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이제 곧 여름이다"로 시작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바다다!"로 시작하는 게 나을까? 잠깐 고민해봤는데, 그게 그거다. 제목이 뭔가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면 대충 둘러대도 상관 없겠다. 여름이든, 바다든, 둘 다이든, 이제 곧 (벌써?) 여름이 올 테고, 흥에 겨워 여름이 오면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라고 노래할 테지.



Weezer 「Weezer」(Atlantic, 2016)
1994년에 발표한 위저의 첫 앨범 제목은 「Weezer」였다. 2001년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도 「Weezer」였고, 2008년에 발표한 다섯 번째 앨범도 「Weezer」였다. 그리고 2016년이 되자 위저는 밴드의 네 번째 셀프 타이틀 앨범 「Weezer」를 발표했다. 피터 가브리엘 Peter Gabriel도 솔로로 나서서 발표한 1977년의 첫 앨범부터 1982년까지 네 장의 솔로 앨범에 모두 「Peter Gabriel」이라고 이름 붙인 적 있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피터 가브리엘의 앨범에 별명이 붙었다. 위저도 마찬가지. 앨범 커버 아트 컬러에 따라 Blue Album, Green Album, Red Album이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이번 최신 앨범은 White Album이라고 부른다. (위저가 해산하지 않는 한 분명히 그들은 「Weezer」라고 이름 붙인 앨범을 더 발표할 게 분명하고, 앨범 타이틀은 Black Album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50%쯤 가능성을 줄여본다면 Yellow Album일 테고. 30%쯤으로 줄인다면 Pink Album이 되겠지.)
흑과 백으로 처리해놓았기 때문에 파란 바다를 볼 수는 없지만, 이 앨범 커버를 통해 여름을 느낄 수는 있다. 멤버들을 작게 처리한 건, 혹시 노화가 심해져서?




The Saint Johns 「Dead Of Night」(Kemosabe Records, 2016)
아직 위키에 등재되지도 않았고, 올뮤직에서도 앨범 제목 하나만 달랑 있는 밴드 세인트 존스의 첫 정규 앨범. 찾아본 결과 아이튠스에서 이들의 바이오그래피와 트랙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를 클릭] 노래를 듣고 싶다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면 된다. [유튜브는 여기를 클릭]
앨범 커버아트는 위저의 White Album을 쏙 빼닮았다. 혹시...? 이 앨범 커버를 본 순간, 위저의 새 앨범과 너무나 닮아 그들의 딜럭스 에디션 커버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이 앨범 커버속 주인공들을 보면, 위저가 노화 때문에 멤버 사진을 작게 넣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이 친구들, 무척 젊은 편이거든.


Band Of Horses 「Why Are You OK」(Interscope, 2016)
'별이 쏟아지는' 커버아트를 가진 2010년 앨범 「Infinite Arms」(Fat Possum, 2010)으로 그래미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미국 록 밴드 밴드 오브 호시스 Band Of Horses가 이번에는 '해변으로 가요, 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 커버아트를 담은 새 앨범을 발표했다. (여자가) 수영복을 반만 입은 이유를 모르겠고, 두 사람 모두 얼굴을 가린 이유도 모르겠다. 어쨌든, 여름이고, 바다다.



위저의 앨범이 2016년 4월, 세인트 존스는 5월, 그리고 밴드 오브 호시스는 6월에 발표한 앨범이다.
점점 여름이 다가오니 바다를 커버아트 속에 집어넣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면, 나는 이내 여러 사람들에게 "뻥 치시네..."라는 비아냥 섞인 말을 들었을 게다. 이 블로그에서도 '바다'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별 희한한 앨범 커버를 다 만날 수 있다. 말하자면 바다는 시도 때도 없이 커버아트 속에 들어가는 이미지라는 뜻이다.
어쨌든 이 여름에 커버아트 속 바다라도 볼 수 있게 해준 여러 밴드에게 고마워해야겠다. 여름 바다를 가는 건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가는 것과 동급이라고 생각해온 나에게 아직 (아주 약간) 이른 이 시기에 여름 바다를 먼저 보여줬다. 생각해 보자. 가장 여름에 가까운 시절에 다녀온 바다는 언제였나. 어느 해였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8월 19일 아니면 20일 무렵, 비 내리던 폐장 직후의 강원도 어느 해수욕장이었다. 카메라를 가져갔다면 그럴 듯한 사진 한 장쯤 찍어올 수도 있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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