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든 DVD든 불법으로 복제하거나 다운받아서 듣지 않고
정상적인 돈을 지불하고 한장 사준다고 해서
우리나라 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렇다고 불법복제를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6개월, 1년? 정확하지는 않지만 조금 긴 음악관련 앙케이트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아래 문장을 구글에서 찾아보면 누구의 것인지 모를 앙케이트들이 좌르륵 나올 게다.)
32.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이 앙케이트에 대한 장문의 대답을 다 썼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할 수 있는 건 이 앙케이트가 거의 자랑 수준의 앙케이트라는 생각에 포스트를 삭제해버린 것과, 저 질문에 대한 답 뿐이다.
그때 저 질문에 대한 답만은 확실히 기억한다.
"불법 다운로드면 불법 아닌가. 질문을 바꿔라." 라고 썼다.
듣고 싶으면 사서 들으면 되는 거고, 한곡만 좋아서 도저히 못사겠다면 안 사고 안들으면 그만이다. 정말 듣고 싶은데 돈이 없거나 구할 수 없다면 돈을 만들 때까지 미뤄두거나 정 못참겠으면 다운 받으면 되는 것이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이것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쓸 일이 있을 테니 나중으로 미뤄두자.)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운 받아서 듣거나 보는 것이 정당한가 정당하지 않은가가 아니라
사진을 찍어 올린 저 홍보 문구를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는 이야기다.
정말 싸진 것은 맞다. 2Disk DVD인데, 소비자가격이 14900원이라면 확실히 싸다.
수입음반 한장 값도 안된다.
인터넷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저 가격에 파는 곳이 있다면 DVD를 팔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사는 매장이거나, 여기 오는 놈들은 정상가격으로 팔아야 사는 놈들 뿐이라고 생각하는 매장일 테다. 그러니 소비자 가격은 무시해도 좋다. 실제로는 더 싸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홍보딱지를 보면
"와우! 정말 싸군!! 관심 없는 타이틀이지만 싸니까 싼 맛에 한번 사볼까?"
라는 생각이 절대로 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다운받는 사람이 너무 많은 이유가 DVD의 가격 때문이라면
처음부터 25000원대로 가격을 매길 것이 아니라 15000원에 붙였어야 했다.
이제서야, 너네 다운 받지 말고 값도 싼데 사라. 응?
이런 식으로 홍보하는 건 정말 무식하고 낯간지러운 프로모션 방법이다.
저 프로모션은
오히려 하루에 한개꼴로 사라지는 DVD 대여점을 위해 사용하는 게 더 적절하다.
뭐하러 한번 보려고 14900원을 투자하나, 2000원에 빌려보면 되지.
저 DVD를 발매한 회사의 중저가 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다.
국내 DVD 제작사 중에서는 개중 나은 편이니까.
하지만 저 홍보 문구 좀 바꿨으면 좋겠다.
한번 소리내서 읽어보라.
얼마나 불쌍하고 처참하고 초라해보이는지...
블루레이나 HD-DVD 나오면 그때는 어떻게 홍보할 생각일까?
"이제 싸구려 DVD는 버려라. 비싼 고품격 DVD가 비싼 값 해줄 것이다."
이정도? 아니면,
"싼맛에 샀던 DVD는 잊어라. 싼 게 비지떡이었다!"
이렇게?
왜 DVD를 사고 CD를 사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것도 파악하지 못하는 한
아무리 싸다고 선전해봐야 한 장 팔던 게 열 장으로 늘어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