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
Placebo의 2003년작 「Sleeping With Ghosts」(Virgin, 2003)의 커버.
2003년 말쯤 나 혼자만 노미니를 뽑고 위너를 선정한 시상식에서 난 이 앨범을 올해의 앨범커버로 뽑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는 동안 이 커버만큼 멋진 앨범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앨범 제목처럼 유령이 어딘가 머물고 있는 듯한, 무채색 톤,
게다가 합성이 분명하지만 합성이 아닐 것이라고 믿게 만들만큼 두 사람의 몸이 만들어내는 선은 묘하다. (그 묘한 느낌이 더욱 강해지는 순간은 누de 인물의 다리와 청바지를 입은 인물이 겹쳐지면서 페티시즘을 불러일으키는 환각이 발생할 때다.)
유령, 무채색 톤, 페티시즘을 이야기했지만 이 사진은 전혀 섬뜩하지 않다.
사실 섬뜩한 커버였다면 플라시보나 음반사에서 오케이 할 이유도 없고, 부클릿 속에 다량의 사진을 이 작가에게 맡길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이 앨범 커버를 처음 보았을 때 UFO의 「Force It」(Chrysalis, 1975)을 떠올린 것은 실수였을까?
여기서 잠깐!
UFO와 플라시보가 관계가 있다고?
사실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에서 그런 연상을 한 것일 뿐, 둘 사이의 연관성은 눈곱만치도 없다. 게다가 UFO의 앨범 커버가 특이한 형태로 제작되었다는데, 그 오리지널 커버를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으므로 확인할 길도 없다.
무엇에 홀린 듯 혼자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툭 하고 튀어나왔을 뿐이다. 그러니, 거짓 정보는 아니지만, 둘의 관계를 따져볼 필요는 전혀 없다.
다시 「Sleeping With Ghosts」로 돌아가보자.
이 커버 사진은 프랑스의 유명한 사진작가 JB 몬디노 JB Mondino (또는 장 밥티스트 몬디노 Jean-Baptiste Mondino)의 작품이다.
오랫동안 광고 사진을 찍었고, 뮤지션과 작업한 것도 꽤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공식 바이오그래피라고는 1949년 프랑스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없다. 더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사진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에도 탁월한 감각이 있는지 IMDB에서 그의 뮤직비디오 이력서를 볼 수 있다. [확인해보기]
그 이력서를 참고하면, 뮤직비디오 스틸 사진작가로 뮤직비디오의 세계에 손을 댔다.
그렇지만 그는 역시 사진작가. 그의 오피셜 웹사이트(사실 포트폴리오와 연락처만 간단히 적어놓은 사이트로, 오피셜 웹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사진가는 사진으로만 말하는 것인가보다. 오피셜 홈페이지에서 그가 찍은 멋진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거기서 플라시보의 앨범 커버로 쓴 사진도 만날 수 있다. 그 역시 흡족한 모양이다. 그리고 비옐크
Bjork와 마돈나
Madonna도 보이는데, 마돈나의 2000년 앨범 「Music」(Maverick, 2000)의 앨범 커버도 올려놓았다.
몬디노의 사진은 특별한 효과를 주는 것보다는 인물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그의 웹사이트는 온통 인물 사진들이다.
플라시보의 이 앨범 커버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내게는 '멋진' 작품으로 남아있다.
플라시보가 이후 발표한 싱글 모음집 역시 이것과 비슷한 분위기의 신체 일부분 사진인데, 같은 작가인가 확인해봤더니 아니었다. 플라시보도 이 앨범 커버가 맘에 들었나보다. 비슷한 뉘앙스로 다음 앨범 표지를 장식한 걸 보니.
그런데 플라시보의 음악?
글쎄,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살짝 비껴선 스타일이다.
(참, 이 앨범은 플라시보의 앨범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낮은 평가가 구린 음악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건, 수많은 곡을 엠피3 플레이어에 집어넣으며 항상 듣고 있을,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그 감각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