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월요일.... 12시가 가까운 시간. 아무 생각없이 방을 둘러보다 빈 박스들 사이에 처박혀 있던 엘피 미니어처 박스를 발견했다. 박스를 뜯는 데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고양이 녀석, 이 박스의 뚜껑도 고양이 발톱에 남아나질 못했다. 긁어 떨어진 박스 부스러기와 먼지. 하지만 엘피 미니어처 CD는 처음 발매될 당시 외피를 싸고 있던 비닐을 끝까지 활용할 수 있어서 먼지 쯤은 퇴치할 수 있다. 훅~
Blue [Life In The Navy] (RSO, 1974)
먼지와 종이 부스러기를 털어내고는 박스에서 집어든 음반. 오늘은 아직도 제대로 듣지 못한 70년대 록 밴드 블루 Blue의 이 음반을 들어보자.
<Sad Sunday> from the album [Life In The Navy] (RSO, 1974)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 <Sad Sunday>. 닐 영 Neil Young이 떠오르는 곡. 일요일이라 고른 노래가 아니다. 앨범에서 가장 좋은 노래. 덕분에 잊고 있던 일요일 노래들이 떠올랐다. <Gloomy Sunday>가 생각났고, 스콜피온스 Scorpions의 <Loving You Sunday Morning>이 생각났고, 그리고, 그리고, 꽤 맑고 밝은 목소리로 우리를 끌어들이지만 내용은 우울하고 무기력한 벨벳 언더그라운드 Velvet Underground와 니코 Nico의 <Sunday Morning>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내 일요일 노래에서 다시 블루로. 블루..... 같은 이름의 영국 남성 보컬 그룹이 있었지. 내가 좋아했던가? 음... 히트곡이 많은 친구들이었지만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전략과 관계되어 좋아하는 척을 했을 뿐인가 보다. 어쨌든 2000년대의 그들 역시 블루고, 이 1970년대 소프트 록 밴드 역시 블루다. (아, 앨범 제목을 보니 블루가 아니라 네이비인가...)
블루에서 끝이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재생한 블루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았을 게다.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새 음반과 비교적 최근 음반 소식을 알려주는 한 웹사이트를 뒤적거리는데 오티스 레딩 Otis Redding의 오래 전 앨범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발매한 2016년 앨범을 소개하고 있었다. 앨범 커버 속 사진의 질감이 좋지 않지만, 원본이 그렇다. 묘한 분위기. 때론 어둡긴 하지만 피부색을 드러낸 커버도 있긴 한데, 원본은 대충 이 정도 색상이다. 그러니까, 블루. (게다가 제목도 블루다.)
Sarah Bethe Nelson [Oh, Evolution] (Burger Records, 2017)
오티스 레딩과 비슷한 자리에서 소개한 사라 베스 넬슨 Sarah Bethe Nelson의 두 번째 앨범 [Oh, Evolution]. 사실 오티스 레딩보다 이 앨범 커버를 먼저 보게 되었는데 강렬한 푸른색에 단번에 끌렸다. 앨범 전체 사운드가 나를 잡아끌었다면 아마 올해의 앨범 커버아트의 한자리를 사라에게 내어주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쉽게도 인디 뮤지션 특유의 인디스러운 흐름과 단지 사라를 보조하는 의미에서 연주를 진행한 백 밴드의 사운드 등, 음악에서 그리 강렬하지 않다. 음악이 좋으면 형편 없는 커버도 좋게 보게 되지만, 이 앨범 커버아트는 선정의 귀찮음 같은 이유를 대며 이 앨범의 푸른색에 괜히 높은 점수를 주게 될 수도 있다. 블로그 포스트 숫자를 늘리기 위해 '2017년 전반기 커버아트 5' 같은 글을 쓸 가능성도 있다. 압도할만한 푸른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