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새 음악은 뭐가 있나 뒤적거리다 발견했다. 음악? 글쎄, 꾸준히 신곡을 체크하거나 음악 활동을 추적해 온 아티스트는 아직 아니라서 음악은 관심에서 약간 비껴 나 있었다. 하지만 (누가 커버/스토리 아니랄까 봐) 앨범 커버를 보는 순간.
오늘의 배경음악을 담은 오늘의 커버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은 없다. 그래도 눈이 시원하다. 새파란 하늘과 구름 몇 점과 푸른 초원과, 음료수...
어, 이건?
1.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XP 배경화면 (2001)
2001년에 공개한 윈도 XP의 배경화면은 'Bliss'라는 이름을 가진 사진이다. 처음에는 합성 이미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진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본 이미지라는 말도 있다. 내가 이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그렇다고 치자. 이 이미지가 공개된 게 벌써 20년 전. 2000년생 싱어송라이터와 동년배다. 그가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를 건드릴 줄 아는 나이에 이 화면을 봤을 수도 있겠다.
금지곡, 에디션별 커버아트 변형, 그리고 검열 때문에, 아니면 검열당할까 봐 커버아트를 바꾼 경우, 등등 국내 제작반의 여러 상황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그 책의 홍보 이미지 속에 블라인드 페이스 Blind Faith의 커버아트가 있다. 이 앨범 커버아트는 아주 유명한데, 지금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원본을 손상시킨 게 잘한 생각 같기도 하고... (나를 보라. 나 역시 검열에서 손을 빼려고 이런 이미지를 쓰고 있지 않은가.)
소녀를 모두 지우고 하늘과 초원만 남긴 한국 발매 커버아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어쩌면 오리지널 커버아트를 오마주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싱글 커버에 배경 이미지만 있다면 달리 생각할 게 없는데 뜬금없이 주스를 따르고 있는 아티스트를 등장시켜 뭔가 다른 의미가 있지 않겠나 고민하게 만든다.
그런데 무려 50년도 넘은 이 앨범 커버아트를 오마주 할 생각을 했을까? 아닐 게다. 우연히 비슷해진 경우겠지.
그게 맞다면...
3. 셀프 오마주 또는 리사이클 (2022)
떠오른 마지막 가능성, 바로 자기복제다.
클레어 에른스트는 어디에서 최신 싱글 커버아트 아이디어를 가져왔을까?
혹시 물어볼 기회가 있는 분은, 농담처럼 물어봐주길 바란다. (이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 농담이어야만 하니까. 그리고 이 글도 농담으로 시작해 농담으로 끝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