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Dar Williams [I'll Meet You Here] (Renew, 2021)

* design by Sheila Sachs | photographs by Ebru Yild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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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크팝 아티스트 다 윌리엄스의 최신 앨범. 포트레이트 사진을 주로 찍어왔던 터키 출신 포토그래퍼 에브루 일디즈 Ebru Yildiz답지 않게 깊고 푸른 물이 전체를 압도한다. 아티스트는 아주 작다. 색감도 좋고 구도도 좋은데, 흔들리는 물결 때문에 멀미가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라고 "빨간... (베일)"이라고 이름 붙인 글에 쓴 적이 있다.

당연하게도, 그때 내 관전 포인트는 빨간 베일이었다. 오늘은 색은 색이되 빨간색이 아니라 깊고 시퍼런 물 색이다. 별 다른 장비 없어도 편해 보이는 자세를 감안하면, 저 사진 속 물은 그리 깊지 않을 수 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온갖 폐수로 시커먼 개천인데 파란 하늘을 반영시키면 천상에 흐르는 시냇물처럼 보이는 경우. 그렇지만 보이는 장면으로만 보면 깊이를 알 수 없어 무섭다.

 

 

그런 공포를 이용한 게 아닐까 싶은 또 한 장의 앨범 커버.

 

 

NF <MOTTO> [single] from the album [Hope] (NF realmusic, 2023)

다 윌리엄스 앨범 커버에 비해 불안해 보이는 뗏목. 그리고 잔잔하지만 뭔가 움직임이 있다. (뗏목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결국 더 흔들리고, 더 불안하다. 저 물은 얼마나 깊을까. 미국 래퍼 NF는 알까?

 

 

 

SZA [SOS] (Top Dawg Entertainment, 2023)

이건? SZA는 알까?

SZA의 물도 깊이를 알 수 없다. 일렁거리는 파도. 그렇지만 여전히 호수인지 바다인지 모르겠다. 다른 커버들과 달랐던 건 저 하얀 보드가 수영장 점프보드 같은 설치물일까, 혹시 경비행기 날개? 혹시 이중촬영? 등등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이미지 외에 다른 걸 아직 못 봤다. 아직 CD 버전도 공개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아무튼... 새로운 이미지가 나오면 그때 파악해 보기로 하고.

 

멍든 것 같은 저 시퍼런 물 색은 여전히 무섭다.

 

 

 

 

 

처음에는 그냥 비슷한 느낌 커버들이라고 생각해 나열해 봤는데... 보면 볼수록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생각들이 저 깊은 물속에 처박혀버렸나. 아니면, 내 뇌가 요즘 조금 난해해졌던가. 그런 날들이 이어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건 저 물속만이 아니다. 내 생각도 깊이를 모르겠다. 흔들리고 이어지고 다시 흔들리고... 출렁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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