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라 비 에 페뜨 드 모흐소 뀌 느 스 주아뉘 빠
La vie est faite de morceaux qui ne se joignent pas

 

Françoise Hardy <Modern Style (feat. Alain Delon)> from the album [(Parenthèses…)](Virgin France,  2006)

 

가끔 이어폰을 끼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거나 다 내려놓고 쉬고 싶어질 때처럼, 거창하고 정확한 상황은 아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진 순간 정도? 그럴 때 찾는 노래가 몇 곡 있다. 프랑스 아티스트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노래도 그 가운데 하나다. 둥둥 떠다니는 프랑스 언어들... 반복하는 저 단어의 흐름 때문에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 (긁어 붙이면 해석해 주는 구글번역이 "인생은 서로 맞지 않는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라고 알려준다. 가사도 심오하다.)

 

이 노래를 기억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예전에 서로 오가던 한 블로거가 '프랑스어의 매력을 알려줄 노래' 비슷한 걸 찾고 싶어했던 적이 있다. 10년도 훨씬 전 이야기다. 그 블로거의 확인 가능한 마지막 글이 2012년이니 15년 전 쯤이라고 하면 되겠다.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음반에 푹 빠져 있던 나는 그 글을 보자마자 "<Modern Style>"을 외쳤다.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음색이 매력적인 데다가 영화배우 알랭 들롱 Alain Delon의 저음 내레이션은 숨 막힐 만큼 멋졌다. 완벽한 추천곡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댓글 썼다 지우길 스무번 정도 해야 간신히 하나 남길 정도로 소심했던 나는 당장 추천하진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이다. 왜냐하면... 내 스마트폰에 저장한 FLAC 파일을 재생하면서 내 귀에 적당하게 맞춘 이퀄라이저 세팅이 다른 사람과 같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이 최고의 음악 앱이라며 poweramp를 쓰고 있을 때 난 유명하지 않은 n7player를 썼다. (둘 다 쓰는 지금도 마찬가지.) 하지만 대세라니 한번 써 보자는 심정으로 파워앰프를 설치했는데... 그동안 감동하며 들었던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Modern Style>이 아니었다. 아무리 이퀄라이저를 건드려봐도 느낌이 오질 않았다. 추천했다 욕 먹을 뻔 했다 싶었다. 스무 번의 쭈뼛거림이 도움 될 때가 있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알랭 들롱...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이 배우 이름은 아랑 드롱이었다.

일본 영향을 받았나 싶어 '지금' 찾아봤다. 아란 도론(アラン ドロン). 아랑 드롱과 친척급 관계다. [* drum = 도라무(ドラム)도 비슷하다.] 내가 조금 어렸을 적에 프랑스어를 배웠으므로 그때부터 아랑 드롱은 알랭 들롱이 되었다. 멋진 영화배우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의 영화는 없다. 이상하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은 결코 아니다. 한국영화도 잘 모르는데 프랑스 영화를 내가 좋아했을 리 없다. 그렇지만 멋진 얼굴에 멋진 목소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Modern Style>에서 알랭 들롱의 내레이션은 대단한 힘을 가졌다. 그때 추천을 해야 했었나...

 

 

슬프게도...

프랑수아즈 아르디는 2024년 6월에 세상을 떠났고,

알랭 들롱은 2024년 8월에 세상을 떠났다.

 

맞지 않는 조각들을 맞춰가며 살아온 인생일 테지만, 어떻게든 맞추려고 노력한 삶이었을 테다.

이젠 더 이상 맞지 않는 조각 맞추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될 곳에서 평온하게 지내길, 빈다.

 

남은 우리는... 라 비 에 페뜨 드 모흐소 퀴 느 스 주아뉘 빠...를 읊조릴 테고.

그는... 두 사람의 노래에서 멋진 프랑스어 목소리를 찾길, 빈다.

 

francoise 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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