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한자가 팝 앨범 커버아트를 만날 일이 별로 없는데, 만난다고 해봐야, 뭐, 별 일 있겠어?

 

처음에 이 글을 쓰려고 했을 때 소재와 주제는 "일분문화가 팝 앨범 커버아트에 끼친(끼치는) 영향"이었다. 영감을 제공한 앨범 커버는 안도 히로시게 또는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판화를 커버아트로 쓴 위저 Weezer 앨범 [Pinkerton] (DGC, 1996)이다.

 

Weezer [Pinkerton] (DGC, 1996)

워낙 유명한 화가의 판화를 가져다 써서 아트 디렉터가 필요 없었는지 "Art Assistance: Janet Wolsborn", 그러니까 어시스턴트 이름만 있다. 앨범 타이틀을 포함한 가사 손글씨는 "Kyung Hee Kim"이 썼다고 한다. 한국계인지 한국인인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이름, 한자도 어느 정도 추측 가능하다. (이거, 위저 팬들은 다 아는 이야기 아닐까? 흠, 그렇지만 난 '아직도' 모름.)

 

 

일본 + 앨범 커버아트 커버/스토리를 몇 년 동안 구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사이에 덜컥 발표해버린 위저(또, 위저다!)의 2018년 앨범 [Pacific Daydream]. 하, 이거 일본으로 봐도 무리 없겠지만, 더 크게 봐서 한자로 보기로 하자. 그래서 방향을 한자(漢字)가 팝 앨범 커버를 만났을 때로 틀었다는 이야기.

 

 

Weezer [Pacific Daydream] (Atlantic, 2017)

바로 그 위저의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은 Pacific Daydream을 그대로 옮긴 [태평양지백일몽 太平洋之白日夢]. 낙관은 위로 시작하는 걸로 봐서 위저의 중국식 밴드명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위슬악대 威瑟樂隊]다. ("위슬악대라니, 하하하하하! 골때리는군"이라며 웃지는 말자. Weezer를 한글로 '위저'라고 쓴 걸 어떤 나라 사람들이 보면서 "Weezer를 '위저'라고 쓴대. 골 때리는 글자인 걸!!"이라면서 웃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런 데다가, 이건 중국이 아니라 위저 측에서 쓴 것일 테니 웃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

 

 

 

Kids See Ghosts [Kids See Ghosts] (Def Jam, 2018)

* Takashi Murakami – creative direction, artwork, calligraphy

칸예 웨스트 Kanye West와 키드 쿠디 Kid Cudi의 프로젝트 듀오 키즈 씨 고스츠의 앨범. 이 앨범 앨범 타이틀이자 듀오의 프로젝트 그룹명은 한자로 그대로 번역한 [소해간도귀 小孩看到鬼]다. 귀신을 본 아이... 앨범 커버아트는 이전에도 칸예와 함께 작업했던 무라카미 타카시. 배경에 깔린 후지산은 우키요에의 대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그림에서 가져왔다.

 

음... 이거 나중에 제목 슬쩍 바꾸고 앨범 커버 순서 좀 바꿔 다시 포스팅 하면 "일분문화가 팝 앨범 커버아트에 끼친(끼치는) 영향"이 되겠다.

 

 

 

Blur [Magic Whip] (Parlophone, 2015)

* Artwork, Design – Tony Hung

밴드명 블러는 '모호 模糊', 앨범 타이틀 [The Magic Whip]은 [마편 魔鞭]. 역시 이 앨범 속 한자 역시 영어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앨범 커버아트에 대한 이야기는 위키 링크를 하나 걸어놓기로 한다. 이 앨범에 한국인에게는 흥미로울 법한 노래 <Pyongyang>이 있다. 평양. 블러의 앨범 한국 발매사인 워너뮤직코리아가 보도자료를 정리하고 보완해 올려놓은 글을 보면 대충 내용을 알 수 있는데, 가사 전체를 보면 그야말로 모호하다. 짧은 여행과 긴 중립의 시선, 그리고 아주 긴 선입견이 어울려 있다. 평양이라는 특정 지역이 아니었다면, 구절마다 특정한 색을 은유의 중심에 놓아둔 시로 봐도 되겠다.

 

 

이번 글 제목은 거창했지만, 사실 앨범 커버에 한자만 두고 이야기를 해서 별 새로운 게 없다. (항상.... 그랬다.) 문화나 숨겨둔 의미 같은 것까지 깊이 파고 들면 박사 졸업논문 열 편 쯤 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수박 겉만 핥듯, 앨범 커버아트에 있는 한자만 살펴보는 정도가 내 할 일.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여기서 끝.

 

 

 

오늘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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