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처박아뒀는지 모르겠다. 내 디지털 카메라. 요즘 누가 디지털 카메라를 쓰냐, 이런 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다. 사진이라고 해봐야 식탁 위나 방바닥에 CD 한 장 얹어놓고 찍거나, TV 바라보는 고양이 사진 같은 스냅사진용이라 디지털 카메라까지 필요 없다. 내 카메라는 서드파티 제품이고, 렌즈는 번들. 장비가 있어봐야 제대로 쓰지 못할 실력이란 걸 잘 안다. 딱 내게 맞는 카메라다. 꺼내 봐야 별 효용이 없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래도, 꼭 갖고 싶은 디지털 카메라가 있다. 당ㅇ에 관심물품으로 올려놓고 알림을 받고 있지만 결과는 늘 판매완료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 있을 때 사려 하는데... 가능할까.)
내가 찍은 사진들은 대개 초점이 맞지 않은 흐릿한 사진들이다. 가끔 커뮤니티 사진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어떻게 저리 쨍한 사진을 찍었지 싶다. 내 사진을 다시 본다.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하며, 수전증은 없지만 손에 힘이 없는지 늘 흔들린다.
흔들린 사진들은, 때때로, 전문 포토그래퍼에게 고유 기법이 된다.
이런 사진으로 앨범 커버로 사용한 음반을 떠올리자니 (내 기억력이 부족해) 여러 음반을 줄줄줄 늘어놓지는 못하겠다. 당장 떠오른 커버는 밥 딜런 Bob Dylan의 [Blonde On Blonde]다.
* photographer: Jerry Schatzberg | art director: John 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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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미지로 보면 크게 낯설지 않지만, 이걸 가로 x 세로 30cm짜리 LP 커버아트로 보면 깜짝 놀랄 법한 사진이다. 당대 최고 뮤지션 밥 딜런이 이런 커버를 왜 썼을까 싶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단순하면서 확실한 이유는... 밥 딜런이 이 사진을 쓰고 싶어했다고 한다.
밥 딜런은 모든 앨범 커버아트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아티스트니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 소개할 음반들도 천천히 들어주시고.
초점 맞지 않은 사진을 쓰는 게 최신유행일까 싶을 정도로 최근 올뮤직 뉴스레터는 흔들린 사진을 쓴 커버아트가 많아 오늘은 그 커버들만 한자리에 모아보기로 한다.
* art direction + photography : Nancy Rankin Escovedo | layout : Nathan Go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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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로 에스코베도의 아내 낸시 랜킨 에스코베도가 촬영한 사진이다.
흐릿한, 음악은 또렷한
앨범 타이틀만 봐도 흔들린 이유를 알겠다.
알겠지만, 이건 흔들린 사진이나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이 아니라 일부러 (얼굴만) 흔든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