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야 할 음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끔 펑크를 듣는다. 이건... 내가 펑크를 자주 듣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굳이 앨범을 찾아가며 듣는 대신 책상 위에 널부러진 것 중에 펑크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패티 스미스 Patti Smith 같은 경우나 클래시 The Clash의 펑크라기보다는 덥 dub에 가까운 「Sandinista!」 는 좀 다르지만 어쨌든, 펑크 앨범을 가끔 듣는 것 확실히 맞다.
그런데, 이런 시간이 지금처럼 한밤중에 걸리면 괜한 부담이 된다. 옆집에서 시끄러워 깰 일은 없다. 아주아주 작아서 귀를 더 예민하게 만드는 작은 소리는 아니지만, 결코 다른 사람을 거슬리게 할 정도로 크게 듣는 경우는 없으니 그건 논외다. 펑크를 듣는다는 건, 내가 잠시 휴식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 같은 것이니.
Wolves In Wolves' Clothing
Never Trust A Hippy
그래서 지금 한바퀴 다 돈 앨범은 NOFX다. 「Never Trust A Hippy」(Fat Wreck Chords, 2006)는 여섯 곡짜리 EP이고 「Wolves In Wolves' Clothing」(Fat Wreck Chords, 2006)은 3년 만의 정규작이다. (EP는 커버/스토리에서 다시한번 다를 예정) 80년대부터 활동했으니 참 오랫동안 같은 음악을 하는 밴드다. 더구나 Epitaph 외에 최고의 펑크 레이블이 된 Fat Wreck Chords는 멤버 마이크 팻 Mike Fat의 레이블이니, 레이블도 그렇지만 NOFX도 대가 곧은 밴드같다.
듣다보니, 아주 재미있는 노래 하나가 있다. 제목은 <The Marxist Brothers>. 두 장의 앨범에 다 들어있는 노래다.
처음 들을 때 '어? 이건?' 이라고 생각했는데, 올뮤직 리뷰를 슬쩍 훑어보니 거기서도 언급하고 있다. 클래시의 <London Calling>의 기타를 훔쳐왔다. 부클릿의 크레딧을 살펴봐도 아무런 표기가 없다. 아, 이 아저씨들... 정말 재미있어. 자꾸 이 노래만 듣게 된다...
그런데, 펑크 뮤지션들 음악을 들을 때마다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어질 때가 있다. 정말 맑시스트인지 아닌지, 비꼬는 건지 진실인지 모를 때가 많다. 이 노래도 그렇다. 너무 뻔해서 더 혼란스러운 건지 모르겠다.
한밤중에 펑크를 듣는다는 건 그렇게 경쾌하진 않지만 뭐라도 생각할 시간을 준다. 어디 펑크 뿐인가.
이제 두 장의 앨범이 한바퀴씩 돌았으니, 또 집중해야할 시간. 그 전에, 잠시 허리 좀 펴러 누워야겠다. 해야할 일이 있으니 잠들면 절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