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이삿짐을 싸다, 이삿짐을 풀다 시리즈에 넣을까 했지만, 그건, 음악으로 한정하는 게 좋겠다 싶어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

 

 

오늘도 눈에 밟힌 손택수의 시집.

 

시인이나 시에 감동을 받은 경우가 거의 없는 내 감수성으로 짐작건대

이 시집들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5만원 이상 사면 2천원 추가적립 같은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면 결코 살 리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 내게 "당신 감성이 너무나 메말라 다른 사람 마음을 1밀리미터라도 움직일 수나 있겠어? 당장 시집이라도 한 권 읽어봐!"라는 충고를 듣고 고개 끄덕거리며 산 것도 아닐 테고

올해 생일에 받았으면 하는 선물은 시집 한 권이라며 선물로 지정하지도 않았고

서점에 가도 책은 미루두고 CD 구경을 하거나 똥 덜 나오는 펜만 샀는데...

왜 시집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다,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적어내려가다, 문득,

 

혹시... 알라딘중고삽?

개인 판매자에게 몇 권의 책을 사려 했지만 무료배송 요건을 채우지 못해 한참 뒤적거린 끝에 우연히 손택수의 시집 두 권을 발견하고 추가해 결국 무료배송을 받았나? 한동안 책과 음반을 꽤 많이 샀다. 그때 휩쓸려 구입했나보다.

로그인. 구입기록을 검색해봤다. 있다. 그런데 판매자가 알라딘이다. 새 책이다.

 

 

정확히 9년전이다. 그때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내가 새 책을 구입한 게 확실해졌으니, 왜 손택수의 시집을 갖고 있는 걸까가 아니라 그때 손택수의 시집을 추천해준 이는 누구인가로 궁금한 내용이 옮겨갔다. 내가 시 이야기를 한 게 도대체 언제인가. "벗이여, 나의 근황은 위독하다. 위문와다오."로 시작하는 황지우의 시 <근황>을 인용했던 시절? 지금도 가끔 달을 보면 생각나는 그가 마지막까지 마음 아프게 읽어내려갔던 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추천한 이도, 나눈 이야기도 기억 나지 않는다면, 아마, 뜬금없이, 가입한 커뮤니티 글들을 돌아가며 읽다 추천한다며 올린 글을 읽고 샀거나, (단 한 번도 겪지 않은 일이지만) 시 한 수 덜렁 적어 올린 게시물을 읽고 혼자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샀거나.

 

그런 시절도 있었구나. 옛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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