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국 민간인 우주비행사 모집에 3만명이 모였다고 했던가? 외국 이야기인가?
난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이나 우주여행을 하고 싶은 욕망이 없어서 이 신문기사에 대해 제목 외에는 기억하지 않았다. 아이러니라고 해야할지 모순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우주선과 로봇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맞다. 바로 스타워즈 Starwars 같은 영화 말이다. 물론 스타워즈도 깊이 파고들어간 적은 없다. 클래식 3부작은 VHS로 보고, 프리퀄 3부작이 개봉되었을 때 극장에서 보고, 모두 완결되고 다시 DVD로 보았다. 이것이 전부다.
그런데, 갑자기,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 떠오른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언뜻 스쳐지나간 신문기사 때문은 아니고. 아마 커버/스토리를 쓰기 위해 앨범을 찾다가 몇 장의 앨범 커버가 떠올랐서 그랬던 것 같다. 추정일 뿐.
확실히 아는 것은 오늘의 커버/스토리의 주제가 '우주복'이라는 사실.
CMU 「Space Cabaret」(Transatlantic, 1972)
CMU는 프로그레시브 포크 롹 밴드며, 이 CD는 두 장의 음반을 한장에 담은 (당신의 돈을 확실히 아낄 수 있는) CD이며, 앨범 디자인 역사상 최악으로 꼽을 만한 EMI의 한국 라이선스 LP의 레이블 상징 띠에 버금갈 정도로 재발매 레이블의 로고를 집어넣었다. (이 앨범을 재발매한 See For Miles 레이블의 로고는 이츠 어 뷰티풀 데이 It's A Beautiful Day의 셀프 타이틀 앨범 커버의 그림을 그대로 도용한 것같다. 레이블의 역사를 확인해보지 않아서 일단 여기도 추정.) 어쨌든 그 덕분에 밴드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겠다.
CMU의 두번째 앨범 「Space Cabaret」(Transatlantic, 1972)의 커버는 앨범 타이틀을 그대로 살려주고 있다. 우주복을 입고 캉캉춤을 추고 있는 모양인데, 밴드의 음악 스타일과 맞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앨범 타이틀과 잘 어울리고 있다. 이 앨범 커버는 지금도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 무어 Chris Moore가 그렸다. (참고로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담은 CMU의 데뷔 앨범 「Open Spaces」 커버는 레이 리브스 Ray Leeves가 그렸다.)
크리스 무어의 홈페이지에 적어놓은 바이오그래피를 보면, 영국 SF소설의 일러스트레이터 가운데 최고 대접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앨범 커버를 디자인했고, 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과 조지 루카스 George Lucas에게 영화의 컨셉트 아트를 그려주었다고 한다. 특히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 편의 포스터가 유명하다. NASA의 우주선 디자인에도 관여하고 있는 모양이다.
크리스 무어가 그린 CMU의 앨범 커버는 우주를 향한 그의 시선을 실제로 적용하던 시절의 작품이다. 메이드스톤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 과정을 마친 그가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왕립 예술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 실습을 하던 시절이었다. 이 과정까지 끝마친 후 그의 소망대로 Transatlantic 레이블의 앨범 커버를 비롯한 상업적인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우주공간을 다룬 일러스트와 비교해보면 이 시절의 작품은 인간적인 분위기가 난다. 우주복을 입고 우주공간에서 캉캉춤을 추다니.
Babe Ruth 「First Base」(Harvest, 1972)
WBC가 한창일 무렵 야구 이긴 김에 올렸던 포스트("야구도 이겼는데... Babe Ruth")에서 다룬 이 앨범 커버도 CMU의 커버와 유사한 분위기다. CMU처럼 표현한다면, 우주공간에서 야구를 하다니... 정도가 될까? 로저 딘 Roger Dean의 커버 가운데 그다지 마음에 드는 커버는 아니지만 어쨌든 CMU와 비슷한 시절에 비슷한 느낌을 보여준 커버라 일단 다시한번 언급한다. 혹시 이 무렵에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전부 우주로 날아오르고 싶었을까? 1969년의 달착륙은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충격을 주긴 했나보다.
Led Zeppelin 「Early Days: The Best Of Led Zeppelin Volume One」(Warner, 1999)
Led Zeppelin 「Latter Days: The Best Of Led Zeppelin Volume Two」(Warner, 2000)
달 착륙... 아직도 달에 착륙한 인간은 없다. 그것은 이미지 조작이다...라는 견해가 있지만 과학과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인간의 달 착륙이 엄청난 충격을 준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달에는 계수나무도, 떡방아를 찌는 토끼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했을 대한민국의 어린이(난 그 무렵의 대한민국 어린이는 아니었으니 다행일까?).
밴드명을 타이틀로 붙이고 데뷔 앨범을 발표한 1969년부터 (전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던, 그렇지만 마지막이 되어버린) 1979년작 「In Through The Out Door」까지 단 한장의 베스트 앨범도 발표하지 않았던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이 밴드 활동을 시작한 지 30년만에 발표한 첫번째(!) 베스트 앨범도 우주복을 입은 밴드 멤버의 모습을 커버에 담았다. 대충 봐도 합성이라는 것이 티가 나는 이 촌스러운 커버는 이 앨범이 공개될 무렵에는 거의 관심거리가 되질 않았다. 얼마만에 레드 제플린이라는 이름을 만나는 것인데, 그것만으로 충분히 열광할 가치가 있었다. (참고로, 「Early Days: The Best Of Led Zeppelin Volume One」은 1999년에, 「Latter Days: The Best Of Led Zeppelin Volume Two」는 2000년에 발표되었다. 그리 긴 공백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발매된 것은 아니다.)
'전설적인 하드롹 그룹이자 헤비메틀의 선구자' 레드 제플린과 우주복이라니... 이건 조금이 아니라 많이 생뚱맞다. 생각해보면, 이건 1969년의 강조같다. 1969년은 레드 제플린의 데뷔 앨범과 두번째 앨범이 발표된 해. 그리고 1969년은 인간이 달에 착륙한 해. 그러니까 레드 제플린은 지구 뿐만 아니라 우주까지 정복한 밴드!!라는 의미같다. 이것과 관련된 인터뷰나 해설을 본 적이 없으므로 일단 이렇게 해석해놓기로 하자. 어쨌든 우주복을 입은 지미 페이지 Jimmy Page와 로버트 플랜트 Robert Plant와 존 보냄 John Bohnam과 존 폴 존스 John Paul Jones다.
Chroma Key 「You Go Now」(Massacre, 2000)
(이번 커버 스토리를 쓰면서 자주 쓰는 단어인데, 아무튼) 촌스러운 파란 배경에 우주복을 입은 그의 옷을 벗겨주는 것인지, 이를 검사하는 것인지 모를 사진. 이것이 달에 착륙했다 귀환한 주인공인지, 아니면 다른 누구인지 모르겠다. 앨범 속에는 이 사진이나 커버 디자인에 관한 단 한줄의 언급도 없다. 그러니, 이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구글 검색을 시도하거나, NASA의 아카이브를 뒤져보는 것은 다음으로 미룬다.
처음 이 앨범을 봤을 때는 가볍게 옆으로 치워두었다. 크로마 키 Chroma Key? 커버를 보니 음악이 신통치 않을 것 같아... 이렇게 생각했다. 크로마 키가 드림 시어터 Dream Theater를 떠난 키보디스트 케빈 무어 Kevin Moore의 프로젝트 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야 음악을 들었다. 드림 시어터의 음악을 생각하면서. 하지만 이거 정말 케빈 무어 맞아? 싶을 정도로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잔뜩 들어 있었다. 실망? 아니, 그렇지는 않다. 빈틈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드림 시어터의 사운드에 지겨워하고 있을 무렵이었으니 이 앨범의 사운드는 오히려 굉장히 즐거운 음반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재미있게도 케빈 무어는 자신의 음악을 스페이스 록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음악으로 결정지은 모양인지 지금도 비슷한 음악을 계속 하고 있다. 그렇다면, 크로마 키의 이 두번째 앨범 「You Go Now」(Massacre, 2000) 커버는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한 커버라고 하겠다. 나머지 앨범도 비행기의 이미지를 담고 있어 공기 사이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그의 음악을 표현해주고 있다.
Moby 「18」(Virgin, 2002)
Hi. Moby!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너도 사진 보니 아주 즐거워보이는데? 어깨가 너무 굳어보인다. 한두번 사진 찍는 것도 아닐텐데 폼이 조금 웃겨. 우주 비행사 모집에 응모할 사진 찍은 거냐?
그런데, 사진은 어디서 찍은 거야? 아무리 찾아봐도 찍은 장소는 안 적어놓았네?
뭐, 상관없어. 어쨌든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이번 커버/스토리를 즐겁게 끝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나중에 다시 쓸 테니, 그때 또 보자.
Bye.
모비의 앨범 「18」(Virgin, 2002)의 커버는 장르와 성별과 나이를 따지지 않고 아티스트 사진을 찍는 유명한 포토그래퍼 대니 클린치 Danny Clinch가 찍었다. 그의 사진을 확인해봤더니 설정샷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모비의 앨범은 톱 트랙이자 첫 싱글인 <We Are All Made Of Stars>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우주복을 입혔나보다.
앨범 타이틀은 우리 식으로 발음하면 웃기니까 어색해도 에잇틴이라고 불러야겠다. 투어 도중 틈틈이 쓴 150곡 가운데 골라낸 18곡을 수록했다.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곡도 3천곡이나 된다는데...) 선택 기준은 구명보트 lifeboat 같은 곡이어야 한다는 것. 우주를 떠다니는 느낌은 아니더라도 우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기는 했다. 결국, 웃긴 커버지만 그럭저럭 음반의 분위기를 살려준 셈이다.
Tom Petty 「Highway Companion」(Warner, 2006)
이 커버/스토리를 마무리할 할 무렵에 또 한장의 우주복 커버를 담은 앨범이 발표되었다. 한국에서는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미국 어덜트 롹 뮤직계에서는 대단한 찬사를 받는 탐 페티 Tom Petty가 발표한 새 앨범 「Highway Companion」(Warner, 2006)의 커버다.매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라이선스로 구경하긴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국내에 공개되었다. 그래서 아마존으로 주문할 일이 없어져버렸다. 아직도 사랑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탐 페티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