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커버 스토리 카테고리를 채운 얀 사우덱
Jan Saudek의 또다른 커버아트다.
커버에 적혀 있는대로 이번 앨범의 주인공은 소울 어사일럼
Soul Asylum이며, 밴드 최고의 앨범으로 평가받는 「Grave Dancers Union」(Columbia, 1992).
꼭 예전 글을 읽어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그때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한번 되돌아가기 위한 링크를 추가한다. [잠시 옛 글 보러가기]
당시 얼터너티브 록으로 열심히 선전했지만, 전체 음악 분위기는 오히려 롹을 잠깐 빌려온 컨트리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본토 말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의 히트곡 <Runaway Train>을 아주 즐겁게 감상했다는 점. 유아와 미성년 아이들의 실종에 대한 슬픈 보고서를 담은 곡이었지만 음악만으로는 아주 즐거웠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뮤직 비디오를 본 이후라면 순식간에 이 노래의 메시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사각형의 앨범 커버로 잘라내지 않은 상태의 원본은 이렇다. (부클릿을 펼치면 이 사진 전체가 다 들어가 있다.)
이 작품 역시 다니엘 라누아
Daniel Lanois의 「For The Beauty Of Wynona」(Warner, 1993)와 마찬가지로 당시 발간되었던 얀 사우덱의 사진집 속의 사진을 커버로 꾸몄다. 다니엘의 작품과 달리 부클릿에서는 사진 제목을 알려주지 않고 있어서 작품의 제목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사진집의 제목이 'Love, Life, Death & Other Such Triples'(1992)라는 것은 적어놓았다.
여기서 잠깐!
소울 어사일럼의 앨범 커버를 처음 봤을 때 엄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두 명의 여자아이가 낯익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의 다섯번째 앨범 「Houses Of The Holy」(Atlantic, 1973)의 그 아이들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그 예상은 빗나갔다.
레드 제플린의 앨범 커버는 얼마전에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의 이야기를 할 때 거론했던 디자인 집단 힙노시스 Hipgnosis의 작품이었다. 정말 그 디자인 집단의 디자인과 상상력은 볼 때마다 새롭다.
70년대 롹 팬이라면 멋진 앨범 커버에 당연히 이 앨범을 꼽을 것이다. 훨씬 더 뛰어난 앨범이 있겠지만, 산을 기어 올라가는 저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당연하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으니.
다시 얀 사우덱과 소울 어사일럼으로.
실내 사진을 주로 찍던 얀 사우덱이 이 사진을 위해서 밖으로 나간 것일까 싶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분명 바깥의 사진인 것 같은데, 하늘의 배경이 똑같다.
배경과 인물을 겹치는 방식으로 몇 장의 시리즈를 만들어낸 것 같다.
소울 어사일럼의 앨범 커버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은 것이 엄마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얀 사우덱의 그림을 커버로 사용한 것은 소울 어사일럼의 입장에서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엄마처럼 보이는 저 여인이 정말 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저 여인은 엄마가 맞겠다는 생각이 교차되는 이중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얀 사우덱이 이 사진의 사용을 허락한 것도 혹시 그런 의미였을까?
어떤 것이 진짜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얀 사우덱의 예술과 소울 어사일럼의 음악(과 메시지)은 이 커버를 통해 지속적인 환기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아주 멋진 결과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