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Neil Young with Crazy Horse [Fu##in' Up] (Reprise, 2024)

* paintings : Mazzeo | art direction : Jenice 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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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영이 올해도 새 (라이브) 앨범을 발표했다. 1년이라도 공백이 생기면 사는 이유가 사라져 버리기라도 하듯 매년 정규 앨범이든, 라이브 앨범이든, 그것도 안 되는 상황이면 아카이브 시리즈로 과거의 녹음을 꺼내놓는다. 비슷한 수준의 앨범을 발표해 다행이긴 한데, 고만고만한 앨범을 계속 공개하는 것보다 평론가고 팬이고 두 손 들어 환영할 엄청난 앨범 한 장을 긴 시간 들여 만들어내는 건 어떨까 싶다. 하지만 뭐... 그런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낸다면 세상은 명반만 있는 웃기는 상황이 되겠다. 그냥 듣기로 하자. 하향평준화로 향하면 다작을 비난하겠지만, 매 앨범이 한 번은, 맞다, 적어도 한 번은 들으며 좋아할 여지는 준다. 그나마 다행이다.

 

 

 

Deftones [White Pony] (Maverick, 2000)

* art direction + design : Frank Madd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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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영의 앨범 커버를 보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앨범 커버는 데프톤스의 2000년 앨범이다. 설마... 이건 말이 아닌 '포니'라고 따지진 않겠지? 그냥 말이라고 치고, 그냥 실루엣으로만 볼 수 있는 말이라고 치자.

외국에서 태어나 영어만 쓰며 살다 스무 살에 한국에 들어와 한국말 배우느라 고생인 조카는 데프톤스를 좋아한다고 했다. 녀석, 월드뮤직이나 민속음악을 좋아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민속의상을 입고 추는 춤을 잘 춘다. 서는 위치도 센터(!)다.) 무슨 곡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려는데 최대 히트곡 제목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데프톤스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다. 나는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고, 싫어하지 않는 정도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때 떠오른 곡은 <This Love>였다. 이봐, <This Love>는 데프톤스가 아니라 판테라라고! 히트곡도 모르는데 무슨 음악 이야기? 하며 콧방귀 뀔까 봐 내 쪽에서 말을 끊었다.

 

 

 

Muse <Knights Of Cydonia> (cd promo single) (A & E, 2006)

우주 폭발을 경험하게 해 준 히트 앨범 [Black Holes And Revelations] (Warner, 2006)에서 싱글 커트한 <Knights Of Cydonnia>의 홍보용 싱글 커버다. 실제 싱글은 컬러풀한 말을 그려놓았다.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어, 오늘 말 실루엣 이야기는 여기서 끝!

 

 

 

 

 

 

 

이 아니다.

 

역동적인 이미지로 쓰기 좋은 말을 이렇게 실루엣으로만 등장시키는 건 좀 섭섭한 일이다.

 

우선, 전에 올해(2014)의 앨범 커버아트로 선정했던 헤븐 셸 번의 [Veto]가 먼저 생각난다. 이 앨범도 그렇지만 말이 등장하는 앨범 커버아트는 묘하게도 여성 뮤지션 또는 여성 모델과 함께 등장한다. 그 덕분에 NSFW 이미지가  되어버린다. 이게 단점일까? 정말?

 

그렇지 않다. 뽑아놓고도, 도발의 수위 때문에 올릴까 말까 망설이며 미루고 미루다 아직도 미공개/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는 글이 꽤 있는데, 그중 하나가 비욘세 Beyonce의 최근 앨범 [Renaissance]다. 이 앨범 커버는 '올해(2022년) 우리를 도발한 음반  커버 아트'였다.

 

Beyonce [Renaissance] (Sony, 2022]

 

진짜 말이 등장하지 않아 조금 덜할 수 있는데,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비욘세의 도발이 더 드러나는 앨범 커버아트다. 트릴로지의 첫 앨범 이후 2024년에 발표한 두 번째 연작 [Cowboy Carter] (Sony, 2024)는 말도 사람도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으로 커버에 등장했다. 세 번째 앨범은 더 안심할 수 있는 커버가 되리라 믿는다.

 

 

 

Shania Twain [Queen Of Me] (Republic, 2023)

* Louie Banks : photography | Jerry Heiden : package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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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나이어 트웨인 Shania Twain의 2023년 앨범도 말과 여인이다. 이 앨범 역시 비욘세에 이어 '올해(2023년) 우리를 도발한 음반  커버 아트'로 뽑아놓았다. 앨범 커버와 북릿 속 이미지도 그렇지만, 셔나이어 트웨인이 이 앨범 홍보를 위해 찍은 사진을 봤다면 올해의 도발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인정할 게다. 음악지에 실린 기사용 홍보 사진을 찾아보길.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말 커버아트 가운데 하나.

 

Stevie Nicks [In Your Dreams] (Reprise, 2011)

* creative direction : Dave Stewart | art direction and design : Stephen Walker | photography : Kristen Burns, Dave Stewart | logo design : Joel Bajr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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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되어야지. 실루엣으로는 조금 부족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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