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오늘의 배경음악

 

 

클레어 에른스트. 2000년생 미국 싱어송라이터.

해외 새 음악은 뭐가 있나 뒤적거리다 발견했다. 음악? 글쎄, 꾸준히 신곡을 체크하거나 음악 활동을 추적해 온 아티스트는 아직 아니라서 음악은 관심에서 약간 비껴 나 있었다. 하지만 (누가 커버/스토리 아니랄까 봐) 앨범 커버를 보는 순간.

 

 

Claire Ernst <Me At The Moment> (single) [Sea Gayle Music, 2024]

 

오늘의 배경음악을 담은 오늘의 커버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은 없다. 그래도 눈이 시원하다. 새파란 하늘과 구름 몇 점과 푸른 초원과, 음료수...

 

어, 이건?

 

 

 

 

1.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XP 배경화면 (2001)

 

윈도 XP 기본 배경화면 'Bliss'

 

2001년에 공개한 윈도 XP의 배경화면은 'Bliss'라는 이름을 가진 사진이다. 처음에는 합성 이미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진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본 이미지라는 말도 있다. 내가 이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그렇다고 치자. 이 이미지가 공개된 게 벌써 20년 전. 2000년생 싱어송라이터와 동년배다. 그가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를 건드릴 줄 아는 나이에 이 화면을 봤을 수도 있겠다.

정말 그 시절의 기억이 남아 이런 오마주 커버아트로 화답한 걸까?

 

그게 아니라면...

 

 

 

2.  BLIND FAITH [Blind Faith]  (1969)

 

나, 무척 소심해졌네... 이런 이미지를 쓰다니...

 

도서 『라이선스LP 연대기: 비틀스에서 딥 퍼플까지, 퀸에서 너바나까지』, 윤준호,윤상철,김주희, 서해문집, 2021.

금지곡, 에디션별 커버아트 변형, 그리고 검열 때문에, 아니면 검열당할까 봐 커버아트를 바꾼 경우, 등등 국내 제작반의 여러 상황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그 책의 홍보 이미지 속에 블라인드 페이스 Blind Faith의 커버아트가 있다. 이 앨범 커버아트는 아주 유명한데, 지금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원본을 손상시킨 게 잘한 생각 같기도 하고... (나를 보라. 나 역시 검열에서 손을 빼려고 이런 이미지를 쓰고 있지 않은가.)

소녀를 모두 지우고 하늘과 초원만 남긴 한국 발매 커버아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어쩌면 오리지널 커버아트를 오마주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싱글 커버에 배경 이미지만 있다면 달리 생각할 게 없는데 뜬금없이 주스를 따르고 있는 아티스트를 등장시켜 뭔가 다른 의미가 있지 않겠나 고민하게 만든다.

그런데 무려 50년도 넘은 이 앨범 커버아트를 오마주 할 생각을 했을까? 아닐 게다. 우연히 비슷해진 경우겠지.

 

 

그게 맞다면...

 

 

 

3. 셀프 오마주 또는 리사이클 (2022)

 

떠오른 마지막 가능성, 바로 자기복제다.

 

Claire Ernst <Flowers> (single) from the EP [Sophomore Slump] (2022)

 

Claire Ernst [Sophomore Slump] (EP) (Sea Gayle Music, 2022)

 

 

 

 

클레어 에른스트는 어디에서 최신 싱글 커버아트 아이디어를 가져왔을까?

혹시 물어볼 기회가 있는 분은, 농담처럼 물어봐주길 바란다. (이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 농담이어야만 하니까. 그리고 이 글도 농담으로 시작해 농담으로 끝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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