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vericks [Brand New Day] (Mono Mundo Recordings, 2017)
- Art Direction & Typography : Kevin Dresser
시작은 이 앨범이 아니다. 좋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독특한 타이포그래피와 색감, 그리고 글자와 그림, 아티스트 이름과 앨범 타이틀의 배치 등이 꽤 좋은 편이다. 시작이 아니라는 말 뜻은, 단지 멋진 느낌이 이 앨범 커버에서 시작하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다. 이 앨범 커버를 처음 본 순간 내 머릿 속 생각. 어? 어디서 보았더라?
Elbow [Little Fictions] (Polydor, 2017)
- Illustration : Robert Frank Hunter
시작은 이 앨범이었다. 매버릭스보다 딱 네 달 앞서 발표한 엘보의 최신 앨범. 첫 앨범 때부터 지금까지 새 앨범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있기만 하면 좋은 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밴드.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올해의 앨범을 선정한다면) 올해의 앨범 가운데 한 장이다. 추천곡? 상대방이 어떤 종류의 훅을 원하는지 모를 때는 앨범 타이틀 곡이거나 첫 곡을 꼽는 게 안전하다. 이 앨범 추천곡을 이야기하라면 첫 곡 <Magnificent (She Says)>다. 의뭉스럽게 움직이는 베이스 라인이 좋다.
오리엔탈 쇼커스 <눈 감으면> (Ruby Records, 2015)
아. 붉은 하늘의 기원이 여기였나? 두 집을 쓰다 한 집을 정리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두 달 정도 조금씩조금씩 이사짐 싸듯 (때때로 이삿짐 풀듯) 청소중에 발견한 음반. 이 앨범은 디지털 싱글 온리이기 때문에 CD로 발매되지는 않았지만, 홍보용으로 제작한 CD를 구할 수 있어서 여기에 붙여놓았다. (디지털 싱글이라고 커버/스토리에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앞 문장에서 중요한 사실은 '발견한 음반'이다.)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스카이라인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는 있지만 커버아트에서 영감을 받을 요소는 거의 없는 편이다. 홍보용으로 제작한 CD라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이너의 이름은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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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붉은 하늘은 즐거운 분위기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살아돌아올 수 있을까 싶은 화성의 한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테고, 누군가는 '이야기의 크기에 비해 짜증나는 인터페이스와 진행과정 때문에 폭망한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어할 노 맨즈 스카이 No Man's Sky의 한 장면이 떠오를 수도 있다. (난 이 게임을 유튜브로 익혔기 때문에 이 게임에 결코 실망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거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게임의 구성 요소는 여전히 흥미를 끈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캐주얼하고 단순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유료로 하는 대신 남이 한 게임 영상을 유튜브로 보는 게 최대치라고 본다.) 아니면 핵폭발 이후의 지구? 그러고 보니 피가 난무하는 데스메틀이나 말도 안되는 SF 스토리로 떡칠을 하지만 듣는 즐거움을 주는 멜로딕 스피드 메틀의 앨범 커버아트들에서도 세기말 영향을 받은 붉은 하늘을 자주 본다. 그런 이유에서 상상할 여지는 별로 없다. 세기말에 불타는 하늘이라니... 가끔 불 붙은 채 떨어지는 혜성이나 천사, 악마, 드래곤이 추가된다면...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그래도, 붉은 하늘을 담은 커버아트들이 여전히 나에게 작은 상상의 여지를 준다는 점, 왠지 모를 불안을 자극해 긴장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좋다. 이쯤 해서,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를 주긴 하지만 핵폭발 낙진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은 피터 가브리엘 Peter Gabriel의 <Red Rain>을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아도 좋겠다. <붉은 노을>은 사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