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오늘은 제102주년 3.1절 기념일.

 

그날을 기념하며 희귀한 앨범 커버 한 장을 소개한다.

바로 태극기 앨범 커버다.

 

한국인이라 해도 태극기를 음반 커버아트에 쓰려고 한다면 우선 검열을 하게 된다. 어떻게든 국기를 변형할 텐데 칭찬 가능성만큼 비난 가능성도 있다. 멋지게 디자인으로 녹여냈다고 하더라도 (실제 그런 음악이 아닌데도) 지나친 국뽕(!) 앨범으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현실이 이런데, 외국인이 태극기를 앨범 커버아트에 사용했다? 그건 어떤 의미일까?

 

 

Dennis Davison [The Book Of Strongman] (Pretty Plague, 2020)

미국 인디 록 뮤지션 데니스 데이비슨 Dennis Davison이 2020년 10월 무렵에 발표한 앨범 [The Book Of Strongman],

 

이 앨범을 처음 발견했을 때 도대체 한국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찾아보느라 지금까지 미뤄뒀다. 앨범 첫 곡 <Strongman And Sonny James>의 가사를 보면 이 앨범 커버아트 이미지를 구성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배경은 한국전쟁이다. 한국 전쟁에 참전한 스트롱맨이 그의 친구 소니 제임스와 함께 전쟁을 겪은 이야기를 앨범의 주인공인 데니스 데이비슨에게 이야기해준 내용이 노래 가사다. 처음에는 '스트롱맨'이 독재자의 의미이며, 실제 한국 전쟁에 참전한 컨트리 가수 소니 제임스가 주인공인줄 알았다. 하지만 데니스 데이비슨이 홈페이지에 올려둔 리뷰를 모조리 읽어본 결과, 스트롱맨은 데니스 데이비슨의 아버지를 말하고, 소니 제임스가 실제 그 가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스트롱맨의 친구라 했다. 스트롱맨이 전우 소니 제임스와 함께 겪은 한국전쟁 이야기를 은유의 이미지로 표현한 노래였던 셈. 이를테면, 누런 배(*황인종을 뜻함)를 드러내고 죽은 채 피를 쏟고 있는 장면, 전쟁터에서 도망쳐 집으로 돌아온 학도병, 부산항 이야기들이 한국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보여준다. 이런 여러 이야기 조각들이 앨범 커버아트 이미지에 녹아 있다.

 

[The Book Of Strongman]은 직소 씬 Jigsaw Seen이라는 밴드에서 활동하던 데니스 데이비슨이 발표한 첫 솔로 앨범이다. 아쉽게도, 커버 일러스트를 담당한 이에 관한 정보는 찾을 수 없다. 한 곡을 제외한 모든 곡을 작곡하고 모든 악기를 연주했는데, 혹시 커버 아트웍도?

 

 

* 밴드캠프가 제공한 공유 기능을 활용해 음원을 링크했는데, 자꾸 설정이 풀려 수록곡 전체가 보이질 않습니다. 파이어폭스 버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목을 눌러 밴드캠프로 직접 가서 듣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첫 곡 <Strongman And Sonny James>부터 재생됩니다.

 

 

 

 

* 생각해 보니, 이 앨범은 한국전쟁일에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 뻔 했다. 그래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었던 이 날, 우리에게도 흔치 않은 태극기 커버 아트를 소개하면 나름대로 의미 있겠다 싶어 삼일절에 그냥 공개하기로 했다. (6.25에 다시 꺼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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