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기록 차원에서 정리하는 오늘의 일기

 

 

너 누구냐?

 

1. 알뜰폰 개통

데이터 사용(과, 말하면 어유 정말 열심히 산다 소리 들을 용건) 때문에 본 번호 말고 쓰는 알뜰폰이 하나 있다. 150기가 데이터 24개월 제공 같은 조건이 생긴 4월. 거기에 혹해 번호이동을 했다.

유심은 쓰던 걸 초기화시켜 재활용.

 

 

2. 개통 끝나 자고 일어났더니, 이거 뭐..... 국제 스타가 되어버렸다.

이전에도 거의 쓰지 않는 폰이라 전화 올 곳이 없을 텐데, 아주 난리가 났다. 혹시 미국발 소식을 실시간 전해주려는 미국소식통의 급전? 아, 글쎄, 핵 포기하겠다고, 립서비스면 될 건데, 그걸, 문서로 남겼대! 같은 소식. 당연히 그럴 리 없다. 중국과 스리랑카에서 올 전화는 있지만 이 폰 번호는 상대방이 모른다.

"국제전화입니다. 국제전화입니다"라는 음성 안내가 연신 울린다.

 

3. 응? 엘지 정보유출에 나도 속했던 건가?

엘지가 더 이상 유심교체는 없다며 정보유출 지원 서비스를 중지한 게 이틀 전인가, 사흘 전인가. 그래도 혹시 몰라 검색했다. 080 번호가 있다. 굳이 이 번호로 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걸어봤다. 점심시간이라네... 끝나길 기다려 다시 걸었다.

 

- 그쪽 : 번호 불러주시면 조회해 드리겠습니다.

- 나 : 010-○○○○-○○○○

- 그쪽 : 가입 고객이 아닙니다.

- 나 : ??? 전에 쓰던 거 해지했다가 이번에 초기화해서 다시 쓰는데, 가입하자마자 스팸이 난리가 났어요. 그 사이에 유출된 것도 있다고 하는데 나도 해당되는 거 아닌가 알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 그쪽 : 가입 고객이 아니라고 뜹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가입하신 알뜰폰 쪽으로 연락하세요.

- 나 : 현재 알뜰폰 고객센터에 연락하면 확인이 가능하단 뜻인가요?

- 그쪽 :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가입 고객이 아니라서 이쪽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평생 고객센터 전화 이력에서 이렇게 단호한 목소리는 처음 듣는다.

네, 네, 고객님, 정보유출에 마음이 아프셨겠어요... 네, 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드릴게요, 네네... 뭐, 이런 식으로 우대해 달란 소리가 아니다. 엘지에서 정보 유출이 있었고, 엘지망 유심을 쓰고 있는 내 정보가 털렸는지 정보유출 확인을 해달라는 건데... 뭐지??? 유심 구걸할까 봐 그랬나??? (나... 유심 살 돈 정도는 있어요 ;;;;)

엘지씨, 이렇게 대응할 거면 그 080 번호 폐쇄해도 되겠는데요?

 

4. 현재 알뜰폰 고객센터

걸어봤다. 점심시간이라네... 엘지보다 시작과 끝이 30분씩 늦다... 끝나길 기다려 다시 걸었다.

- 음성안내 [정확하지 않은 기억으로 회상한 안내 멘트] : 어쩌고저쩌고... 고객이 많아 전화응답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11시, 점심시간 종료 직후, 오후 5시 이후, 월요일과 금요일, 월말과 월초는 통화량이 많아 연결이 어렵습니다.

??? 그럼 이 시간들을 제외한 시간에는 한산해요??? 전화 받을 수 있어요?

아. 내가 점심시간 직후에 전화를 했네, 그려. 5분 정도만 해보고 말자 싶어 기다리는데...

 

- 음성안내 [이것도 회상인데 거의 근접했다고 봄] :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계속 기다리시려면 1번, 종료하시려면 2번을 눌러주세요.

 

??? 종료하려면 크고 선명한 빨간색 종료 버튼을 누르지 왜 2번을 눌러요???

그런데.... 2번을 눌러 종료해 버렸다. 웃어서 졌고, 2번을 눌러서 졌다. 그나마 덜 화나는 건 이 고객센터 전화는 씩씩거리며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연결불가라면서 강제로 끊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은 점이다.

 

 

5. 결국

정보유출 확인은 못했고

알뜰폰 고객센터 연결이 어렵다는 건 또 확인했고

 

 

 

 

 

 

6. 에필로그

콜센터 상담원, 주은 씨 -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박주은, 애플북스, 2020

 

내용은 내 생각 범위를 넘어가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으면서도 쉬운 문체 때문에 후루룩 읽어버린 책. 그거 말고 다른 이유가 또 있었겠지. 내가 밑줄 그어놓은 부분은 12곳인데 그중 하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콜센터에 관한 글은 크게 두 가지다. 진상 고객 또는 상담원의 불친절에 관한 이야기.

 

맞다. 나는 정보유출에서 시작했는데, 결국 내 평생 들어본 적 없는 단호한 목소리와 대응을 보여준 상담원의 불친절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렇지만 마지막은 종료버튼에서 웃어버린 이야기다. 주은 씨의 예측은 맞지도 틀리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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