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뒷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전투에서 패하다, 헤어지다... 또 무슨 뜻이 있을까.

아니, 정반대로, 전투에서 승리한 멋진 승리자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간다 같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이유가 많겠지.

 

뒷모습만 찍어서, 사진 제목을 "숨막히는 뒷태"로 적었던 누군가도 떠오른다. 그런 사진으로 숨이 막힌 적이 거의 없어서 그 사진들을 보며 정말 숨이 막혔는지 아닌지 따져보진 않았다. 그 대신, '뒷태'와 '뒤태', 어떤 게 맞는지에 대한 뒷 이야기가 있었던 건 기억한다. (뒤태가 맞다 한다.)

 

거기에서 착안한 숨막히는 뒤태, 앨범 커버/스토리.

 

최근 약속을 한 듯 한꺼번에 등장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은 앨범 커버아트가 뒷 모습을 담아냈다. 이 글을 쓰려고 앨범 커버를 정리하고 어떻게 글을 써나갈까 구상한 건 거의 두 달 또는 세 달 전이다. 앨범 커버 밑에 적은 정보로 알 수 있겠지만 지금 거론하는 앨범 커버는 모두 2019년 발표한 최신 앨범들이다.

 

최근 공개한 숨막히는 뒤태 커버/아트들이다. (덕분에 불필요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어, 무척, 좋다! 아, 포스팅 제목으로 이미 짐작했을 테지만, 오늘 실제 소재와 주제는 뒤태만 보여주는 건 신비주의 전략에서 가장 기초라는 점이다. 궁금하다면, 음악을 들어볼 것.

 

 

 

Bleu Jeans Bleu [Perfecto] (Not On Label, 2019)

캐나다 팝 그룹 '블뢰 장 블뢰'(정확하지 않다. 블루진을 입은 모습을 강조한 커버를 보면 '블뢰 진스 블뢰'일 가능성도 있겠다)의 앨범 커버. 뒷모습이 아니었다면 그룹 이름을 잘못지었다고 놀림 많이 받았겠다. 블뢰보다 루즈(rouge)에 가까우니까. 이런 아이러니를 즐기게 해준 건 좋다. 하지만 기존 커버아트들을 조금만 더 참조했다면 네 명 중 한사람을 클로즈업 하는 게 훨씬 더 자극하기 좋았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텐데.

음악을 들어보라고 했으니, 밴드캠프에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도록 링크 서비스 [클릭]

 

 

 

Craig Finn [I Need A New War] (Partisan, 2019)

미국 싱어송라이터 크레이그 핀의 최근 앨범. 사실 이건 뒤태라고 하기에 아주 많이 부족하지만 뒷모습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맞으니까 선택.

 

 

 

Cloudchord [Attunement] (Not On Label, 2019)

미안. 누군지는 몰라 몇 자 적을 수도 없네. 밴드캠프에 전곡이 올라와 있으니 직접 들어보길. 아, 앨범 커버아트의 여인은 클라우드코드의 멤버가 아닐 가능성이 99퍼센트.

(음악 들어보기를 위한 바로가기 서비스 [클릭클릭])

 

 

 

Prince [Ultimate Rave: Rave Un2 The Year 2000] (Legacy, 2019)

프린스가 워너를 떠난 후부터 그의 디스코그래피 정리 또는 암기를 포기해버렸다. 앨범 타이틀도 복잡하고 앨범 성격도, 주제도, 음악도, 스타일(아니, 스타일은 '언제나, 역시나!' 프린스 스타일이니 예외)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노래 제목을 기억하기도 어려워졌고, 정규 앨범과 비정규 앨범을 분류하기도 포기. 프린스 사후 모호한 앨범이 숱하게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 앨범은 2019년을 여는 첫 번째 사후 앨범일 게다. (이 이전에 또 있었나? 이후에 있는 건 확인했다.)

섹시스타 프린스답게 시대를 주름 잡았던 명성에 걸맞는, 그야말로 숨막히는 뒤태 커버의 정석. 그렇지만 조금 더 클로즈업을 했으면 더 많은 사람이 숨막히는 뒤태에 더 숨이 막혔을 게다.

 

 

 

Rob Thomas [Chip Tooth Smile] (Atlantic, 2019)

그렇지. 내가 프린스의 앨범 커버를 보며 이 정도 수준이면 어땠을까 했는데, 카를로스 산타나 Carlos Santana와 함께 한 명곡 <Smooth>의 주인공 롭 토머스(쏘리, 롭! 매치박스 트웬티 Matchbox Twenty 디스코그래피를 다 훑거나 롭 토머스 솔로 앨범들을 다 뒤적여봐도 <Smooth> 한 곡에 미치지 못한다면 굳이 다른 노래를 선택할 필요가 없어. 쏘리 쏘리.)의 네 번째 솔로 앨범.

그동안 자기 얼굴을 어찌나 크게 앨범 커버아트에 썼는지, 지금도 볼 때마다 두근두근한다니까. 멋있어서? 아니, 무서워... 그래서 이번 뒤태 커버는 좋아. 무섭지 않다고. 게다가 당신을 드러낼 수 있는 최적의 크롭이잖아.

 

 

 

The Mountain Goats [In League With Dragons] (Merge, 2019)

재미있는 앨범 커버아트로 등장해온 미국 인디 포크/록 그룹 마운틴 고츠의 최신 앨범. 모두 드래곤과 싸우러 가는 줄 알았는데 잘 보면 주인공(?)을 제외하면 모두 앞을 보고 있다. 드래곤은 아군인가 적군인가. 앞을 보고 있는 저 사람들은 아군인가, 적군인가.

그냥... 음... 이런 식으로 뒷모습을 보여주는 커버도 있다는 의미에서 선택했으니, 이 정도에서 패스.

 

 

 

Nick Murphy [Run Fast Sleep Naked] (Future, 2019)

쳇 페이커 Chet Faker 또는 니콜라스 제임스 머피 Nicholas James Murphy, 어느 걸로 불러도 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싱어송라이터 닉 머피의 최신 앨범. 이런 장소에서 이런 의상을 입고 (일부는 벗고) 뒷모습을 보여주며 뛰어가는 커버아트를 보면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의 앨범 같다. 사막이라는 점 때문에 러시 Rush를 떠올렸고,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를 떠올렸으나 이내 하늘과 사막의 구도가 지나치게 평범하다는 점에서 핑크 플로이드를 버리고 알란 파슨스 Alan Parsons 정도를 떠올렸다고 하기로 했다.

싱어송라이터라고 적은 걸 알아챘다면, 프로그레시브 록하고 거리가 멀 거라고 예상하는 건 기본이다. (오늘의 마지막 링크 서비스 [클릭]. 유튜브 링크이니 광고는 알아서 거르고 보길.)

 

 

그러고 보니, 신비주의 전략에 대해 한마디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조만간 클로즈업 뒤태에 대해 다시 거론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야겠다. 이거 하나 붙잡고 도대체 몇 달을 끌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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