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항상 쉬엄쉬엄 일을 하지만 이맘 때만 되면 지쳐 쓰러질 것 같다.
신호로 본다면 참 적절한 반응이다.
일의 중간에서는 절대로 누워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이건 분명히 일이 거의 끝나간다는 뜻일 테니.

예정대로라면 4월에는 제주도를 다녀왔어야 하고,
아무 생각없이 짐을 꾸려서 앙코르와트의 옛 유물을 더듬거려볼 시간이었지만
예정은 항상 예정... (게다가 혼자 여행해본 적이 없어서 불가능한 계획이긴 했다.)


결국 이렇게 집에서 컨트리 로드를 꿈꾸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의 컨트리 로드, 처음은 닐 영 Neil Young이다.



6, 70년대에 연속되는 명반을 만들어내던 닐 영이 80년대로 접어들면서 비틀거렸다.
커버로 올려놓은 이 앨범 「Old Ways」(Geffen, 1983) 역시 그렇게 흔들리던 시절의 앨범으로, 평도 상업적인 성공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는 집에 가는 길이었을까?
복장을 보니 일하다 점심 먹으로 집으로 가는 것 같다.
마을은 보이지 않고, 저 언덕 모퉁이를 돌아서면 있을까?
닐 영의 컨트리 로드는 끝이 보이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전체  풍경은 끝날 것 같지 않다.
걸어가는 저 사람에게 배낭 하나 매어주고 싶어진다.




닐 영의 앨범도 그렇지만, 컨트리 계열의 음반은 길이 자주 등장한다.
꼭 컨트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포크나 포크록 앨범 역시 그렇긴 하다.
그건 이 음악들이 블루그래스 bluegrass에서 시작된 음악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던 포크 아티스트로 평론가까지 만족시키는 루신다 윌리엄스 Lucinda Williams의 앨범도 커버만 보면 음악 스타일을 알 수 있다.

루신다 윌리엄스의 앨범 「Car Wheels On A Gravel Road」(Mercury, 1998)의 커버도 길이 보인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걸어가는 대신 자동차를 타고 가는데, 앨범 타이틀을 보면 비포장도로 위의 차바퀴...라고 한다. 아직도 포장이 되지 않은 시골길을 가는 중인가보다.
그녀는 얼마나 달렸을까? 해는 완전히 저물었고, 덩그마니 지어놓은 집에는 불이 켜져 있다. 저 집이 바로 그녀가 가고자 했던 집이었을까?




역시 모던 포크 아티스트인 아일랜드 출신 일리너 매케보이 Eleanor McEvoy의 앨범을 보면, 좀더 선명해진다.
일리너의 이 앨범 「Yola」(Market Square, 2001)은 도로가 아니라 기찻길이다. 저 역에 하루에 한번이나 설까?
왼쪽의 철로에 집중하는 동안 오른편에 기타를 들고 기대선 일리너의 모습은 보일락말락한다.
가사는 좀더 현대적이지만, 음악은 완전한 포크다. 이 앨범은 뛰어난 사운드의 공명을 들려주는 SACD로 제작되었다. (물론 일반 플레이어에서도 잘 돌아가는 하이브리드 SACD다.)
old를 의미하는 Yola라는 타이틀, 그리고 길...


도로, 자동차, 기차... 컨트리 음악의 특징은 이렇게 커버에서 길이 자주 등장한다.
꼭 이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분명히 어떤 일관된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먹히지 않는 이런 커버인지라... 역시 정식 라이선스로 공개된 앨범은 없다. 어떤 음악인지도 모르는데, 이런 커버라니... 충동구매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서 이 음악은 여전히 엄청난 팬을 가지고 있고, (우리에게는 황량해보이지만) 그네들에게는 익숙한 이 풍경은 '불편해도 좋았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줄 수 있겠다.

어쨌든 오늘 주제는 컨트리 앨범에는 길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참, 이 포스트의 제목이자 컨트리의 명곡 <Take Me Home, Country
John Denver / Poems, Prayers & Promises
Roads>를 부른 존 덴버 John Denver의 앨범 커버는 왜 선택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겠다.

오리지널 앨범은 몇 장 가지고 있지 않고, 더구나 초기의 작품은 베스트 앨범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에서 커버를 가져왔다.
존 덴버의 앨범 커버는...
그의 대문짝만한 증명사진으로 LP 재킷을 도배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맙소사...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수록한 앨범 「Poems, Prayers & Promises」(RCA, 1971)의 커버는 그 가운데에서도 그나마 수수한 존 덴버와, 그의 기타와, 아련한 햇빛까지 느낄 수 있는 멋진 커버지만, 역시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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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의 컨트리 음악 앨범 자켓 사진들 모두 마음에 들지만(존 덴버 것은 빼고), 특히 Eleanor McEvoy의 쓸쓸하면서도 황량한 느낌을 주는 앨범 자켓에 마음이 더 끌리네요. 이것도 good old days에 대한 향수 탓인가요...
    2006.05.15 12:23
    • 음악은 제 생각에 루신다 윌리엄스를 제일 마음에 들어하실 것 같아요.
      컨트리/포크쪽 보면 길 사진이 많아서 올려본 글인데
      억지일지도 몰라서 내심 신경쓰이는 포스트였어요.
      그저 쉬고 싶은 생각에^^ 음반 꺼내 듣다 불현듯 생각난 거였거든요.
      향수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때거나 그때 음악이거나 사람냄새가 많이 났잖아요.
      2006.05.15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