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영미 팝/롹의 시작은 빌 헤일리 앤 히즈 카미츠
Bill Haley & His Comets의 <Rock Around The Clock>으로 잡는다.
로큰롤의 탄생 시점이기도 하며, 중후한 중장년이 음반소비의 중심이었던 것이 이 노래의 전국적인 인기와 더불어 음반/음악 소비가 10대로 급격하게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10대의 주머니를 노리는 것은 2000년이 훌쩍 지나버린 오늘까지 꾸준히, 그것도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며 이어졌다. 코묻은 돈 100원도 100명을 모으면 1만원이다.)
뭐, 팝롹은 아니지만 싱글로 꾸준히 음악생활을 하던 아티스트들이 드디어 LP의 진정성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프랭크 시내트라
Frank Sinatra의 「In The Wee Small Hours」(1955)로 잡는 경우도 있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삼는 건, 이때부터 SP의 생산이 80년대까지 이어지는 LP로 이동하면서, 음악시장이 단순 청취가 아니라 소유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확실하게 상품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일 게다.
시작이 누구인가를 토론하거나 과학적 증명을 할 생각이 아니므로 슬쩍 지나가면서, 어제 이야기한 비틀즈를 오늘 다시한번 꺼내보기로 한다.
(여긴 음악 히스토리가 아니라 커버스토리가 주제 아닌가. 본질에서 벗어나지 말자.)
이미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오늘의 커버 스토리는 흑과 백의 갈등이 결국 서양 대중음악을 풍부하게 만드는 동력을 제공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글이다.
70년대 중반까지, 적어도 흑인의 입장에서는 실력이 있어도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다.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가 고등학교 시절 트럼펫을 가장 잘 불었지만 상은 항상 백인들이 가져가면서 그 분노를 멋진 음악으로 승화시킨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미 헨드릭스
Jimi Hendrix 역시 백인들이 마초 행세를 하던 롹음악계를 평정했던 것도 이야기거리이고, 흑인이 메틀 밴드를 만들면 "오, 흑인이 이런 음악을 하다니 대단한걸?"이라고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으며, 백인이 흑인의 소울을 노래하면서 '블루 아이드 소울'이란 용어도 생겼다. 에미넴
Eminem만 봐도, 그가 처음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코미디 같은 노래가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지만 "어쭈? 백인이 랩을 하네?"라며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 것도 인기의 또다른 축이다. ('8마일' 때문에 에미넴이 엄청 진지한 인물로 찬양하는 지경까지 갔지만, 솔직히 그의 가사는 개그나 코미디다. 때때로 쓰레기일지도 모르는.)
지금도 흑백 갈등은 여전하지만, 실력보다는 피부색에 영향을 받는 일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잠깐.
이거이거 커버 스토리라고 해놓고, 아예 음악사를 강의하고 있구먼. 고백하면... 오늘 할 이야기는 정말 심심풀이 땅콩 이야기다. 하얀 커버와 검은 커버 이야기가 전부니까.
일단 어제 이야기한 비틀즈를 오늘 다시한번 이야기해보자.
비틀즈의 「The Beatles」 (Apple/EMI, 1968)이다.
아무렇게나 CD를 굴리다보니, 커버 주변이 누렇게 변색되었지만, 실제는 완전히 하얀색이다.
비틀즈란 밴드명이 적혀 있지만, 그게 엠보싱으로 처리되어 있을 뿐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커버에서 숫자가 보이는 이유는 가지고 있는 CD가 앨범 발표 30주년 기념 한정판이라 고유번호가 찍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정판의 단위가 0이 여섯자리인 1백만번까지 간다. 이게 정말 한정판일까...
어쨌든, 하얗다. 하얀 앨범인 것이다.
그래서 「The Beatles」라는 앨범 타이틀보다 「White Album」으로 더 많이 부른다.
오옷, 이건 또 뭐냐. 스캔 잘못한 거 아냐?
아니다... 제대로 스캔한 것 맞다.
마이클 잭슨과 함께 80년대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던 흑인 아티스트
프린스 Prince의 「The Black Album」(Warner, 1987) 커버다. 바로 이전작 「Sign O' The Time」으로 모처럼 충격을 준 프린스가 이듬해 발표한 앨범. 솔직히 예전작에 비하면 음악은
약하다 조금 어렵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면 되는데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다시 한번, 여기서 잠깐!
메탈리카의 블랙 앨범도 있다고?
그래서 그것도 스캔했다.
메탈리카의 이 앨범 역시 너무나 유명해서 더 이야기할 것은 없다. 앨범 타이틀은
「Metallica」(Vertigo, 1991)인데, 이 앨범도 「Black Album」이라고 부른다.
단 한번도 메탈리카의 음악을 듣지 않았거나 앨범을 본 적 없는 경우를 감안해 이야기를 덧붙이면 이렇다: 약간 지저분해 보이는 왼쪽 상단에는 Metallica라는 밴드 로고가 그려져 있고, 오른쪽 하단에는 똬리를 튼 뱀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워낙 많은 판본이 있어서 어느 정도 희미해야 오리지널과 같은지 장담하기 힘들지만, 국내에 발매된 CD 버전은 지구상에 발매된 버전 가운데 밴드의 로고와 똬리 튼 뱀이 가장 선명하게 인쇄되었을 것이다. 그냥 보인다. (오리지널 아트웍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해서 포토샵으로 밝기를 조금 수정했다.) 물론 성음에서 찍은 국내제작 LP에서는 그나마 좀 희미해서 눈 크게 뜨고 들여다봐야 보인다.
아, 그래서, 결론은. 메탈리카의 앨범은 완전한 블랙 앨범은 아니라는 것.
이 두 장의 앨범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핵심이다.
디자이너가 얼마나 편했을까. 하지만 커버를 작업한 공장에서는 다른 커버 제작 때보다 훨씬 피곤했을 것 같다. 조그만 잡티가 하나 들어가도 인쇄불량일 테니까.)
가장 단순하지만 그래도 아트 디자이너가 '창작한' 작품이다. 멋지고 멋지지 않고는 다음 문제.
마무리하기에 앞서, 흑과 백의 갈등이 서양 팝음악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도 슬쩍 결론에 첨가한다.
왜냐하면, 제목을 그렇게 써놨기 때문이다...