송지은이 먼저 써먹었기 때문에 식상해져서 바꾸는 거고?
아, 이사람아, 왜 미리 걱정을 하나? 우선 아델이 2015년에 앨범을 낸다는 게 확정이 되어야 송지은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할 거 아닌가? 그래, 맞다 맞어.
26
파블로프 「26」(러브락컴퍼니, 2014)
그런데...... 「26」도 선점당해버렸다. 이 블로그에서도 이야기하려다 너무 짜증이나서 포기해버린 파블로프가 올해 발표한 앨범이 「26」이다. 이 앨범 역시 멤버들 나이를 앨범 제목으로 붙였다. 음반사 보도자료를 보면 "앨범 제목 '26'? 그렇다. 이들은 26살이다. 남자 4인조 록밴드? 국제적 스탠더드. 앨범에 12곡? 전통적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밴드? 어딘가에 있을 법도 한데, 드물다. 여기에 좀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바로 이들의 1집은 서울 사내들의 밤과 섹스, 나머지 감정들에 대한 꽤나 솔직한 물건이"라고 적고 있다. (인용한 마지막 문장에서 비롯된 <한껏 조여진>의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한껏 짜증난다.)
아델이 혹시라도 2015년도 건너뛰고 2016년에야 앨범을 발표하게 되었을 때 「26」이라는 앨범 타이틀을 쓰지 않는다면, 그건 파플로프 때문이 되는 건가?
오늘은 아델 이야기인지, 앨범 타이틀 이야기인지, 커버/스토리인지 뒤섞여버렸다. 가을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업데이트 : 2014. 10. 25
WhiteQueen님의 댓글을 보자마자 거기에 답하는 대신 후다닥 업데이트합니다.
저는 가사가 없는 음악은 열심히 듣질 못해서 클래식이나 재즈를 힘겨워합니다. 해리 코닉 주니어의 음악 역시 그런 이유에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야기했던 내용의 핵심인 "앨범 발표 당시 나이를 앨범 제목으로 삼은 앨범"을 무려 세 장이나(!!) 발표했네요. 5년 단위로 내 나이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가지고 있지 않은 앨범이지만, 추가할 텍스트가 마땅하지 않고 또 디자인도 고려해 기본 사이즈로 올리겠습니다.)
20
Harry Connick, Jr. 「20」(Columbia, 1988)
25
Harry Connick, Jr. 「25」(Columbia, 1992)
30
Harry Connick, Jr. 「30」(Sony, 2001)
5년 단위로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는 시리즈 앨범 커버아트입니다.
그리고
11
Harry Connick, Jr. 「Pure Dixieland」 a.k.a 「Eleven」(Columbia, 1979. Re-released in 1992)
해리 코닉 주니어가 열한살 때 만든 통산 두 번째 앨범인데, 1992년 재발매되면서 최초 제목을 바꾸고 커버 아트도 새로 꾸며 나이를 강조한 앨범으로 만들어버렸다. 열한살 때 만든 앨범이라니, 해리 코닉 주니어는 신동이었어!를 강조하기 위해서였거나, 이 앨범 이후 발표한 위의 20 25 30과 같은 의미를 주기 우해서, 또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노린 앨범 타이틀 변경이다.
업데이트 : 2014. 12. 30
20
혁오 「20」(Sony, 2014)
휴고? 휵오? 휴고(Hugo)를 즐겁게 비튼 이름인 줄 알았는데, 정확한 발음은 '혁오'라고 한다. 보도자료를 보면 혁오는 밴드의 곡을 모두 만든 보컬 오혁의 이름이다. "전곡의 작사, 작곡, 편곡을 맡은 보컬 오혁은 십대 마지막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을 해외에서 보냈다. 20살이 되어서부터 서울에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hyukoh라는 이름으로 홀로 활동해오다가 마음 맞는 동갑내기 친구들과 밴드 hyukoh를 새롭게 시작했다"고 적고 있다.
20 이라고 적은 앨범 타이틀은 이 글의 주제와 맞게 스물 또는 이십대 초반을 상징한다고 한다. 다시 보도자료. "20. 누구에게나 설레는 숫자임에 틀림없다. 갓 스물을 넘긴 보컬 오혁과 그의 밴드가 데뷔앨범 제목을 20으로 정한 데에는 필연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20은 아직 설익은 청춘의 숫자이다. 본 앨범에는 10대의 마지막인 열아홉 살과 십대를 갓 벗어나 한참 어설픈 나이인 스무 살, 그리고 성년의 초입단계인 스물한 살에 쓴 곡들이 각 시기 당 2곡씩 묶여 총 6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과도기 나이인 스물은 특별한 시기이다. 막 10대를 벗어나 20대에 진입한 이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세상을 향한 모든 감각이 가장 확장되는 시기이자 경험의 스펙트럼이 이전과는 비교 불가하리만큼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