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Chairlift 「Does You Inspire You」(2008 / Columbia, 2009)


처음부터 체어리프트 Chairlift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시작은 젤라 데이 Zella Day였다. 영화 '더 파이니스트 아워'의 예고편에 흐르던 음악. 음악 찾아주는 여러 앱 가운데 내가 사용하는 사운드하운드를 켜고 탐색했더니 젤라 데이의 노래 <Compass>라고 알려준다. "Where you are, I will be"라고 노래하는 가사도 좋다.



유튜브에서 젤라 데이의 노래 몇 곡을 듣다 연관 페이지에서 발견한 체어리프트. 그래, 이 앨범, 우리나라에도 발매되었지. 그게 2009년이었다니, 시간 참 빠르다. (참고로, 2008년에 앨범을 발표하지만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 맺고난 후 2009년에 트랙을 수정해 재발매했다. 이 재발매본이 한국을 포함한 인터내셔널 발매반이다. 미안하게도, 그때는 체어리프트의 노래를 열심히 듣지 못했다. 여성 보컬이 있었던가 했으니까. (덕분에 이번 기회에 2016년 최신 앨범까지 제대로 파고들었다.) 늘 그랬듯, 하늘 향한 팔들을 모아놓은 이 앨범 커버만 기억났다. 솔직히 말하면, 내 기준에서 이 앨범 커버가 주는 충격이나 감동은 10점 만점에 2점 정도다. 밴드 로고 폰트도 그렇고, 손 배치도 그렇고, 음악이 어떤지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전체 설정도 좋게 평할 수준이 아니다.


그래도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은 앨범 커버를 떠올리게 해주었으니, 이 부분은 고맙다. 젤라 데이의 노래에서 체어리프트로 이어졌던 그 날의 기억.




Lucio Battisti 「Il Mio Canto Libero」(Numero Uno, 1972)

이탈리아어를 전혀 몰랐던 시절에도 묘하게 이끌렸던 루치오 바티스티. 그는 이탈리안 팝계에서 결코 제외할 수 없다. 우리나라 음악 팬들을 사로잡았던 전작의 대표곡 <I Giardini Di Marzo>의 감성 팝이 히트한 후 이듬해인 1973년에 발표한 이 앨범. 주간 앨범 차트 1위는 물론이고, 1973년 연간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이탈리안 팝의 황금기에 공개된 걸작이다.

체어리프트의 어정쩡한 두 팔에 비하면, 이 정도는 되어야 <어린이 노래>에서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이"라고 노래했던 나무의 느낌이 어떤 건지 알려준다고 하겠다.




Pearl Jam 「Ten」(Epic, 1991)

하늘 향해 벌린 팔의 모습을 커버아트로 형상화한 앨범 가운데 최고는 펄 잼의 1991년 앨범 「Ten」이다.

10점 만점에 10점인지, 앰프의 놉을 최대로 올렸을 때의 바로 그 10인지, 아니면 앨범 차트 10위권에는 들고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90년대 얼터너티브 10대 명반 가운데 하나가 되겠다든지, 아니면 이 모든 의미를 다 포함하고 있을 수 있겠다. 어쨌거나 실제로 거의 다 실현되긴 했다. 게다가 2013년, 그러니까 앨범 발표한 지 22년동안 꾸준히 팔려 무려 10 백만장, 즉 1천만장 판매를 기록한 다이아몬드 레코드가 되었다고 한다. 역시 텐이다.

그런데 앨범 커버를 보면, 혹시 다섯 멤버니까 팔이 열, 그래서 텐?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앨범 커버에서 각각 한 손만 올리고 있기 때문에 등장하는 손은 다섯이지만. 지금에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이 앨범 커버를 처음 봤을 때 NBA 농구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공중에 뜬 공을 잡기 위해 다투는 여러 손들 같지 않은가. 오, 그러고 보니, 그것이 갈망의 느낌과 연결되기도 한다. (오늘 나의 해석이 폭주해도 이해해주시길. 날이 더운 상태에서 글을 쓰려니 머리가 제대로 돌지 않는다. 긴 머리카락 사이로 땀도 흐르고......)


여기서 잠깐!!


나처럼 해석하는 사람이 많았을까?

2009년에 공개한 레거시 에디션에서는 커버 사진을 전신사진으로 교체했다. 이제야 제대로 손이 보인다. 같은 사진을 이용했나 했는데 손 모양이 약간 다르다. 이 무렵 포토세센 중 다른 컷을 사용한 모양이다.


Pearl Jam 「Ten」{Legacy Edition} (Epic, 2009)




이번 글을 위해 젤라 데이의  <Compass>와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이 / 무럭무럭 자라나는 나무들같이"로 진행하는 <어린이 노래>를 떠올렸는데..... 전체 글을 보니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아예 "팔!"이라고 할 걸 그랬나?

그러니까, 이런 앨범들...


Laura Marling 「Once I Was An Eagle」(Virgin, 2013)


쏠라티 「Moho」(Mirrorball, 2015)


FAWNN 「Ultimate Oceans」(Quite Scientific Record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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